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차기 CEO 선임 일정으로 늦춰진 임원인사를 이르면 17일 단행한다. 차기 CEO로 내정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의 의중을 반영한 인사로, 대규모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이통업계 한 관계자는 "KT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이 빠르면 17일에 이뤄질 예정이다"라며 "늦어도 20일에는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KT 한 고위 관계자도 "구 사장이 얼마나 빠른 결단을 내리냐에 따라 일정이 앞당겨질 수 있다"며 "설 연휴 전에는 무조건 인사를 단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구현모 KT 차기 CEO 내정자(왼쪽)·황창규 회장. / KT 제공
구현모 KT 차기 CEO 내정자(왼쪽)·황창규 회장. / KT 제공
이번 인사는 24일 시작하는 설 연휴에 앞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KT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구 사장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KT는 13일로 공고했던 직원 인사평가 공개 일정을 9일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CEO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가동하는 인수위원회 구성도 생략했다. KT에서만 33년째 근무해 속사정을 훤히 꿰는 만큼 CEO직 수행을 위한 별도의 학습이 필요없다는 구 사장의 자신감이다.

KT 임원인사는 현직 CEO인 황창규 회장이 한국에 없는 시기에 이뤄진다. 황 회장은 20일부터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17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KT 관계자는 "보통 임원인사 후 현직 CEO가 승진 임원이나 새로운 직무를 맡은 임원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하지만, 황 회장은 후임자를 위해 남은 임기에 인사와 경영 등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다보스포럼 출장과 관련해 임원인사 일정을 조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임원인사는 CEO 부임을 앞둔 구 사장의 사실상 첫 행보다. 구 사장은 1964년생인 만큼 부문장급과 주요 임원을 젊은 인사로 대폭 물갈이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T에 근무하는 임원 중 30명(황창규 회장과 계열사 제외)이 구 사장보다 나이가 많다. 구 사장과 함께 차기 CEO 후보에 이름을 올린 임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오성목 사장(1960년생), 이동면(1962년생) 사장, 박윤영(1962년생) 부사장 등은 모두 구 사장보다 연장자다.

구 사장이 취임을 앞둔 첫 인사에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꺼내들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3년 ‘KT맨’인 그는 누구보다 회사 내부를 잘 알지만, 무리한 인사를 단행할 경우 부임 초기부터 내부에 적을 둘 수 있다. 과거 마지막 사장급 CEO이자 내부 인사였던 남중수 전 KT 사장은 취임 첫 해 과감한 인사를 단행하지 못했다. 남 전 사장은 2005년 8월 기존 임원진의 물갈이를 예상한 KT 안팎의 관측과 달리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부문장제를 도입했을뿐 기존 임원진을 사실상 재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