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검색엔진 야후재팬이 통합돼 검색과 결제, 온라인 상거래를 아우르는 아시아 최대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양 측이 합작해 통합 법인을 신설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다. 업계는 미·중 기업 중심 글로벌 IT업계 질서에 새로운 파문이 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1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과 일본 소프트뱅크 손자회사인 야후재팬이 경영통합을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조선DB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조선DB
외신에 따르면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공동출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야후재팬과 라인은 통합 모델에 상당 부분 합의를 이룬 상태다. 야후재팬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40% 지분을 가진 Z홀딩스가 최대주주다. 라인은 네이버가 7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각각 50%씩 출자하는 방식이다. 합작사가 Z홀딩스를 보유하고, Z홀딩스는 라인과 야후재팬을 100% 자회사로 보유하게 된다.

이같은 소식에 미국 뉴욕증시에서 라인 주가는 13일(미국 시간) 26.6% 급등한 51.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당 11달러 가까이 뛰어올랐다. 2016년 상장 이후 주가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네이버, 라인, 소프트뱅크 등 3사에 상당히 긍정적이다"라며 "네이버는 자회사 가치를 키우고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의미있는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인터넷 회사로의 도약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모바일메신저와 포털이 결합한다는 점에서 ‘검색, 뉴스, 모바일메신저, 결제, 쇼핑, 콘텐츠’ 등 인터넷과 커머스 시장, 핀테크, 콘텐츠 산업을 아우르는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중 IT기업 맞선 AI 중심 아세안 벨트 구축

실제 합병 작업이 마무리되면 아시아 전역을 아우르는 인터넷 서비스가 출시될 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한·일 대표 IT 메신저와 검색 엔진, 결제 서비스가 결합된 ‘슈퍼앱’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앱은 금융과 결제, 쇼핑, 콘텐츠 등 주요 IT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통합 앱을 이르며 이중 핵심은 금융이다.

앞서 세계 인터넷 시장은 미·중 IT기업이 중심이 됐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미국 IT 서비스에 이어 틱톡과 텐센트 등 중국 기반 인터넷 서비스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역시 ‘슈퍼앱' 출시에 공을 들이면서 금융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 텐센트가 만든 위챗이 대표 사례다. 페이스북 역시 최근 페이와 쇼핑, 콘텐츠, 소셜미디어 등을 자사 앱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 작업에 열중한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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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앱 핵심은 페이 등 ‘금융’

두 회사 역시 포털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하면서 금융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야후재팬은 소프트뱅크와 함께 페이 서비스인 페이페이(PayPay)를 운영하면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인은 라인페이를 일본시장에 선보이고 2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일본 시장에서 간편결제 시장을 놓고 출혈경쟁을 이어왔다. 라인과 야후재팬은 이를 위한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다. 올해 5월에 라인은 일본 내 라인페이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대규모 마케팅 활동을 위해 300억엔(약 3258억원)을 투입했다.

여기에 라인은 일본 이외에 동남아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 라인 이용자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총 1억6000만명에 달한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간편결제인 라인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국 등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며 핀테크 영토도 넓히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 경쟁사가 더 이상 출혈경쟁 없이 일본 결제시장을 함께 통합한 다음, 해외 시장으로 핀테크 서비스 영토를 넓혀나가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글로벌 인터넷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며 "하나의 앱으로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중국 위챗같은 슈퍼앱이 IT업계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종합 플랫폼으로서 고객 기반을 넓혀나가고 고객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해가느냐가 향후 인터넷 기업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7월 손정의·이해진 만남이 결정적 계기

이번 작업에는 올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만남이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두 사람이 AI를 키워드로 사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당시 손 회장은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세계가 한국 AI에 투자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네이버는 AI로 아시아 지역을 통합하는 기술벨트를 만들겠다고 내걸기도 했다. 각 지역 기업과 연구자가 함께 기술개발해 미중 중심 IT질서에 도전하자는 취지다. 네이버는 기술개발 조직인 네이버랩스를 통해 AI기술 고도화에 힘써왔다.

소프트뱅크 역시 주로 AI기업 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던 손 회장도 AI라는 키워드로 아시아 시장을 넓혀가는 이해진 창업자의 손을 잡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라인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라인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통합이 결정된 사실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