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펼쳐지는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조치로 한국 통신장비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 대기업에 통신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들은 최근 납품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케이엠더블유와 쏠리드, 다산네트웍스, 에이스테크, 오이솔루션 등은 해외 시장에서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미국 무역제재 대상 지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조선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조선일보 DB
케이엠더블유는 5G 기지국에 쓰이는 ‘매시브 마이모(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를 상용화했다. 현재 이 제품은 노키아에 납품되는 중이다.

노키아는 2018년 글로벌 기지국 장비시장에서 화웨이(31%), 에릭슨(27%)에 이어 3위에 오른 기업이다. 화웨이가 미국발 제재 조치로 위축한 사이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NTT도코모 등과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화웨이와 우호 관계였던 기업을 공략 중인 셈이다. 노키아가 5G 장비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경우 케이엠더블유 실적도 향상된다.

김덕용 케이엠더블유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에도 동행한다. 케이엠더블유는 노키아와 공동 개발한 매시브 마이모 제품을 노키아가 공급하는 글로벌 통신사에 납품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5G 상용화 이후 노키아로 매시브 마이모 납품을 꾸준히 늘리고 있고 최근 에릭슨과 협력도 진행 중이다"라며 "중소 장비업체가 글로벌 시장에 뿌리를 내리려면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과 자연스레 묶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케이엠더블유와 노키아가 공동 개발한 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 / 노키아 제공
케이엠더블유와 노키아가 공동 개발한 대용량 다중입출력장치. / 노키아 제공
무선주파수(RF) 중계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쏠리드는 영국 지하철 중계기 공사 수주에 파란불이 켜졌다.

RF 중계기는 이동통신 서비스에서 통화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건물 깊숙한 곳이나 지하철 등에서 통신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지국과 단말기 사이에서 5G 신호를 증폭시켜 전파의 도달 거리를 늘려준다.

영국 정부는 최근 통신망 구축 과정에서 핵심 부품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력한 경쟁자인 화웨이가 배제됨에 따라 쏠리드의 12월 영국 지하철 중계기 공사 수주가 희망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FTTX 광전송 장비 시장 7위 업체 다산네트웍스도 이 부문 1위인 화웨이가 위축된 사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장비업계는 다산네트웍스가 미국 글로벌 가정내 광케이블망시장에서 제품 공급을 확대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분석한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산네트웍스의 미국법인 다산존솔루션즈는 북미와 유럽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화웨이가 매출의 23%를 유럽에서 올리는 점을 고려하면 이 지역에서 화웨이를 향한 거래중단이 확산될수록 다산존솔루션즈의 수혜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골리앗 경쟁사인 중국 화웨이에 대한 국제사회 보이콧이 심해지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지국 안테나나 무선주파수(RF) 부품, 중계기 등을 생산하는 에이스테크와 삼성전자에 주로 장비를 납품하는 오이솔루션도 화웨이 제재에 웃는 기업이다.

에이스테크가 생산하는 기지국 안테나는 국내 시장 점유율 1위(50%)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5위(7%)다. 에이스테크는 각국 통신사와 삼성전자, 에릭슨 등 통신장비 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어 미중 무역분쟁이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오이솔루션은 전기 신호와 빛 신호로 상호 변환해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하는 장비인 광 트랜시버를 주로 생산한다.

통신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반(反)화웨이 이슈로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의 주요 밴더인 국내 통신장비 업체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고 "반면 미중무역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화웨이와 거래 비중이 높은 일부 업체엔 악재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