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사의 초고화질(UHD) 본방송 시대가 31일 개막했다. 하지만, UHD 콘텐츠 부족 문제와 추가적인 방송 장비 설치 이슈 등이 UHD 시청자 확대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BS·MBC·SBS 등 지상파3사는 31일 오전 5시부터 수도권 지역에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작했다. UHD는 HD 이후 나온 최신 규격으로, HD 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과 입체적인 음향 지원이 특징이다. UHD TV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방송 시청 중 쇼핑 지원 등 양방향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다.

일반 가정의 지상파 UHD 방송 수신 개념도.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일반 가정의 지상파 UHD 방송 수신 개념도. /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UHD 방송 채널은 9-1번(KBS1)·7-1번(KBS2)·6-1번(SBS)·11-1번(MBC) 등 4개다. 시청하는 방송이 UHD 방송인지 아닌지 여부는 TV 화면 오른쪽 위에 나오는 'UHD' 표기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

전국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은 2021년이다. 수도권은 5월 31일부터 지상파 UHD 방송을 볼 수 있고, 12월부터는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지역과 강원도 평창·강릉 일원으로 방송 지역이 확대된다. 2021년에는 전국 시·군 지역에서도 UHD 방송을 볼 수 있다.

고낙준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시청자는 무료 보편적인 지상파 방송 플랫폼을 통해 질 높은 방송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수신환경 열악한 UHD…시청자 수 추산도 어려워

하지만 지상파3사의 UHD 본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UHD 콘텐츠가 거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지상파 3사는 2017년 말까지 전체 제작 콘텐츠의 5%를 UHD로 만들 계획이다. 이는 하루에 1시간짜리 프로그램 1개 수준에 불과하다. 지상파는 2018년 10%, 2019년 15%로 매년 5%포인트씩 늘려갈 계획이지만, 콘텐츠 자체가 적은 것은 UHD 시청 수요를 따라가기 어렵다.

TV 제조사 한 관계자는 "시청자가 볼 수 있는 UHD 콘텐츠가 많아야 TV 등 UHD 상품도 늘어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UHD TV 모습. /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UHD TV 모습. / 삼성전자 제공
미국방식(ATSC 3.0)을 지원하는 UHD TV 보급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제조업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국내에서 판매된 유럽방식(DVB-T2) UHD TV 수는 100만대쯤이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2016년 7월 미국방식을 UHD 표준으로 결정했고, TV 제조사는 올해 2월부터 미국방식의 2017년형 UHD TV 판매를 시작했다. 2017년형 제품 판매량은 100대쯤에 불과하다. 유럽방식 UHD TV로도 지상파 방송사의 UHD 방송을 볼 수 있지만, 별도의 안테나·셋톱박스 등을 구매해야 해 불편하다.

UHD 방송 시청을 위한 추가 안테나가 필요하다는 점도 단점 중 하나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등에 설치된 공시청 장비로 UHD 방송을 보려면 별도의 증폭기나 헤드엔드 설비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추가 비용이 들어가야 해 장비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다.

TV 제조사 한 관계자는 "공중파 UHD TV 시청이 본격화 됐지만 아직 반쪽짜리 서비스에 불과하다"라며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방송 시청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