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비트코인 거래 가격이 860만원을 돌파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가상화폐가 불법 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투기 버블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비트코인 이미지. / IT조선 DB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는 2일 한 때, 비트코인 1개의 거래 가격이 862만9000원을 기록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하루 전 기록한 최고 가격인 792만6000원과 비교해 70만3000원이 상승했고, 올해 1월 1일 거래 가격인 121만6000원과 비교 시 7배 이상 상승한 수치다.

3일 16시 기준으로는 빗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약 828만8000원대를 형성, 전날 대비 소폭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같은 시간대 이더리엄도 33만2250원의 가격대를 기록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고, 비트코인 캐시도 74만9600원을 기록해 동반 상승세 기류에 합류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가상화폐 시장에 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이 성장하면서 금융시장에 편입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나친 가격 상승이 버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우려를 표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의 수직상승세는 비트코인 선물 거래 개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올해 안에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트코인 선물의 기대치 고조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전체 비트코인 시가총액도 1210억달러(약 134조9513억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파생상품 거래는 사실상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으로 인정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 은행이나 기관이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돼 시장에 뭉칫돈이 투자될 가능성이 커지고, 개인 투자자도 개별 거래소보다 보다 쉽고 안전하게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더 많은 투자자의 참여가 예상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가상화폐 투자 동참 기류도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3일(현지시각)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관련된 도메인을 사들이고 있다"며 "아마존이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최근 아마존은 비트코인을 선물시장에 상장한다는 시카고 거래소 그룹의 발표 직후인 10월 31일(현지시각) 이후 '아마존크립토커런시닷컴'과 '아마존크립토커런시즈닷컴' 등 3개 도메인을 인수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카오 자회사인 두나무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베타 서비스를 오픈하고 115개의 코인 거래를 시작했다. 업비트는 두나무가 세계적인 가상화폐 거래소 美 비트렉스(Bittrex)와 독점 제휴를 맺고 출범한 서비스로, KRW(원화), BTC(비트코인), ETH(이더리움), USDT(테더)로 거래할 수 있다.

최근 넥슨 지주사 NXC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3위 기업인 코빗을 1500억원대에 인수했고, 국내 통신사 KT도 가상화폐 거래소 진출을 선언했다. KT는 10월 18일 계열사인 KT엠하우스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거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내년 상반기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의 거품을 우려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신호순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7년 한국은행 지급결제제도 콘퍼런스'에서 가상화폐의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신 부총재보는 "가상화폐는 법적으로 인정받은 지급수단이 아니고 불법거래에 악용될 수 있어 리스크가 크다"며 "시장에 참가자한 이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투자 광풍 현상을 우려했다.

그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통화는 국제적으로 법적 성격이나 정의에 대해 일치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지 않아 가격 변동폭이 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가상통화가 지급결제시스템은 물론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 역시 가상화폐 버블 현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대표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최근 진행한 한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버블'보다 더 심각한 사기이다"며 "가상화폐를 거래한 직원은 즉각 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