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품절 대란을 일으킨 다이슨의 헤어 관리 제품 '에어랩'이 최근 새롭게 리뉴얼 됐다. 기존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 의견이나 불만을 고려해 기능을 개선한 새 제품을 선보였다.

에어랩은 일명 '명품 고데기'로 불리는 고가품이다. 가격은 70만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비싼 가격대 만큼 애프터서비스(A/S)는 수년째 개선된 것이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제기된다.

다이슨의 A/S 정책은 악명이 높다. 다이슨 국내 서비스 센터에 의뢰를 맡겨본 경험이 있는 일부 소비자들은 느린 부품 입고와 긴 대기 시간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다이슨이 외국 기업인 것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긴 대기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이다.

회사 측은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 목소리를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지침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개선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많다.

다이슨이 새롭게 선보인 에어렙 스타일러 / 이유정 기자
다이슨이 새롭게 선보인 에어렙 스타일러 / 이유정 기자
다이슨은 7월 25일 신제품 에어랩 스타일러를 선보였다. 에어랩 신제품은 작동 버튼이 있는 본체와 헤어 연출 툴 6개로 구성됐다. 웨이브를 만드는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 배럴' 2개, 머리를 빗으며 C컬을 연출하기 좋은 '소프트 스무딩 브러시' 1개, '하드 스무딩 브러시' 1개, '코안다 스무딩 드라이어' 1개, '라운드 볼륨 브러시' 1개가 총 구성이다.

이 제품 가격은 69만9000원으로 전작 대비 5만원 비싸졌다. 몇몇 툴만 따로 골라 구매하는 등 개별 구매는 불가능하고 세트로만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다.

다이슨은 무상보증 기간이 지난 후 개별 제품에 고장이 발생하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냐고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주지 않았다.

다이슨 관계자는 단지 "다이슨 에어랩 멀티 스타일러는 2년의 무상 보증을 지원한다"며 "무상 보증 기간 내 전국 다이슨 서비스 센터에서 다이슨 전문가를 통해 제품의 진단 및 수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전국 모든 지역에서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서도 수리를 지원한다"고 매뉴얼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다이슨의 A/S 논란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다이슨의 A/S가 지나치게 긴 시간을 소요하다보니 이에 불편을 느낀 일부 소비자들은 사설 업체에 수리를 맡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이슨 청소기를 구입한 박모(34)씨는 "당장 청소기가 고장나니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는데 오랜 시간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사설 수리업체를 찾았다"며 "배터리 교체에 고장난 센서를 수리했더니 12만원의 수리비가 들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제품 가격도 비싼데 고장이 흔히 발생한다는 것과 불편한 A/S에 큰 불만이다"라며 "수리비 등을 고려하면 가격은 사실상 더 비싸지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설 수리업체 관계자는 "고객들이 주로 다이슨 제품 배터리 문제로 많이 찾아온다"며 "구매한 지 한달도 안 돼 고장이 나 찾는 고객도 있고 3년 정도 사용하다 오는 고객 등 제품 사용기간은 다양한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다이슨 드라이기 수퍼소닉을 구매했고, 지속적인 코드 접촉 불량으로 다이슨 공식 서비스 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다이슨 측에서 "다이슨 정책상 수리가 불가능하고 리퍼만 가능하다"며 "현재 리퍼 제품 공급 부족사태로 2021년 11월부터 대기 중인 고객도 제품을 못받고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어 다이슨 측이 불량제품을 반납하면 새 제품 30% 할인 가능한 쿠폰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김씨는 사설 수리업체를 찾아 발걸음을 돌렸다. 수리비는 4만원쯤에 불과했다.

IT조선은 다이슨 측에 관련 A/S 정책이나 소요되는 시간 등 세부 사항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전자제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다이슨의 A/S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 발생하면서 이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비슷한 성능을 가진 제품이 있다면 가성비와 사후 관리가 보다 나은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이 기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선되지 않는 열악한 서비스를 감내하면서 외국 기업 제품을 쓰느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uzzon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