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보안 업계가 최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시대를 맞아 인수・합병(M&A)과 전략 투자로 활로 모색에 나섰다. 차세대 기술을 외부에서 들여와 빠른 태세 전환을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전 산업계가 디지털 전환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면서 보안 업계도 덩달아 분주해진 탓이다. 네트워크 발달로 연결성이 짙어진 기업 환경을 노리는 사이버 위협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공지능(AI) 등의 기술로 똑똑함을 높인 해커의 등장도 보안 업계에는 또 다른 숙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에 따르면 파트너십과 M&A 등의 외부 수혈은 차세대 기술 도입을 가속화해 디지털 전환율을 높인다. 맥킨지는 디지털 성숙도를 높이는 기업이 3년간 평균 2건의 M&A를 수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 아이클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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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클라우드・AI 등 차세대 보안 ‘꿀꺽’

글로벌 보안 기업 파이어아이와 트렌드마이크로는 클라우드 보안 역량을 강화하고자 각각 전문 기업을 상대로 M&A에 나섰다. 기업이 개방성 높은 클라우드를 속속 도입하면서 보안 과제가 새롭게 떠오른 탓이다.

파이어아이는 22일 미국의 클라우드 플랫폼 업체 ‘클라우드바이저리’를 인수했다. 자사 플랫폼인 ‘파이어아이 헬릭스'에 클라우드 워크로드 보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클라우드바이저리는 하이브리드・멀티 클라우드 환경에서 ▲가시성 ▲보안 ▲정책 관리 기능 등을 제공한다. 파이어아이는 클라우드 바이저리 기술을 이용해 클라우드와 컨테이너 보안을 위한 통합 보안 운영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트렌드마이크로는 24일 클라우드 보안 형상 관리(CPMS) 기업 ‘클라우드 콘포미티’를 인수했다. 고객의 비즈니스 형태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클라우드 보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CPMS는 클라우드 서비스 구성을 평가하고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에바 첸 트렌드마이크로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콘포미티는 클라우드 도입 시 따르는 위협 요소를 정확히 이해하는 곳이다. 클라우드 콘포미티의 솔루션, 인력, 기술과 트렌드마이크로가 만나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M&A 배경을 설명했다.

제이슨 인수 체결식을 진행하는 (왼쪽 네 번째부터) 강석균 안랩 CEO와 김경화 제이슨 대표. / 안랩 제공
제이슨 인수 체결식을 진행하는 (왼쪽 네 번째부터) 강석균 안랩 CEO와 김경화 제이슨 대표. / 안랩 제공
AI 등의 차세대 기술을 도입해 사이버 위협 대응력을 높이려는 시도도 보인다.

안랩은 AI 보안 역량을 높이고자 22일 AI 정보보호 스타트업인 ‘제이슨’을 품었다. 제이슨의 AI 이상행위 분석 기술을 자사에 접목해 솔루션과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AI 기반의 클라우드 보안 관제 영역으로도 사업과 기술 시너지를 확대한다.

강석균 안랩 CEO는 "AI를 활용한 보안은 가트너의 2020년 10대 전략 기술로 선정될 만큼 중요도와 활용도가 높다"며 "양사가 보유한 AI 보안 기술과 대량의 위협 데이터를 연계해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략 투자’로 돌다리 두드려본다…M&A 가능성 모색

M&A에 부담을 느끼는 곳은 전략 투자로 기회를 찾는다. 공동 연구와 제품 출시로 협력 시너지를 평가하는 한편 M&A 가능성을 점친다.

안랩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보안 역량을 높이고자 다수 정보보호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보인다. 클라우드 보안을 위해서는 2019년 7월 스파이스웨어에 투자를 진행했다. 양사는 클라우드 정보보안 기술을 공동 연구할뿐 아니라 관련 제품 개발 등의 사업 협력도 추진한다.

2019년 2월에는 보안 인증기술 스타트업인 와이키키소프트와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전략 투자를 진행했다. 차세대 인증기술을 개발하면서 관련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김기인 안랩 부사장은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향후 혁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면서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21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신용훈 소닉월 지사장. / 소닉월 제공
21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신용훈 소닉월 지사장. / 소닉월 제공
글로벌 보안 기업 소닉월은 클라우드 보안을 돕는 ‘제로트러스트(Zero-Trust)' 제품을 내놓고자 최근 ‘페러미터81’에 투자하고 협력했다. 제로트러스트란 인증 절차를 마련해 사용자의 데이터 접근을 제어・관리하는 서비스다. 페러미터81은 이같은 ‘제로트러스트 서비스형 보안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신용훈 소닉월 지사장은 "많은 것을 일시에 투자하기보다는 빨리 시작해서 시너지가 어느 정도인지 보고 사업을 진행해야 했다"며 M&A가 아닌 투자 방식을 선택한 배경을 짚었다.

지니언스도 지능형 악성코드 대응력을 높이고자 2019년 8월 인텔리전스 위협 분석 기업인 ‘엔키’에 전략 투자를 진행했다. 안티 바이러스보다 한 단계 진화한 단말 위협 탐지・대응(EDR) 솔루션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지니언스는 엔키의 맞춤형 인텔리전스 보안 서비스와 자사의 통합 보안 플랫폼 기술, 영업 노하우를 접목해 시장을 선점하고자 윈윈 전략을 세우게 됐다고 협력 배경을 전했다. 이동범 지니언스 대표이사는 "엔키와의 협력으로 국내외 EDR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수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장은 "보안 업계 M&A와 투자 행보는 산업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계속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향후에는 M&A와 투자 주체로서 신뢰를 주는 회사가 향후 보안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