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공간(workplace)을 혁신하자고 하면서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개인별 휴지통과 파일박스를 없애도록 하는 것이다. 꼭 개인 소장이 필요한 물품은 개인별 락커를 만들고 부서 공유가 필요한 자료는 공용 파일함에 보관하도록 한다. 휴지통은 사무실 전체에 공용으로 하나 정도 비치하도록 한다.

개인별 휴지통을 없애는 것은 쓰레기를 만들지 말자는 것이며, 누가 휴지통을 비워주는 수고(시간과 비용)를 줄이자는 뜻도 있다. 책상에 붙어있는 개인별 파일박스를 없애자는 것은 자료를 혼자만 지니는 문화를 없애기 위함이다. 파일박스가 없으니 개인이 소유(?)한 종이 자료를 갖고 있을 수가 없다. 공용함으로 옮겨 공유하던지 버려야 한다.

그 다음 단계로 평상시에 무심코 하는 종이 인쇄를 90% 이상 줄이자고 주장한다. 그냥 줄이자는 캠페인만으로는 안 된다. 아예 종이 구매 예산을 줄이는 결단을 해야 한다. 사실 종이 구매 비용보다 회의, 보고 등을 위해 프린트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훨씬 비효율적이라서 그렇다. 특히 낮은 직급의 직원들은 인쇄물을 챙기는데 엄청난 시간을 쓴다. 그 것도 한번이 아니라 수정할 때마다 다시 인쇄하고 묶고 배포하는 수고를 한다. 우리 업무 공간에서 보는 대표적인 비효율의 사례이다.

이참에 공공기관은 제안, 공모, 입찰, 납품, 보고서 등에 따르는 인쇄물을 줄이는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이다. 관공서를 다니다보면 이 인쇄물들을 보관하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 또한 큰 숙제이기도 하다.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 인쇄 대신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물리적인 설비가 서버이냐 클라우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선 자료를 디지털화해 공유하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종이 자료만이 아니라 디지털로 작성한 자료까지도 대부분 개인별로 보관하는 실정이다.

대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 실제 파일을 첨부해 보내는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 무슨 파일형식으로 작성했든, 어떤 전달 프로그램을 이용하든, 실제 파일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 파일을 저장한 장소의 주소(url)만 보내자.

무심코 이메일에 첨부해 보내는 파일은 엄청난 디지털쓰레기(garbage)를 발생시킨다. 심지어 수정하고, 주고받으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전달한다. 얼마나 많은 파일이 오고가는지 상상할 수 없다.

이게 다 쓰레기인 이유는 불필요하게 많은 복사본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 언제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어디에 보관했는지 몰라 메일을 뒤지는 게 흔한 일이다. 보안도 매우 취약하다. 중요한 자료들이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디지털공간에 마구 떠다닌다.

한 조직의 문서를 체계적으로 분류해 지정 장소에 보관해 조직 내에서 다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문서 작성자와 관리자가 권한을 갖고 그 문서의 다운로드, 인쇄, 전달 여부, 워터마크 등의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말로만 공유와 협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체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중요한 자료가 쓰레기와 함께 섞여 떠돌아 다니게 하지 말아야 하며, 불필요하게 중복해서 많은 복사파일을 만들지도 말아야 한다. 종이 인쇄를 줄이고 파일의 전송만 막아도 업무의 효율, 공유와 협업의 문화, 무의식 중에 새는 보안 위험 방지도 고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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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ho123j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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