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코나EV 전기차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 불량 가능성을 지목했다. 화재 원인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크지만, 원가 절감과 성능 향상에 앞서 배터리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화재 위험이 없는 배터리 기술의 필요성이 자연스레 대두된다.

발열 및 인화성 위험이 없는 대표적 기술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다.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 구조/ 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왼쪽)와 전고체 배터리 구조/ 삼성SDI
전고체배터리는 액체의 전해액이 아닌 고체의 전해질을 사용해 발화 가능성이 ‘0’에 가깝다.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안전과 관련된 부품을 줄이고, 그 자리에 에너지 용량을 높이는 물질을 채울 수 있어 성능도 더 뛰어나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이유다.

일본 파나소닉-도요타자동차 연합은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세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를 40%쯤 보유했다. 양사는 합작법인(JV)을 통해 2022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테슬라는 2019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맥스웰테크놀로지를 2억1800만달러(25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근접해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I의 천안사업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을 만나 전고체배터리 기술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 2020 코나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현대차 2020 코나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국내 연구진 역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로 가는 길을 앞당기기 위해 관련 연구개발(R&D)에 열을 올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공동연구팀은 15일 활물질 간 원활한 리튬이온 확산 특성을 규명해 새로운 형태의 전고체 이차전지용 전극 구조를 설계했다.

ETRI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흑연 활물질 입자 간에도 이온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활물질과 바인더로만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전고체 이차전지용 전극 구조를 제안했다. 전극 내 고체 전해질이 없어도 전고체 이차전지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고체 전해질이 필요없어 같은 부피에 더 많은 활물질을 전극에 집어넣을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9월 8일 전고체전지용 고체 전해질을 기존 10%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전기차, 전력저장장치(ESS) 등에 적용 가능하다. 연구팀은 2019년 기술에 대한 원천특허 출원을 마쳤다. 수요업체를 발굴해 전고체전지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3월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형철 에너지소재연구단 박사팀이 액체전해질과 동등한 수준의 이온전도도를 지닌 황화물계 슈퍼 이온전도성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보고한 새로운 합성법을 활용하면 슈퍼 이온전도성 소재를 빠르게 양산할 수 있다. 수일 이상의 합성 공정이 필요했던 기존 공정과 달리 10시간 이내로 공정 시간을 줄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9월 22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주차장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데이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유튜브
그동안 LG화학, SK이노베이션, CATL 등 주요 배터리 업체는 원가 절감을 목표로 코발트 함량을 줄인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이 니켈, 망간과 함께 핵심 소재인 코발트 비중을 낮춘 배터리 개발에 집중한 이유는 가격 부담과 수급 문제 때문이다.

테슬라는 9월 22일(현지시각) ‘배터리데이’를 통해 배터리 자체 생산 계획을 밝히면서 장기적으로 ‘코발트 제로화’를 선언한 바 있다.

중국 CATL은 이미 코발트가 없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테슬라 ‘모델3’에 공급 중이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모델3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LFP 배터리는 코발트와 니켈을 쓰는 타사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적고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CATL의 주력 배터리인 NCM 811(니켈 80%·코발트 10%·망간 10%) 배터리도 최근 연이은 화재 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화재가 발생한 코나 EV에 탑재된 배터리는 LG화학의 NCM622(니켈 60%·코발트 20%·망간 20%)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배터리는 상용화 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전기차에 실제 탑재할 만큼 안정성이나 양산 기술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성능과 안정성을 개선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