LG전자가 올해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전년 동기보다 개선됐지만, 올해 1분기보다는 둔화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 부진으로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됐다.

LG전자의 향후 실적 전망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영향으로 밝지 않다. 그동안 ‘F·U·N(First, Unique, New) 경험’을 강조한 조주완 LG전자 사장(CEO)의 경영 기조도 변화의 기로에 섰다. 전자업계에서는 공급망 불안과 수요 부진 장기화에 대한 위기 대응부터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조주완 LG전자 사장 / LG전자
조주완 LG전자 사장 / LG전자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는 2분기 매출 19조3994억원, 영업이익 86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3월까지만해도 1조원을 넘겼던 영업이익 전망치는 4월 9000억원대로 떨어진 이후 지속 감소 중이다. 6월부터 ▲미래에셋증권(7880억원) ▲BNK투자증권(7850억원) ▲KB증권(7849억원) ▲하이투자증권(5790억원) 등 영업이익이 8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전망치도 속속 나왔다.

이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긴축 기조 강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도시 봉쇄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동시에 원재료 및 물류비가 크게 상승하며 악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2021년 11월 LG전자 CEO를 맡은 조주완 사장은 'F·U·N'한 경영을 취임 일성으로 제시했다. F·U·N 경험은 ‘한발 앞선(First), 독특한(Unique),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New) 혁신적인 고객경험’을 의미한다.

조 사장은 2022년 신년 메시지에서 "고객과 다양한 접점을 구축해 소통하는 사업모델, 한 번 경험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사업방식,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조직역량 등 모든 영역에서 고객경험 혁신을 이뤄내자"고 당부했다.

조주완 사장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 2022' LG전자 전시부스를 찾아 식물생활가전 컨셉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LG전자
조주완 사장이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 2022' LG전자 전시부스를 찾아 식물생활가전 컨셉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LG전자
조 사장의 기조에 따라 LG전자는 올해 다양한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영역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의 발목을 잡는 중이다. 가전 매출에 의존하는 LG전자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DB 금융투자에 따르면 LG전자 TV 부문(HE) 영업이익률은 2021년 2분기 8.2%에서 올해 1분기 4.6%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0.5%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에도 TV·가전의 수요 둔화 지속과 함께 원자재·물류비 등 원가 부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여 LG전자 실적과 주가에 먹구름이 꼈다.

반면 B2B 사업 파트인 VS사업본부와 BS사업본부의 선전이 위안거리다. 2013년 사업을 시작한 VS(전장부품) 사업부는 전기차 부품 비중이 늘고 수주량이 증가하면서 9년 만에 첫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지난해 하반기 적자를 낸 BS사업본부 역시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 후 탄력적인 이익률 개선이 이뤄지며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전망됐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TV 판매가 부진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소비 심리가 나빠진 영향이다"라며 "가전도 그동안 미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좋았지만, 최근 금리 인상과 더불어 주택 지표가 부진하면서 관련된 가전 수요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7일 오후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