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임시 서비스 중지’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임시 서비스 중지’는 피해 발생 이후 사후적 대책에 불과한데다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 피해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을 겨냥한 제도지만 정작 중소 규모 플랫폼 사업자들만 적발되는 결과도 우려된다.

지난 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방통위는 인터넷 기업이 불법행위로 국내 이용자에게 피해를 주면 서비스를 임시 정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올해 도입한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개인정보를 유출하거나 이들 플랫폼으로 불법 정보가 유통되면 정부는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시정명령을 3회 받아도 개선이 안 되면 정부는 이들 기업 서비스를 아예 ‘셧다운’ 하도록 명할 수 있다.

방통위는 관련 내용을 담은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입법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변재일 의원이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인터넷 기업에 정보통신 자원을 제공하는 호스팅 사업자에게도 구글과 페이스북 등에 서비스 제공을 차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페이스북과 구글의 잇따른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는 페이스북으로부터 5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 개인정보를 확보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캠페인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유출 계정 중엔 한국인 이용자도 포함됐다.

또한 임시 시정명령 제도는 구글과 페이스북과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이들 플랫폼도 국내 사업자들이 지고 있는 책임을 동등하게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19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019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애초 의도대로 해외 IT 공룡의 고삐를 단단히 죄려면, 인터넷 서비스로 발생한 피해 범위를 산정하는 기준이나 임시정지 요건을 더욱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이 세밀하지 않으면 서비스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만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따르면 임시정지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경우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유출로 다수의 이용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퍼질 우려가 있을 때’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임시 정지가 적용되는 서비스 범위도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어떤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구글과 페이스북 전체를 차단할 수 있는지, 혹은 일부 서비스만 차단할 것인지도 현재로선 법이나 행정 명령 등으로 규정한 내용은 없다.

인터넷 사업 특성상 서비스 차단은 이용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초 단위 서비스 지연에도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페이스북은 전세계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15분간 7억3000만원 가량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이미 기존 법률로도 제재 가능한 불법 행위도 있다. 불법 촬영물과 아동음란물 유포 등 유해 콘텐츠 차단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기존 법률로도 제재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역시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의해 조치할 수 있다.

영세한 규모의 국내 인터넷 기업 및 스타트업이 애꿎게 피해를 볼 우려도 나온다. 해당 법의 대상은 국내외 인터넷 기업 전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영리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정보 유출로 시정명령을 세 번이나 어기면서까지 한국 정부 방침에 반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다.

해외 IT 기업이 아닌 정부 가이드라인 준수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정작 해당 조치의 주 타깃이 될 수 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임시조치는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엄격한 적용 기준을 갖춰야 한다"며 "불법성이 확실한 때에만 문제 콘텐츠만 차단하거나 일부 서비스만 차단하는 선의 조치가 현실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