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미국 통신사 AT&T의 타임워너 인수 승인 제약 조건으로 떠오른 CNN 인수를 추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는 12일(이하 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머독이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를 걸어 CNN 인수를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머독은 5월 16일과 8월 8일 두 차례에 걸쳐 스티븐슨 AT&T CEO에게 전화를 걸어 CNN 매각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스티븐슨 AT&T CEO는 그럴 의향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 트위터 갈무리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 트위터 갈무리
CNN은 AT&T의 타임워너 인수 승인을 위한 핵심 요건으로 떠오른 상태다. 미국 2위 통신기업 AT&T는 2016년 10월 타임워너를 854억달러(95조7931억8000만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승인하는 조건으로 타임워너 소유의 케이블뉴스 채널 CNN 매각을 요구했다. 타임워너는 할리우드의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와 뉴스 채널 CNN, 유료케이블 방송 TBS·HBO 등을 거느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 법무부가 대선 기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날을 세웠던 CNN을 압박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기자회견 당시 CNN 소속 기자가 질문하자 "CNN은 가짜 뉴스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대선 당시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스티븐슨 AT&T CEO는 미국 법무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9일 "CNN을 매각할 의사가 없으며, 필요할 경우 법적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여기다 마칸 델라힘 법무부 반독점 위원회 위원장 등 8명의 민주당 상원 의원은 정치적 이유로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저지하려는 시도를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발표문 이미지. / AT&T 홈페이지 갈무리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발표문 이미지. / AT&T 홈페이지 갈무리
머독이 CNN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머독이 소유한 21세기 폭스는 2014년 800억달러(89조7360억원)에 타임워너 인수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다만, 당시 머독은 21세기 폭스가 폭스뉴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로 타임워너를 인수하더라도 CNN을 매각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폭스뉴스 채널은 보수, CNN은 진보 성향을 갖고 있다.

로이터는 또 다른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머독이 CNN에 관심이 없다"며 해당 보도를 부인했다.

한편, 머독 소유의 21세기 폭스는 자산 대부분을 미국 미디어 회사 월트디즈니에 매각할 준비를 하고 있다. 6일 CNBC에 따르면 21세기 폭스는 뉴스와 스포츠 부분을 제외한 조직 대부분을 월트 디즈니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루퍼트 머독은 2015년 21세기 폭스 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을 맡았고, 이후 그의 작은 아들 제임스 머독이 21세기 폭스의 CEO를 맡고 있다. 큰 아들 라클란 머독은 아버지 루퍼트 머독과 함께 공동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