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인공지능(AI)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날, 검찰은 ‘타다’의 경영진과 투자자를 기소하였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국토교통부, 중소벤처부 장관까지 검찰의 너무 앞선 사법적 판단에 당혹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타다’를 고발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은 ‘타다’와 AI와 무슨 상관이냐고 일갈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더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찌 이렇게 단언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플랫폼 기반의 비지니스는 빅데이타와 인공지능에 기초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에 의해 더 똑똑해 질 것이다. 이런 무지한 사람들에게 ‘배달의 민족(배민)’과 같은 기업은 중소상인들로부터 배달수수료나 뜯어 먹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우리는 IT회사’라고 선언하며 IT산업계도 이를 인정한다.
이 회사가 배출한, 정보기술(IT) 전문성과 창의성으로 숙련된 인력들이 창업을 성공시킨 사례가 많아 ‘배민마피아’라고 까지 불린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물류유통에서 세계 최강자인 아마존도 최강의 IT 능력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1년에 2만명 가까운 IT 인력 채용 공고를 낸다.
언뜻 따뜻하게 들리며, 맞는 주장처럼 여길지 모르나. 사실 기존 산업과의 상생은 혁신 사업가의 몫이 전혀 아니다. 앞으로 달려 생존하기 조차 버거운 기업에게 상생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 대안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정책 당국자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다.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존의 기술과 산업을 끊임없이 파괴하면서 발전해 왔다. 지금 유통, 물류, 수송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기존의 사업체와 산업들이 속속 퇴출된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출시하면서 기존의 모바일폰 강자인 노키아, 모토롤라가 퇴출되었다. 아마존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옴니채널을 강화하면서 100년 이상 된 전통 대형 유통점들이 문을 닫는 현상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중소상인들 보호한다고 여러 제약을 받아온 대형유통들이 최근 문을 닫거나 사업형태를 바꾸고 있다. 임의로 누구를 보호하고 말고 할 시대가 이미 아닌 것이다.
고속도로 수금원들의 정규직화를 놓고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를 답답하게 여긴 청와대 비서관은 "수금원이 없어질 직업인 줄 몰랐냐"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인식 기술과 무선 기술의 발달로 100Km 이상 달리면서도 통행료를 수금할 수 있는 ‘스마트 톨(smart toll)’이 개발된 시대다. 비정규직이었던 수금원들을 전환 배치하고 활용할 계획도 없이 무리하게 정규직화부터 약속한 결과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빚은 것은 아닌가.
대기업이든 혁신기업이든 누구도 사업의 지속성과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공유경제의 대표격인 위워크(WeWork)나 우버도 누적 손실과 IPO의 실패로 곤경에 처했다. 덩달아 공유경제 투자의 선봉에 있는 손정의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성과에도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 쿠팡도 손회장으로부터 3조원 이상 투자를 받았으나 누적된 적자로 앞날을 점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불확실성과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혁신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혁신의 장애를 거두어야 한다. 싫든 좋든 전세계가 혁신 경쟁으로 승자 독식 경제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한반도에 갇혀 대한민국을 ‘갈라파고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불과 20년 전에 빌 게이츠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춰 새로운 실험을 하기 가장 좋은 나라라고 치켜세운 적이 있다. 이랬던 나라가 지금 역으로 각종 규제의 장벽에 막혀 매력이 없는 나라로 평가를 받는다.
개방과 창의적 경쟁만이 이 파고를 넘길 수 있다. 혁신 기업들에 이런 저런 장벽을 만들어 창의를 제한하거나 혁신의 속도를 저지하면 성공의 기회는 점점 멀어질 뿐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호가 좌초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교육, 연구, 산업, 법체계 등 국가의 전환 계획이 절실하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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