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만 년 전, 선사시대에 이미 돌이나 뼈에 기하학적 무늬나 숫자를 표기해 셈을 한 흔적을 확인 할 수 있다. 기원 전 1800년 경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플림톤 322’ 라는 점토판에 쐐기문자로 직각삼각형 길이를 나타내는 수가 적혔다고 한다. 1000년을 앞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기원전 1650년경 고대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농토 면적 구하는 법, 이등변삼각형과 등변사다리꼴 넓이 구하는 방법 등 여러 수학적 기록이 남겨졌다.
중국은 원나라 때부터, 우리나라는 조선 중기부터 오늘날 같은 모양의 주판을 사용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서양에서 훨씬 전에 고대 이집트, 그리스 등지에서 사용됐다. 로마는 ‘아바크(Abaque)’라는 주산을 가르치기도 했다.

전자계산기(calculator)와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셈을 위해 주산은 장터부터 금융기관, 연구소, 행정기관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톱니바퀴를 활용한 기계식 계산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70년대 말까지 만해도 부기와 함께 주산은 상업계고등학교의 중요한 교과목이었다. 전국에서 주산 8단이 많이 배출돼 은행, 특히 경마장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계산을 해야 하는 기관이 서로 모셔갔다.

초기 전산기 도입 과정을 지켜 본 사람은 기억할 것이다. 월급날이면 회계과에서 주산이나 계산기로 계산해 봉투에 돈을 세어 넣어 줬다. 전산 도입으로 월급을 자동 계산하고 봉투 인쇄까지 하자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이후 은행 시스템 발달로 현재와 같이 통장에 이체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이와 같이 전산기 도입으로 수많은 과학적 상업적 계산을 빠르고 쉽게 만든 것이 국가 생산성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개인용컴퓨터를 도입하면서 주판이나 계산기 대신 엑셀 같은 계산 프로그램들을 사용했다.

계산방식의 발전은 인류 문명과 궤를 같이 한다. 유아 교육에도 수의 다양한 개념을 자연스럽게 터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영역이다.

최근 교과과정을 개편하면서 수학에서 벡타나 행렬 같은 고급 수학 개념을 제외한다고 한다. 컴퓨터 같은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고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니 아주 평이한 수학만 가르치면 된다는 논리인 것 같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전문가를 어떻게 키울 지 모르겠다.

인도가 수학 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복구구단(2x2~99x99)을 가르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수에 천재적이다 싶은 인도 출신들과 일한 경험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같은 대표적인 IT 기업 CEO가 인도 출신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아도 수의 흔적은 문명의 중심에서 발견된다. 한 국가의 수학적 능력의 총합은 국가 경쟁력의 기초라고 할 것이다. 논리적 사고를 키우는 중요한 기본일 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의 여러 기술을 구현하는 핵심이다. 누구나 다 잘 할 필요는 없으나 수학적인 능력을 갖춘 사람이 과거보다 더 필요한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를 수 만 명을 키우겠다 하면서 수학 교육을 약화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더라도 그 분야로 진출할 인재들에게 오히려 심화교육을 조기에 시켜야 한다. 국가의 컴퓨팅파워가 국력인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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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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