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근의 붕붕드론] 사드를 염탐한 무인기, 국내 드론산업에 시사하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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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6.24 10:50 | 수정 2017.06.25 00:10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가 '사드 배치 장소를 촬영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접하는 내용이 제한적이라서 그것만으로는 북한이 보낸 무인기가 맞는지, 정확히 어떤 경로와 항법으로 정찰을 했는지에 대해서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부품과 동력장치의 구체적인 내용, 탑재된 영상정보시스템, 기체에서 획득한 영상정보파일 등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썬 관련 내용이 최고수준의 보안으로 묶여 있다. 이런 저런 음모론과 억측보다는 정부의 발표를 믿고 생각을 이어가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사람들은 추락해서 부서진 채로 회수된 하늘색 기체를 보면서 조잡한 형태에만 집중한다. 뭔가 엉성한 모습으로 등장한 무인기는 겉모습만으로 실력이 폄하됐다. 북한으로 돌아가는 거리까지 포함해서 어찌됐건 500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비행능력을 가진 기체가 <최첨단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했다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 모른다.

이번에 사드를 염탐한 무인기는 비행체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지극히 비행효율에 집중한 제대로 된 비행체다. 비행과 관계없는 부분은 철저히 제외된 외부형상, 적은 동력으로 높은 효율을 확보하기 위해 종횡비가 큰(가늘고 긴) 날개를 달았다. 이런 형상이라면 같은 에너지로 더 높이, 더 멀리, 더 빨리 비행하는데 유리하다. 2m 내외의 고정익 형상에 동력원으로 작은 내연기관을 이용하는 비행체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는 플랫폼이며, 더구나 모형비행기(RC모델) 시장에서도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단지 세계 각국의 실정법에 따라 조종거리가 제한적이거나 짧을 뿐이지, 필요한 연료를 탑재하고 조종반경에 대한 법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상황이라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사드를 염탐한 것으로 공개된 이번 무인기를 두고 언론일각에선 '왜 탐지하지 못했냐'는 정부 책임론, 정확히는 우리군을 비판한다. 물론 인터넷 댓글도 '무능한 국방부'를 만드는 중이다. 일반인들은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언론의 시각이 이러면 곤란하다.

정확한 비행고도는 알 수 없지만, 촬영된 이미지를 통해 추정한 촬영고도는 최소 2km 이상이다. 즉 지상 2km 상공에서 비행 중인 2m 남짓한 비행체, 그것도 배경이 되는 하늘과 유사한 색으로 위장한 기체를 알아차리기란 불가능하다.

어떤 이는 '레이더는 뭐에 쓰려고 놔뒀냐'고 하는데 일반적인 항공술이 지배하는 범위에서 고도 2~3km는 저고도 영역이다. 복잡한 지형과 장애물, 난반사, 전파음영지역 등 불특정 장애요소가 상존하는 위치다. 레이더는 그저 전파의 특징을 이용한 센서에 불과하다. 맹신을 해도 될 만큼 완벽한 '신의 눈'이 아님에도 영공을 감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 세계 각국은 더 넓은 탐지범위, 더 정밀한 분해능력을 가진 레이더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레이더는 그 자체로 전략자산이다.

아무것도 없는 하늘이 얼마나 복잡하게 돌아가는지 알면, 저고도 영역에서 전술비행에 가까운 몸놀림으로 날아다니는 2미터짜리 비행체를 레이더로 잡아낸다는 건 기적과 다름없는 일임을 알게 된다. 설마 레이더 한 대로 한반도 전역을 빈틈없이 감시 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없으리라. 한반도가 작다고 하지만 하늘은 어마어마한 사이즈다.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 나는 상대 기지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상대는 내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멀티기지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면 게임은 통상 들여다보는 쪽으로 유리하게 전개된다. 가장 위협적인 적이 무인기로 우리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데,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면 장차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

우리 방공망이 제작단가 2천만원짜리로 추정되는 작은 무인기에 이렇게 쉽게 뚫리는 상황이 대중의 눈높이에서는 충격적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도 북한을 들여다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로 다가온다. 방위산업 카테고리에서 우리기술력이 북한보다 월등함은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다만 우리는 손발이 묶인 상태다. 기술이 없다기보다 여론과 정치적 판단이 군사적 행위를 막아둔 상태다. 만약 우리군의 무인기가 북한지역을 정찰하고 돌아오다가 추락했다는 내용이 북한선전채널을 통해 알려졌다고 가정해보자. 정전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이성적 판단과 응원보다 여론재판과 책임추궁에 시달릴게 뻔하다.

드론산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느낀 바를 말하자면,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국민정서는 민수용, 군수용 할 것 없이 드론(무인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 시선을 먼저 품고 있다. 마치 드론이 우리 생활에 들어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사생활이 '털리고', 추락으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재앙'이 되는 수준이며,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서 일자리를 '뺏는다'고 이해한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미 반감에서 시작하는 드론산업이 제대로 정착할지 조차 의문이다.

국방부 발표와 언론을 통해 북한무인기로 추정된 해당 비행체의 잠정적인 이동경로(북한에서 출발해서 북한으로 돌아가는 U형태)가 알려졌지만, 정확한 이동경로는 진행 중인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몇몇 전문가는 "애초 500여 킬로미터의 항속거리를 확보하지 않았지만 우선 날려본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특정한 시간대를 선택하면 바람의 도움으로 효율이 약간 높아져서 북한지역으로 돌아 갈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는데, 소형무인기를 그렇게 운용하기란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는 이륙은 북한지역에서 했을지라도 중간에 1~2번 정도 국내 활동 중인 인적자원이 '기체회수-영상확보-연료보충-재이륙'으로 진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체가 추락해서 우리 손에 들어왔다고 북한이 영상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오산이다. 해상도가 낮을 지언 정 비행 중에 획득되는 영상정보는 GCS로 피드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성주 무인기 사태가 괜시리 국내 드론산업의 발목을 잡을까봐 걱정된다. 지금도 국내 드론개발자들은 시험비행조차 마음껏 하기 어려운 실정법과 싸우느라 지친 상황인데, 무인기가 위험하다는 인식과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 산업으로 옮겨져서 제도권에 더 묶인 상황을 연출하지 않길 바란다.

질 좋은 무인기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은 사회의 모든 역량이 받쳐줄 때 가능하다. 항공안전을 먼저 챙기려는 정부의 입장도 옳고, 한껏 시험하고 싶은 개발자들의 의지도 공감된다. 연이어 벌어지는 북한의 무인기 공세가 우리 드론산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민관군산학이 모두 모인 좋은 합의체 하나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원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박승근 드론 전문가는 외신 기자 출신으로 국내 학계에 드론 저널리즘을 주제로 최초의 논문을 썼습니다. 드론으로 알려지기 전까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수중사진가로서 활동했습니다. 2015년 네팔 지진 당시, 국제구호단체와 협력해 드론을 활용한 구조현장지원팀을 이끌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무인기핵심기술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중이며 드론 컨설팅을 제공하는 SM9 SkyTech를 설립해 드론활용 기술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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