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프로덕트 부문 부사장 "양질의 콘텐츠만큼 중요한 것이 기술 역량"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 기술적 요소를 생각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최대한 빨리 재생할 수 있어야 하고, 영상 시청 중 절대 끊겨서는 안 되며, 영상·음성의 질 또한 훌륭해야 합니다."

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프로덕트 부문 부사장은 1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조선비즈가 개최한 ‘스마트클라우드2019’ 컨퍼런스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플로렌스 부사장은 "세계 창작자의 훌륭한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훌륭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술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부사장이 스마트클라우드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켄 플로렌스 넷플릭스 부사장이 스마트클라우드2019에서 강연하고 있다. /오시영 기자
1GB로 6.5시간 분량 콘텐츠 제공할 수 있어

플로렌스 부사장에 따르면 넷플릭스 스트리밍이 이뤄지는 과정은 크게 ▲콘텐츠 제작 ▲인코딩 ▲설치 ▲스트리밍 등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세계에 스튜디오를 두고 아티스트·제작자를 발굴했다.

인코딩부터 기술적 영역이다. 이 단계에서는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2011년에 모든 콘텐츠를 똑같이 인코딩했다. 2015년에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초당 데이터 크기(비트레이트)를 조절하는 방식을 택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화면 렌더링이 훨씬 쉬우므로 초당 640킬로비트(kbps)가 적당하다. 이와 달리 액션 요소가 많은 영화는 폭발이나 움직임 등을 표현하기 위해 910킬로비트로 초당 사용되는 데이터를 늘려야 한다.

넷플릭스는 2018년부터 이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한 콘텐츠 내에서도 장면 별로 비트레이트를 조절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등장 인물이 대화 중이라 움직임이 적고, 배경도 바뀌지 않는다면 데이터를 적게 쓰고도 충분한 화면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높은 수준의 화면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초당 데이터 사용량을 64%쯤 줄였다. 이용자가 1GB로 볼 수 있는 콘텐츠 분량은 2011년에 1.5시간 정도였던 것이 2015년에는 2.5시간을 거쳐 최근에는 6.5시간까지 증가했다. 이는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의 시즌 전체를 볼 수 있는 시간과 맞먹는다.

넷플릭스는 최근 1GB당 6.5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오시영 기자
넷플릭스는 최근 1GB당 6.5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오시영 기자
서버 세계에 분산해 넷플릭스는 물론 ISP와 이용자에게 모두 유리해

설치 단계에서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세계로 전파하는 방식을 고민한다. 서비스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택했을 때, 해당 콘텐츠가 담긴 서버를 효과적으로 연결(Routing)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서버를 한곳에 몰아넣으면, 대양을 횡단하는 케이블을 설치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지역별 이용자에게도 비효율적이다.

넷플릭스는 이용자와 인터넷제공업체(ISP) 모두에게 효율적인 방식을 택한다. 서버를 세계 각지에 두는 것이다. 세계 140개 국가 3500 ISP에 넷플릭스 자체 서버를 운영한다. 서버 수로 따지면 1만3500개가 넘는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를 각 지역 서버에 복사해둔다. ‘킹덤’은 한국 콘텐츠이므로 한국 넷플릭스 서버에 복사해 둔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서버에 채우는 작업은 네트워크 작업량을 분석해 가장 한가한 시간에 한다. 플로렌스 부사장은 "이 같은 방식으로 트래픽 비용을 99%가까이 절감한다"며 "ISP 입장에서는 서비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콘텐츠 업체는 지역에 가깝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서버 사용량을 분석해 가장 한가한 시간에 콘텐츠를 채워 넣는다. /오시영 기자
넷플릭스는 서버 사용량을 분석해 가장 한가한 시간에 콘텐츠를 채워 넣는다. /오시영 기자
영상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적응형 스트리밍 엔진으로 관리

마지막 단계는 스트리밍이다.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고민한다. 영상 스트리밍 중에는 고객의 네트워크 상태가 실시간으로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동영상을 시청할 때 갑자기 아들이 집에 와서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면 대역폭이 달라진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적응형 스트리밍 엔진(Adaptive Streaming Engine)’을 적용했다. 이는 화질, 재생 지연, 재 버퍼링 위험 세 가지 요소의 균형을 맞춰준다. 30초마다 재생할 영상의 질을 실시간으로 체크해 선택해준다.

플로렌스 부사장은 "언제나 고객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상태 변동에 항상 대응해야 한다"며 "영상의 퀄리티보다도 중요한 것은 버퍼링이 걸리는 일이 없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발표를 마치며 "구독 기반 서비스는 고객이 유료로 계속 돈을 낸 만큼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계약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