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지난 3월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을 신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울대와 맺은 협약을 바탕으로 연합전공 운영을 지원한다.

연합전공 신설을 주관한 이혁재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장은 IT조선을 만나 전공 제도와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김동진 기자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 김동진 기자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에 대해 소개해달라.

학과에 상관없이 학사과정 2개 정규 학기 이상을 이수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본인의 전공과 병행하는 복수 전공 방식이다. 전기·정보공학부가 전공 신설을 주관했으며, 80명의 학생을 선발해 이번 학기부터 운영하고 있다.

AI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응용 및 서비스에 사용하는 인공지능반도체 개발을 위한 전문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반도체 회로와 시스템 설계뿐 아니라 응용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교육까지 제공한다. 실험과 실습 교육도 병행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한다.

―기업과 협약을 맺고 반도체 전공을 신설한 타 대학이 꽤 있는데 차이점은 무엇인가?

계약학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타 대학은 졸업 후 협약을 맺은 기업에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 제도라면 서울대 연합전공 과정은 그렇지 않다.

계약학과를 개설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특정 기업을 위해서 인재 교육을 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은 아니라는 의견이 학내에 더 많았다. 대신 기업과 연계해 인턴십 제도와 전문가 초청 강연, 장학금 제도를 운용할 계획이다.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과정을 통해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첫째로 턱없이 부족한 전문 인력 양성이다.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생이 160여 명이라면 실제로 반도체 전문 교육을 받고 졸업하는 학생은 20~30명 안팎이다. 이는 타 대학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대를 맞아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모두를 아우르는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이 많이 배출돼야 한다. 박사급, 더 나아가 박사 후 전문 연구원이 풍부해야 한다. 연합전공 과정을 통해 전문 인력을 추가로 양성할 수 있다.

둘째로 타 전공 지식을 갖춘 학생들이 반도체 분야에서 발휘할 시너지 효과다.
예컨대 자동차 공학에 관한 지식을 갖춘 학생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복수 전공한다면 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혁신적인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이터 마이닝을 다룬 학생이라면 반도체 실험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실패를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로의 전공 지식을 나눌 수도 있다.

―이론과 실습의 균형을 위해 새로 마련한 실습 과정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3가지 과목이고 이 중 2과목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과목명은 AI 시스템 설계 프로젝트와 AI 반도체 회로 설계 프로젝트, AI 반도체 소자 설계 프로젝트이다.

AI 시스템 설계 프로젝트 과정에서는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와 개발을 실습한다.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 다양한 AI 시스템을 위한 응용 개발, 시스템 아키텍처, 시스템 소프트웨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설계하고 활용하는 연습을 한다.

AI 반도체 회로 설계 프로젝트 강의에서는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위한 아키텍처, 하드웨어 회로 설계 및 구현 과정들을 실습한다. 설계한 회로의 동작 검증을 위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모의 검증,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 구현 검증, 칩 제작을 통한 검증을 수행한다.

AI 반도체 소자 설계프로젝트 실습에서는 이온주입공정, 사진공정, CVD(chemical vapor deposition) 공정, 산화공정, 건식식각공정, 금속화공정 등 CMOS 공정에 필요한 단위공정의 일부 혹은 전 과정을 다룬다. 반도체 소자 개발과 검증 이르는 과정들을 경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년 과정인 인공지능반도체 공학 연합전공,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에 충분한가?

물론 부족하다. 2년간 가장 기초적인 부문을 교육하는 것이다. 정규 과정 외에 방학을 이용한 단기 강좌를 개설하고 정규 과정과 별도로 반도체 툴 교육을 해 보완하려고 한다.

연합전공 과정은 전공자 외에 반도체 분야 전문 인력을 추가로 배출할 기회다. AI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메모리 분야도 중요하지만, 취약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도 강화해야 하는데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일례로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디자인 하우스 GUC(Global Unichip Corporation)는 700여명의 인력을 보유했다. 반면 한국의 디자인하우스 인력을 모두 합치면 600여명이다.

해법은 결국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다. 이 인력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수들도 부족하다. 이를 위해 박사 후 연구원 제도를 집중 지원해 교수급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 시작이 인공지능반도체공학 연합전공 과정이라 생각한다. 연합전공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 매력을 느낀 학생들이 석·박사 과정으로 진학해 차세대 반도체 분야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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