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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슈퍼캣과 손잡고 제작한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람의나라의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해 만든 게임이다. 최근 비공개 사전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안드로이드OS 이용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기간은 8월 21일부터 26일까지다.

원작 PC 게임 ‘바람의나라’는 동명의 만화를 모티브로 삼아 지난 1996년에 넥슨이 처음으로 선보인 게임이다. 바람의나라는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서비스를 멈추지 않았다. 2011년 기네스북에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등재되기도 했다.

모습은 오랜시간 서서히 변했다. 2003년에 그래픽이 통째로 바뀌었다. 출시 시점에 99레벨이었던 최고 레벨은 이제 799레벨이 됐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 개수도 4개에서 9개로 늘었다. 넥슨은 이외에도 게임에 천마전(MOBA), 바람연대기 등 수많은 콘텐츠를 추가했다. 게임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예전 모습을 그리워하는 유저도 많았다.

바람의나라: 연이 이런 유저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옛 모습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세련된 게임 시스템을 함께 담았기 때문이다.

4명이 협력해 레이드를 즐기는 영상. /오시영 기자

올드 유저 향수 불러 일으키는 ‘그 시절’ 바람의나라 모습에 세련미 더해

원작 유저가 ‘바람의나라: 연’을 즐길 때 가장 반길만한 요소는 바로 원작 고증이다. 이 게임은 흔히 구버전이라고 부르는, 2003년 이전 바람의나라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

만화 ‘바람의나라’의 한 장면을 그린 게임 로그인 화면이나 ‘Loading Map’ 로딩 화면은 물론, 익숙한 BGM도 그대로 들을 수 있다. 원작과 지도 구성이 동일하다는 특징도 있다. 규모 축소나 배치 변경 없이 PC 환경에서 탐험하던 곳을 그대로 모바일 환경에서도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지도 타일도 원작에서 차용한 부분이 많아 매우 익숙하다.

직업 구성과 전직 방법도 초기 원작과 같다. 평민으로 게임을 시작해 전사, 도적, 주술사, 도사 4종의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레벨 5가 되면 직업 상급자를 직접 찾아가서 천제(天帝)에게 불의를 보고 지나치지 않을 것을 맹세하고, 도토리 10개를 바치면 전직할 수 있다. 최신 버전 바람의나라에서는 캐릭터를 생성할 때 직업을 선택하고 만드는 것으로 바뀌어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로딩 화면(빨간색 사각형)과 오프닝 화면의 모습. /오시영 기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로딩 화면(빨간색 사각형)과 오프닝 화면의 모습. /오시영 기자
넥슨은 이렇게 과거 ‘바람의나라’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세련미를 더했다. 캐릭터와 몬스터의 모습, 기술 효과 등은 대부분 새로 그렸다. 하지만 원작과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냈다. 이동하는 동작이나, 이동 시 발걸음 소리도 추가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진입 장벽도 낮췄다. 초기 원작은 초반 게임 진행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다. ‘바람의나라: 연’은 초기 게임 플레이를 선형적으로 구성했다.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다. 상세한 튜토리얼도 마련했다. 다만 처음 듣는 유저도 원치 않으면 이를 생략할 수 있게 만들어 귀찮음을 덜었다.

기술은 원작에서 대부분 가져왔지만 핵심 스킬만 남기고 대폭 간소화했다. 지옥인화(헬파이어), 투명, 혼마술 등 원작에서 직업을 대표하는 기술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 원작에서 물약이 전혀 필요 없게 만들던 공력증강(일정 체력을 소모해 마력을 채우는 기술)의 경우, 긴 쿨타임이 생겼다. 이에 더해 설풍, 청기폭렬 등 원작에는 없던 새로운 형태의 기술도 만나볼 수 있다.

이태성 슈퍼캣 디렉터는 "바람의나라: 연은 원작의 감성을 최대한 유지해 개발한다는 목표 덕에 원작의 추억을 간직한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며 "이번 CBT를 시작으로, 정식으로 출시한 이후에도 꾸준히 유저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게임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술사의 경우, 범위 기절 기술 ‘청기폭’(좌), 범위 둔화 기술 ‘설풍’(우) 등이 새로 추가됐다. /오시영 기자
주술사의 경우, 범위 기절 기술 ‘청기폭’(좌), 범위 둔화 기술 ‘설풍’(우) 등이 새로 추가됐다. /오시영 기자
원작 그대로 살린 2D 탑뷰 그래픽은 ‘대규모 플레이’에 적합

MMORPG는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역할 수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의 약자다. 그만큼 ‘대규모(Massive) 플레이’의 재미를 얼마나 살릴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한 화면에서 여러 유저가 전투를 벌여도 그래픽이 어느 정도 산만함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바람의나라: 연은 모바일 MMORPG의 재미를 잘 살릴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23년 전 원작 출시부터 이어온 간단한 2D 탑뷰 그래픽 덕에 여러 유저가 한 화면에서 동시에 전투를 벌여도 파악하기 쉽다. 기술 시각효과도 과하지 않은 편이다.

세로 플레이 모드를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 덕분에 한 손으로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맵의 모양이나 상황에 따라 휴대전화를 이리저리 돌리며 즐길 수도 있다. 화면 비율도 확대·축소할 수 있어 유저 개인에게 꼭 맞는 화면을 찾아 플레이할 수 있다.

원작과 달리 캐릭터 간 충돌이 없다. 한 칸에 여러 캐릭터가 서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넥슨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의도적인 변경이다. 캐릭터 간 충돌 크기가 없는 덕에 원작의 ‘길막’ 문제를 없앨 수 있고, 한 화면에서 더 많은 캐릭터가 플레이할 수 있다. 다만 몬스터에는 충돌 크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세로 모드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오시영 기자
세로 모드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오시영 기자
레이드, 문파는 물론 자동·수동 조작 적절히 섞은 시스템으로 MMORPG의 재미 살렸다

게임 내 다양한 시스템도 MMORPG의 재미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레벨 20부터 이용할 수 있는 ‘문파(타 게임의 길드)’ 기능으로 함께 게임을 즐길 동료를 직접 구할 수 있다.

레이드도 있다. 자신을 포함한 동료 네 명이 힘을 합쳐 어려운 던전을 해결하는 모드다. CBT 빌드에서는 20레벨, 40레벨 던전을 즐길 수 있다. 각 직업의 개성이 뚜렷하므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힘을 합쳐야 돌파할 수 있다. 그룹원의 체력을 책임지는 도사가 파티에 있으면 '체력 시약'을 거의 소모하지 않고도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다.

레이드를 비롯한 전투는 기본적으로 자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모바일 MMORPG의 자동 전투는 이제 '필수' 기능 중 하나다. 하지만 자동 조작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용자가 느끼는 재미는 반감된다. 바람의나라: 연은 수동 조작만이 가지는 이점을 잘 살렸다.

우선, 기술 시전자의 상하좌우를 공격하는 '첨'류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위치를 수동으로 잡는 것이 좋다. 또한 '자무주' 같이 충전 횟수가 있는 기술은 자동으로 사용하면 1초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으나, 수동으로는 충전 횟수만큼 난사할 수 있다. 전투 중 수동으로 기술 탭을 바꾸면 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

원작보다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늘려 '강해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정 아이템, 환수를 모으면 강해지는 '도감' 시스템, 장비 강화·각인·돌파 시스템 등을 활용해 캐릭터를 더 강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수동 조작으로 스킬을 사용하면, 충전량 한도 내에서 재사용 대기시간 없이 기술을 난사할 수 있다. /오시영 기자
수동 조작으로 스킬을 사용하면, 충전량 한도 내에서 재사용 대기시간 없이 기술을 난사할 수 있다. /오시영 기자
과금 모델은 아직 공개하지 않아…일부 개선 필요한 점도 있어

바람의나라: 연의 과금 모델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CBT 기간에는 '상점'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테스트 기간에 무료로 제공했던 순간이동, 부활 이용권이나 꾸미기 아이템 등이 일부 유료로 출시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영리한 과금모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순간이동이나 부활 같은 경우 원작에서는 '무조건 느껴야 했던' 불편함을 해소하고 '편의성'이라는 선택지를 유저에게 준 셈이 된다. 넥슨 관계자는 "아직 테스트 기간이라 과금 모델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며 "출시와 함께 과금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빨리 개선해야 할 점도 보인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려면 메인 퀘스트를 따라 선형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굳이 수락, 거절 여부를 묻는 선택지가 필요할 것 같지 않다.

선택지 배치나 기술 타겟을 변경하는 버튼 크기가 적절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는 이용자 경험(UX) 측면에서 쾌적하지 않다.

퀘스트 내용의 경우, 초반일수록 단순히 사냥터를 조사하거나 몬스터를 잡는 내용이 많다. 그런데 몬스터 사냥 목표치가 30마리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바람의나라: 연의 몬스터는 원작과 달리 한참 공격해야 쓰러지기 때문에, 한 마리를 잡을 때 들어가는 시간도 길다. 이 탓에 퀘스트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초반에 수행하는 대부분의 임무가 한 종류의 몬스터를 일정 수만큼 사냥하라는 내용이라 다소 단조롭다고 느낄 여지도 있다. /오시영 기자
초반에 수행하는 대부분의 임무가 한 종류의 몬스터를 일정 수만큼 사냥하라는 내용이라 다소 단조롭다고 느낄 여지도 있다. /오시영 기자
바람의나라: 연, CBT에서 높은 완성도 보여줘 정식 출시 기대되는 작품

바람의나라: 연은 전체적으로 ‘제대로 만든’ MMORPG다. 아직 CBT 버전이지만 완성도가 꽤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작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최근 유행에 맞는 시스템을 잘 녹여냈다. 이 덕에 ‘올드 유저’는 물론 바람의나라를 잘 모르는 어린 유저층 유입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정식 출시까지 게임을 개선할 시간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대감은 더 크다.

넥슨은 이번 버전에서 국내성, 부여성 내 사냥터와 12지신의 길, 무한장 등 다양한 맵과 콘텐츠를 마련했다. 원작에는 용궁, 극지방, 환상의섬, 중국 등 다채로운 맵과 바람연대기, 천마전 등 콘텐츠가 있다. 이를 추후 바람의나라: 연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볼 수 있다.

넥슨 관계자는 "바람의나라: 연의 정확한 출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2019년 하반기 내 반드시 출시할 예정"며 "유저분들이 주신 피드백을 게임을 서비스하는 데 적극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