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구매 내역이 신용정보?’ 정부의 애매한 기준에 산업계 반발

북마크 완료!

마이페이지의 ‘북마크한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북마크한 기사 보러가기 close
입력 2020.09.02 06:00
금융위,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에 해당
전자상거래 업계 "주문 내역은 개인정보일 뿐" 반발
"네이버처럼" 분사하면 해결될까 ‘전전긍긍’

‘고객이 구매한 신발의 브랜드와 사이즈, 색상은 신용정보일까?’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하는 '신용정보' 범위를 두고 금융당국과 전자상거래업체 간 논란이 거세다. 금융위는 쇼핑 내역도 신용정보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전자상거래 업체는 신용정보가 아니라며 반발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을 예로 들며 분사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셈법을 내놔 눈길을 끈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은행·카드·보험·통신사 등에 흩어진 금융거래 정보를 일괄 수집해 금융소비자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상품 추천, 금융상품 자문 등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참여 기업은 금융정보를 기반으로 한 투자 서비스나 관련 사업영역을 보다 확장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면, 활용 가능한 개인 정보가 많을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


/금융위원회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1번가·SSG닷컴 등 전자상거래업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해야 하는 정보 가운데 '온라인 쇼핑 주문내역'이 포함돼 논란이다. 온라인 쇼핑 주문 내역이란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신발을 구매한 경우, 신발 브랜드와 사이즈 등이 포함된 정보다. 개인의 선호도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기존 영수증에 기재된 품목 데이터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A 은행이 고객 동의를 얻어 전자상거래업자에 데이터를 요구하면 이들은 고객의 결제내역 뿐 아니라 온라인쇼핑 주문 내역까지 제공해야 한다.

전자상거래 업계는 이같은 조항이 당초 입법 예고에 없던 내용이라고 주장한다. 또 주문 내역 정보는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가 통신판매업을 하며 쌓은 데이터라고 강조한다. 앞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주문내역 정보는 신용정보가 아니므로 시행령을 즉각 재개정하라"는 성명서를 낸 이유다.

전자상거래 업체 한 관계자는 "해당 데이터는 전자금융업으로 인해 발생한 데이터가 아니기 때문에 제외하는게 맞다"며 "기존에 규정된 신용정보 개념과도 다르기 때문에 엄연히 새로운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융위는 전자상거래 주문 내역 정보는 애초 규정한 '신용정보'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현행 신용정보법상 신용정보 개념에 신용정보 주체의 거래내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상법상 상행위에 따른 상거래의 종류·기간·내용·조건 등에 관한 정보도 해당된다. 주문 내역 등 쇼핑 정보도 신용정보로 보아야 하는 근거다.

금융위 관계자는 "신용정보 개념이 바뀐 건 아니기 때문에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별도 고지를 해야할만한 사항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권도 전자상거래 업체의 주문내역 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마이데이터 사업 자체가 금융뿐 아니라 비금융분야 신용정보까지 결합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취지이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권은 금융사 정보가 ‘더’ 많이 개방된다는 점을 이유로 ICT 등 핀테크 기업으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받아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규제 비켜간 네이버…"분사하면 법망서 제외"

업계 일각에서는 분사를 하면 전자상거래 업체가 정보 제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제공되는 정보는 전자금융업자의 신용정보인 만큼 전자금융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두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들은 대표 간편결제 업체인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를 예로 든다. 11번가‧SSG닷컴 등 대부분 전자상거래 업체는 간편결제 사업을 하기 위해 직접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했지만 네이버는 전자금융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고 자회사로 둬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 본사는 전자금융업자가 아닌 일반 IT기업이기 때문에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네이버파이낸셜은 정보 제공 대상에 오르기 전 이미 분사했다"며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가 네이버와 같이 별도 법인으로 분사할 경우 손대지 못할 뿐 아니라 강제로 분사를 못 하게 막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정보를 제공하기 싫으면 분사 밖에는 없다는 셈법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하지만 분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전자상거래 업체의 고심은 깊어진다.

전자상거래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전자금융업 등록을 말소하고 분사를 해야 하는 지 선택하라는 것인데 연말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운 일이다"며 "품목데이터 까지는 영수증 정보와 같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그 외 나이·브랜드 등 개인 정보는 왜 제공해야 하는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윤미혜 기자 mh.yoon@chosunbiz.com

0
주요 뉴스
지금 주목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