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독주하던 PC CPU시장에서 오랜만에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쓸만한 맞수가 등장했다. 지난해 CPU 세계시장 점유율이 20%를 밑돌던 AMD가 모처럼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AMD는 올 3월 차세대 '젠(Zen)' 아키텍처 기반 PC용 프로세서 '라이젠'을 선보였다.
AMD는 '라이젠 7' 시리즈를 출시하며 완제품 OEM 시장보다는 개인용 조립 PC 시장을 우선 타깃으로 삼았다. 8코어 16스레드(thread, 동시에 처리하는 작업의 수)의 하이엔드급 고성능 프로세서는 '성능'을 중시하는 전문직 종사자나 하드웨어 마니아, 하드코어 게이머 등에게는 어울리는 제품이지만, 간단한 PC 업무나 가벼운 게임을 즐기는 수준인 평범한 일반 소비자와는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라이젠 7 시리즈는 메인보드와 메모리 등을 따로 구매해 PC를 꾸미는 조립용 단품으로만 공급되고 있다. 에이수스, 기가바이트, MSI, 애즈락 등 대표적인 메인보드 제조사들도 일제히 AMD 라이젠 지원 메인보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구조와 작동 방식이 인텔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라이젠 프로세서를 쓰려면 메인보드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메인보드 시장에서 철수했던 중저가 메인보드 브랜드 '바이오스타'도 유통망을 재정비하며 라이젠 지원 메인보드를 새롭게 출시했고, 국내에 그래픽카드만 선보이던 중국의 '컬러풀'도 유통사를 새로 선정하고 라이젠 지원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메인보드를 선보였다.
AMD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내로 라이젠 지원 메인보드는 약 80여종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는 1월 초부터 출시되고 있는 인텔의 7세대 코어 프로세서용 200시리즈 메인보드에 못지 않은 숫자다. 메모리와 그래픽카드, SSD나 HDD, 케이스 및 파워서플라이 등 다른 부품은 이미 시중에서 판매중인 것을 그대로 쓸 수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 완제품 '라이젠 PC'도 기대 해볼만 해
조립 PC가 아니라 브랜드 제조사에서 만드는 완제품 '라이젠PC'도 기대해 볼 만 하다. AMD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현재 공개적으로 '라이젠PC'를 준비하고 있는 곳은 세계 각국의 중소규모 PC 전문 조립업체 뿐이다.
그러나 몇몇 글로벌 유명 제조사들도 이미 라이젠 프로세서 샘플과 양산 물량을 확보하고 '라이젠 PC'의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는 전통적으로 꾸준히 AMD 기반 PC를 출시해온 HP와 델 등 글로벌 PC 기업들이 완제품 '라이젠 PC'를 선보일 브랜드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전체 PC 출하량에서 데스크톱은 약 220만대로 약 47.7%을 차지했다. 그 중 조립 PC의 비중은 약 40만~50만대 전후로 추정된다. 현재 시장 분위기는 조립PC 시장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완제품 형태의 '라이젠 PC'가 나오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데 도움이될 것으로 보인다.
AMD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목표는 국내 데스크톱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50%까지는 무리라 해도 지금같은 기세면 20%~30%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트북의 경우는 좀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AMD가 '젠' 아키텍처 기반 노트북용 프로세서를 2017년 하반기에나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빨라도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새로운 노트북은 2017년 연말이 되서야 등장할 전망이다. 브랜드 제조사의 '라이젠 PC'에 대한 시장 반응이 좋으면 내년에는 AMD 기반 노트북도 기대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