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통신사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반(反) 트럼프 보도를 이어온 CNN 매각을 요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이하 현지시각) 미 법무부와 AT&T 협상에 관여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타임워너 소유의 케이블뉴스 채널 CNN 매각을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보도했다.

FT는 "규제 당국은 CNN을 매각할 경우 AT&T의 타임워너 인수합병(M&A)을 승인할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고 보도했다.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발표문 이미지. / AT&T 홈페이지 갈무리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발표문 이미지. / AT&T 홈페이지 갈무리
미국 2위 통신기업 AT&T는 2016년 10월 거대 미디어 기업 타임워너를 854억달러(95조2722억4000만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의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와 뉴스 채널 CNN, 유료케이블 방송 TBS·HBO 등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선 기간부터 CNN을 '가짜 뉴스'의 유통지로 지목하며 불편한 시선을 드러냈다. 법무부가 CNN 매각을 M&A 조건으로 내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기자회견 당시 CNN 소속 기자가 질문하자 "CNN은 가짜 뉴스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한, 미 법무부는 AT&T가 CNN 매각하지 않을 경우 위성TV 서비스 업체 '디렉TV' 매각을 M&A 승인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AT&T는 2014년 디렉TV를 485억달러(54조1066억원)에 인수했다.

10월 말까지만 해도 AT&T와 타임워너는 2017년까지 M&A 계약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AT&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8일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이번 거래가 종결된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AT&T는 CNN을 매각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이 정부의 승인을 얻기 위해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가 먼저 CNN 매각을 제안했다고 보도하자, 스티븐슨 CEO는 성명을 통해 "CNN을 판매하겠다는 제안을 (정부에) 한 적이 없으며,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