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에 사는 A씨(34)는 3년간 사용한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서울 강남의 한 휴대폰 대리점을 찾았다. 5G 품질이 불안정하고 요금이 비싸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고 4G(LTE)폰을 사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1시간 뒤 A씨가 손에 쥔 것은 5G폰이다. 공시지원금과 보조금을 따져보니 LTE폰을 구입하면 손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11일 이통업계에 따르면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 수는 상용화 두 달 반 만인 이번주 중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상용화 세달쯤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선 LTE 대비 한달쯤 빠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5G 가입자 수 증가를 두고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통사가 상용화한 5G 서비스의 품질과 콘텐츠 수준으로는 100만 가입자를 커버하기 태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통3사는 5G 가입자 유치를 위해 지원 혜택을 끌어올리는 등 판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과도한 출혈 경쟁을 통해 5G 상용화 초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은 것으로 보이지만, LTE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면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 IT조선 DB
신도림 테크노마트 전경. / IT조선 DB
A씨는 대리점으로부터 갤럭시S10 5G 기기변경을 하는 조건으로 단말기 가격으로 16만원 완납 조건을 제안받았다. 번호이동을 하면 스마트폰이 공짜였다. 반면 같은 기종의 LTE폰으로 기변을 하면 50만원대의 단말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A씨는 "LTE폰의 경우 보조금 지원이 거의 없고, 공시지원금에서 약간 더 할인된 수준이라고 알려줬다"며 "사실상 5G폰으로 갈아타기를 하라는 강요를 받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5G 상용화 초기엔 이같은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다. 120만~140만원대에 이르는 전용 스마트폰 가격 때문에 확산이 더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통사는 갤럭시S10 5G의 공시지원금을 최대 70만원대까지 높였고, 유통망에 유치 장려금을 대대적으로 풀어 가입자 확산을 유도했다. 반면 5월 말 기준 갤럭시S10 LTE폰의 공시지원금은 이통사에 따라 최대 17만9000~22만원에 불과하다.

5월 10일 출시된 V50 씽큐도 119만원대에 출시됐지만 첫 주말 가격이 거의 공짜 수준이었다. 일부 법인 대상 판매업체는 V50 씽큐 신규고객에게 금액을 얹어주는 ‘페이백’ 조건으로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가 자사 임직원을 동원해 5G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직원 1인당 100만원을 제공해 5G 가입을 지원하고, 임직원이 추천한 지인이 5G에 가입하면 30만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이통사의 불법보조금 살포를 눈감아주는 행태를 보였다. 방통위는 가입자 80만을 달성한 최근까지도 이통사에 구두 경고만 날릴 뿐 사실조사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시장 과열이라는 판단이 서면 사실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5G 가입자 증가 추세가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상징적인 숫자인 100만 가입자를 넘기면 이통사가 고객 유치에 앞서 5G 품질 개선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5G에만 쏠린 혜택은 일부 고객의 불만에도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5G 시장 선점과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가입자 유치에 주력했다"며 "5G 투자금 회수 및 요금제 상향 가입(업셀링) 효과를 보려면 향후에도 5G에 혜택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