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AI+X ② 5G생태계 ③ CDO(최고디지털전환책임자) ④ 모빌리티 ⑤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⑥ 클라우드+ ⑦ 게임 구독·스트리밍 ⑧ M&A ⑨ X테크 ⑩ 뉴 디바이스 ⑪ 셰어링(Sharing) ⑫ 공간(Space) ⑬ 버추얼(Virtual) ⑭ 리질리언스(Resilience) ⑮ 딥페이크(Deepfake) ⑯ 퀀텀
⑰리스킬(Reskill) ⑱인문학

"인문학 연구, 그리고 인공지능(AI)과 연결된 사회적 문제 연구에 써달라."

사모펀드의 제왕으로 알려진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은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학에 1억5000만파운드(약 2200억원)를 쾌척하며 이같이 말했다. 옥스퍼드대 설립 이후 단일 기부금으로 최대 금액이다.

슈워츠먼 회장이 거액을 기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AI·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의 파급력이 큰 만큼 이를 제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람에 대한 이해 없이 기술과 데이터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아이클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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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스킬을 키워라

인문학은 의사소통 능력, 창의력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을 키우는 기반이 된다. 글로벌 기업은 직원 채용시 소프트 스킬을 높이 평가하는 추세다. 정보나 지식을 얻기 쉬운 환경인 만큼 이를 활용하고 다루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IBM 계열 기술컨설팅업체 블루울프는 직원 대부분을 인문학도로 채웠다. 에릭 베리지 블루울프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한 결정이다. 그는 과거 고객사와의 관계에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인문학 전공자를 통해 해결한 경험이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에 접근해 해결책을 찾는 인문학적 태도가 중요함을 깨달았다.

에릭 베리지 대표는 TED 강연을 통해 "과학이 무언가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건 인문학"이라며 "인간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개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닛산도 인문학 전공자를 수석연구원으로 영입했다. IBM 출신 문화인류학자인 멜리사 세프킨이 그 주인공이다. 멜리사 세프킨은 닛산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인간의 행동 분석 연구를 한다. 사회와 조화를 이루고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멜리사 세프킨 수석연구원은 "자동차는 대단히 사회적인 물건이다.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매일 자동차와 상호작용을 한다"며 "미래 차량시스템 개발에 사회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 아이클릭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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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에서 근무하는 올리버 미커도 잘 알려진 사례다. 그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출신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로 IBM에 입사, 인공지능 왓슨 프로젝트를 맡았다. IBM은 그가 4년 간 베트남에서 거주하며 그곳의 기업문화와 생활상을 분석한 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인문학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기술 혁신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만큼 차별화도 어려워진다. 기술적 한계에 부닥치면 더욱 그렇다. 새로운 접근과 발상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이럴 때 잠깐 기술과 멀찌감치 떨어져 볼 필요가 있다. 그 기술을 쓸 고객이 정작 뭘 원하는지 원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이 그 실마리를 제시할 수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소셜미디어 업체 링크드인은 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한다며 미래를 위해 새로운 기술과 사고방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링크드인이 꼽은 2020년 기업이 갖춰야 할 능력에는 창의성 설득력 협업 능력 적응력 감정 지능 등이 포함됐다.

아이팟, 아이폰으로 디지털음원과 스마트폰 세상을 연 애플이 이를 기술만으로 이룬 게 아니다. 애플 특유의 직관적 사용자인터페이스와 사용자경험도 기술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결합했기에 가능했다. 애플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의 밑바탕에는 사회과학적 분석 역량도 깔려 있다. 애플이 부분 기술 자체로는 삼성, 화웨이 등에 추월 당해도 여전히 리더십을 유지하는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가 몇년전부터 연구원부터 CEO까지 인문학 교육을 강화하고, 인문학 출신을 개발자로 키우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눈에 확 보이지는 않지만 결국 드러나는 차이를 좁히려는 시도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기술 혁신 경쟁은 올해도 이어진다. 상성이 그간 쌓은 인문학적 역량을 언제 어떤 제품과 기술에 투영할 것인지, 얼마나 드러낼 것인지 살펴보는 것은 애플과의 경쟁을 바라볼 또다른 관전 포인트다.

삼성 뿐만 아니다. LG, 현대기아차 등 다른 기업들도 최근 공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 양성에 공을 들인다.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가려면 마땅히 거쳐야 할 관문이기 때문이다.

조지 앤더스 포브스 기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다"며 "다양한 산업 및 기업 구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