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산업은 고객과의 접점(contact)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콜센터를 컨택센터라고도 한다.
불과 20-30년 전 만해도 모든 고객과의 접점이 대면으로 이뤄졌다. 보험 상담원이 각 가정을 방문했다. 증권과 은행 업무, 고장 수리 신청, 민원 상담 등을 하려면 고객은 지정 장소를 직접 방문했다.
그러던 것이 통신의 발달과 함께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영업 및 서비스 제공자는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을 줄이고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소비자는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서로의 이익이 부합하니 대면 서비스가 빠르게 줄어든다.
80년대 말 증권사들이 주가시세 조회서비스를 자동응답시스템(ARS) 시작한 것이 시스템을 통한 음성 비대면 서비스의 시초다. 아날로그통신 시절이다. 통신사로부터 힘들게 연 번호100개를 부여 받아 시작했다. 그 전에는 주가 정보를 얻기 위해서 객장을 방문해 전광판에서 확인하거나 조회 단말을 이용해야 했다.
통신과 시스템의 개발로 전 방위적으로 콜센터를 보급하자 대면서비스 인력이 줄어들고 콜센터 상담요원으로 대체되었다. 그래도 이때는 약간의 교육으로 대면 상담을 시스템을 이용해 통신을 통해 서비스하는 직무 전환이 가능했다.
이렇게 전환한 통신, 은행, 증권, 보험, 항공, 물류, 쇼핑, 가전제품 수리, 행정 등의 콜센터 서비스 요원이 적어도 50만은 넘을 것이다.
콜센터를 통한 서비스가 늘다 보니 일부 기업은 비용을 더 줄이려고 해외로 돌리기도 했다. 반면에 이들을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규정하고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시대가 또 변해간다. 통신과 시스템의 지속적인 발전에 인공지능(AI)이 더해지면서 곧 콜센터 요원들도 일자리를 잃을 판이다.
인공지능은 감정을 탓하지 않는다. 임금인상도 요구하지 않는다. 주 52시간 근무 제한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일도 더 잘하는 경지까지 이르고 있다. 아마존 같은 기업은 이미 쇼핑 응대를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게다가 빅데이터까지 결합해 능수능란하게 고객을 유도한다.
최근 25만명의 택시기사 일자리를 보호한다고 150만명이 이용하는 타다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실상 금지하는 법을 만든다. 사실은 택시 기사가 아니라 개인 택시를 포함한 소수의 택시사업자 이익을 보호한다. 왜냐하면 택시 기사들이 타다같은 서비스 기사를 하면 수입이 더 좋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다를 막는 논리라면 수십만 명에 이르는 콜센터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인공지능 콜센터 금지법도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달하면 택시 기사 정도가 아니라 공장, 물류센타, 유통점 등의 노동자와 서비스요원들이 일자리를 잃는다. 그 수가 조만간 수 백만 명에 달할 것이다. 이를 어찌하려나. 인공지능 시대를 막을 건지, 능동적으로 대비할 지 결정해야 한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이 4조7000억원의 가치로 독일기업과 합병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 금액은 시가총액 순위 50위 쯤이다. 현대건설, LG디스플레이, 미래에셋대우 등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액수이다. 역대 IT 벤처기업의 최대 인수금액이다. 독점이라는 굴레를 씌워 혁신의 불씨에 찬물을 붓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뭔가 큰 걸 제조하고 생산해야 제대로 된 기업으로 인식한다. 혁신이라고 하면 엄청난 기술을 동반하는 걸 의식한다. 국가부터 혁신경제를 한다며 연구개발(R&D)에 돈을 쏟아 붓는다.
이런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음식 배달이나 하는 하찮은 기업이라고 비쳐졌을 배달의 민족이다. 이런 기업이 외국기업으로부터 현대건설, LG디스플레이 등과 기업가치를 같게 인정 받는다. 이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의 혁신경제는 기술이 플랫폼 밑에 내재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삶의 방식을 바꿔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는 기업들에 의해 이뤄진다. 즉,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혁신이다.
타다의 경우로 보듯 소비자의 선택과 상반된 공급자 마인드로는 혁신경제를 이룰 수 없다. 세상의 변화에 눈감고 표만 쫓는 정치권과 이들을 따르는 공무원들이 한심할 따름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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