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사람이 수작업으로 하던 데이터센터 관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다."

IBM이 서울 르 메르디앙 호텔서 개최한 ‘IBM 데이터와 인공지능 포럼’의 둘째 날인 6일, 기조 강연자로 나선 샘 라이트스톤(Sam Lightstone) IBM 펠로우(Fellow, 최고 연구자) 겸 데이터·마스터 인벤터 부문 CTO는 AI 기술이 데이터센터 분야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세상 : 데이터의 부상과 코딩의 종결(Our AI world : The rise of data and the death of coding)’이란 제목으로 강연을 시작한 라이트스톤 펠로우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에 주목했다.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AI 학습 기법이 처음 등장한 것은 꽤 오래전이지만, 급속히 성장한 컴퓨팅 가속 기술에 힘입어 오늘날 IT 기술 분야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샘 라이트스톤(Sam Lightstone) IBM 펠로우. / IBM 제공
샘 라이트스톤(Sam Lightstone) IBM 펠로우. / IBM 제공
그는 인공지능 부문의 세계적인 석학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의 말을 인용하며 진보한 인공지능 기술이 더이상 코딩(프로그래밍)이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개발자가 조건을 설정하고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던 기존 개발 방식을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이트스톤 펠로우는 지금의 AI 기술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우선 AI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재 가장 고성능의 인공지능이 시간당 800만 와트(W)의 전력을 소비하는 거대한 슈퍼컴퓨터를 통해 구동된다. 그런데도 시간당 20W의 전력만 소비하는 사람의 두뇌보다 1500배나 느리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IBM이 개발하는 차세대 AI 칩이 사람의 뇌 구조를 모방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년 내로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기기에서 70밀리와트(㎽)의 적은 전력만으로 지금의 슈퍼컴퓨터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진보한 차세대 AI 기술이 가장 효과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분야로 라이트스톤 펠로우는 ‘데이터센터’를 꼽았다. 연간 발생하는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클라우드를 통해 데이터가 여기저기 분산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수집, 분류, 관리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AI 기술이 ‘데이터센터의 운영’, ‘개발자/운영자와의 소통’, ‘AI를 위한 데이터 관리’에 활용됨으로써 데이터센터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의 각종 인프라와 자원 관리, 체계화, 각종 인사이트의 시각화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일들을 AI가 전담하고, 각종 절차를 스스로 최적화함으로써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람의 언어(자연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은 음성 명령이나 간단한 명령만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즉시 최적의 결과를 다양한 형태로 시각화해 제시한다. 이쯤 되면 데이터센터 관리자가 전문 개발자나 컴퓨터 공학자가 아니어도 데이터센터의 관리와 활용이 가능하다고 라이트스톤 펠로우는 설명했다.

라이트스톤 펠로우는 더욱 진보한 AI가 사람대신 데이터센터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최용석 기자
라이트스톤 펠로우는 더욱 진보한 AI가 사람대신 데이터센터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최용석 기자
본격적인 ‘데이터 관리’도 인공지능이 돕는다. 그는 수많은 데이터 과학자들이 업무시간의 75%~80%를 데이터의 ‘접근’에 허비하고 있어 AI 모델 기획과 개발, 분석 등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방대한 종류와 양의 데이터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어 접근성 자체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그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가상화’ 기술을 소개했다. 여기저기 분산된 다양한 데이터를 마치 하나의 데이터센터와 하나의 목록에 있는 것처럼 열람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다. 관리자는 AI가 자동으로 수집과 분류, 정리한 데이터 내에서 수 초 안에 원하는 결과를 얻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의 물리적인 위치뿐 아니라 공급 및 제조사, 운영체제(OS)의 종류 등에 상관없이 최대 수천 개의 데이터센터 내 데이터를 하나의 DB처럼 관리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를 통해 각 데이터센터의 관리 정책과 보안 정책 등을 중앙화해 쉽게 통제할 수 있다.

라이트스톤 펠로우는 "이러한 기능은 AI가 데이터센터를 관리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많은 장점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세계 개발자들이 AI를 활용해 지금보다 더 낫고 진보한 차세대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