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이 급변한다. 정보통신기술(ICT)를 만나고부터다. 온라인만이 아니다. 전통 오프라인 유통 채널도 새로 진화한다. 올해 한층 진화한 인공지능(AI)와 결제시스템으로 오프라인 유통에 큰 변화가 예측된다. 그 현장을 살펴봤다.

‘손바닥 정맥 정보' 하나로 편리한 결제…세븐일레븐 시그니처

휴대전화나 신용카드 없이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결제가 가능한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다. 전국 17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늘어난 매장 수만큼 소비자들이 무인점포 시스템과 핸드 페이 기능을 능숙하게 쓰고 있을까. 23일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자리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찾았다.

김동진 기자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에서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고 있다. 시작버튼을 누르고(1번),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고 있다(2번). /사진 김동진 기자
김동진 기자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에서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고 있다. 시작버튼을 누르고(1번), 손바닥 정맥 정보를 등록하고 있다(2번). /사진 김동진 기자
핸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선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롯데카드를 발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있다. 카드발급 후 핸드페이 등록기에 손바닥 정맥 정보를 저장하면 등록된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 모양 등의 패턴을 가려 사람을 구분한다.

정맥 정보 제공을 원치 않는다면 캐시비와 교통카드,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통신사 할인도 선택할 수 있다. 기기에 상품 바코드를 인식시키면 2+1과 같은 행사 상품도 음성으로 안내한다.

꼼꼼하게 여러 기능을 챙긴 모습이지만, 바코드 인식기의 감도는 조정이 필요했다. 상품에 부착한 바코드를 찾기 위해 제품을 조금만 움직여도 하나의 제품을 두 개로 인식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다.


김동진 기자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손바닥 정맥 결제를 이용하는 모습. 시그니처 첨단 결제 시스템 기기 사진(1번). 제품을 스캐너에 인식(2번)하자, 상품이 목록에 추가된 모습(3번). 통신사 할인을 선택하고(4번) 정맥 결제(5번)하고 있다. 6번은 결제 완료 모니터 화면. / 사진 김동진 기자
김동진 기자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손바닥 정맥 결제를 이용하는 모습. 시그니처 첨단 결제 시스템 기기 사진(1번). 제품을 스캐너에 인식(2번)하자, 상품이 목록에 추가된 모습(3번). 통신사 할인을 선택하고(4번) 정맥 결제(5번)하고 있다. 6번은 결제 완료 모니터 화면. / 사진 김동진 기자
매장 점원은 계산 업무에서 벗어나 상품 진열과 매장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시그니처 매장을 이용하는 젊은 연령층은 능숙하게 무인 계산기를 사용했다.

기기 조작이 미숙한 어린이 또는 고령층이 매장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불편함은 없을까.

매장 점원은 "실제로 초등학생끼리 매장에 들어온 경우나 어르신들이 매장을 찾았을 때 핸드 페이와 무인 결제 시스템 이용 관련 문의를 많이 한다"며 "고령이 아니더라도 매장에 사람들이 몰렸을 때 기기 조작이 미숙한 소비자가 있으면 지연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매장을 이용한 한 손님은 "직원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물건을 결제하는 게 편하지만, 간단한 물건 몇 개를 사는데 정맥 정보까지 등록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평소처럼 신용카드로 결제한다"고 말했다.

매장직원 만족도는 높았다. 코리아세븐 측은 "직원들에게 설문 조사해보니 업무 시간의 대부분을 계산에 써 재고나 매장 관리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편의점 직원의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시그니처 매장을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바코드 찍지 마세요’…파리바게뜨 AI기반 객체 인식 스캐너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AI기반 객체 인식 스캐너를 테스트 운영 중이다. 파리바게뜨 직영점 34곳과 SPC그룹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패션5'에 해당 기기를 도입했다.

AI기반 객체 인식 스캐너를 도입한 파리바게뜨 양재본점을 찾아 확인해봤다.

김동진 기자가 파리바게뜨 AI기반 객체 인식 스캐너를 이용하고 있다. 1번은 인공지능스캐너. 스캐너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2번) 딸기우유를 추가하기 전 스캐너 모습(3번). 딸기우유를 내려놓자 오른쪽 상품 목록에 추가되는 모습(4번). / 사진 김동진 기자
김동진 기자가 파리바게뜨 AI기반 객체 인식 스캐너를 이용하고 있다. 1번은 인공지능스캐너. 스캐너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2번) 딸기우유를 추가하기 전 스캐너 모습(3번). 딸기우유를 내려놓자 오른쪽 상품 목록에 추가되는 모습(4번). / 사진 김동진 기자
‘AI기반 객체 인식 스캐너’의 작동 원리는 이렇다. 1단계는 제품을 다양한 각도와 위치, 배경 등에서 사진촬영해 이미지를 확보한다. 2단계로 AI를 활용해 이미지에 담긴 각 제품의 특성을 기기에 학습시킨다. 3단계로 점포에서 제품을 스캔하면 학습된 이미지와 매칭·인식해 POS로 자동 연결하는 방식이다. 점원이 따로 바코드를 찍지 않아도 물건을 올려놓으면 계산할 제품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골자다.

스캐너에 빵과 함께 우유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기기는 바로 결제 목록에 해당 상품을 표시했다. 상품에 부착한 바코드 위치를 찾을 필요도 없었고 하나의 물건을 두 개로 인식할 위험도 없어 편리했다. 하지만 최종 결제는 아직 점원의 손을 거쳐야 한다.

SPC그룹 관계자는 "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파리바게뜨도 IT 친화 브랜드로 진화할 필요성을 느껴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현재는 테스트 운영 중인 상태로 기술 개선 노력을 지속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 양재본점 관계자는 "객체 인식 스캐너를 통해 소비자 응대시간 단축과 서비스 개선, 신규 직원의 교육시간 단축과 품질 관리에 도움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날 점포를 방문한 한 소비자는 "이미지로 빵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결제 목록에 추가하는 것이 신기하다"며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계산이 빨라져 대기 시간이 줄어들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