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은 국가의 핵심 인프라에 해당한다. 디지털 뉴딜의 성공이나 디지털 기반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통신의 지속적인 발전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통신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속 터지는 일이 한 둘이 아니다. 국가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비해 동네북 취급을 받기 일쑤다.
최근에 어떤 국회의원은 통신비 지원을 통신사에 지급을 해 주었으니 통신사도 상응하는 기여를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통신비 지원은 사실 할인 처리 비용이 들 뿐 통신사에게는 이득이 없는 일이다. 이렇듯 통신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통신사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보니 통신사는 제대로 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현실이다.
규제의 늪과 혁신 의지와 능력의 부족이 결합된 상황을 주식 시장은 잘 말해 주고 있다. 지난 20년간 국내 100대 기업의 시가총액이 250조원에서 1000조원으로 커지는 동안 통신3사의 시가 총액은 52조원에서 22조원으로 오히려 줄어 들었다. 2018년에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게임3사 시가총액이 34조원으로 통신 3사의 32조원을 넘어 섰다.
금년에 게임3사는 55조원으로 더 커졌는데 통신3사는 오히려 22조원으로 떨어졌다. KT 주가 만 보아도 2000년대에는 10만원 넘던 주가가 KTF를 합병했음에도 2010년대에는 4만원 선을 유지하더니 금년에는 3만원 이하에서 헤매고 있다. 1만7천원대의 역대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악이라는 얘기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통신산업의 중요성과 현실을 이해하고 국가의 중추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통신사 스스로는 첨단 산업의 이미지에 걸맞게 기업을 혁신하고 사업 방식을 트랜스포메이션해야 한다.
통신을 정치적으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통신료를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나선다든지 단통법 같은 엉터리 법을 만드는 것이 좋은 예이다. ‘스팟’ (번개같이 소수에게 제한된 방식의 마케팅 기법)으로 정보를 공개해 보조금을 많이 지불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통법을 만들었다.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고 시장을 왜곡시키는 법을 아무 거리낌없이 만들었다.
전국민을 호구로 만든 법이다.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가격으로 사는 것이 공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 아니다. 단말기와 통신사의 서비스 비용만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임대료, 인건비가 다르고 처리하는 물량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할 요인이 많다. 경유 가격이 전국의 주유소마다 천차만별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통신사는 시장원리에 따라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서비스 가격, 조건, 마케팅비용 모든 걸 규제 당국에 신고, 승인을 득해야 한다. 글로벌회사가 전세계에서 하고 있는 대로 10년 간의 서비스 계약을 하겠다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약관이라는 형식의 가입 만 있을 뿐 기업 간의 여러 조건을 담은 계약을 수용할 수 없다.
최소한의 규제를 남기고 기업이 서비스를 다양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투자는 강요하면서 돈을 버는 방식을 규제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다. 그러니 아무리 통신사를 더 만들어도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통신사도 기업의 경영, 유통체계, 서비스 방식, 서비스 조건들을 혁신해야 한다. 단말기에 의존하지 말고 본연의 통신 서비스로 경쟁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규제 당국도 통신사가 단말기 영업으로부터 탈피하게 해야 한다. 영국 히드로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유심 자판기이다. 여러 통신사의 여러 조건을 가진 유심을 자판기에서 구입해 갈아 끼우면 현지의 통신사를 이용하게 된다.
이동통신 초기에 전세계적으로 단말기 제조사가 많고 수도 없는 단말기가 출시되던 시기에 형성된 유통 방식도 바꿔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은 앱과 서비스의 플랫폼 기능 까지 갖게 되어 소비자의 단말기 로열티가 높아졌다. 소비자가 단말기를 자유롭게 선택한 이후에 통신서비스는 얼마든지 온라인으로 가입, 변경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통신산업은 장기간의 로얄 고객을 천대하는 유일한 영역이다. 통신사를 바꾸거나 단말기를 바꿔야 대우받는 상황이다. 그러니 보조금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통신 과소비를 촉진하고 따라서 통신비가 비싸다는 오해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기간의 고객이 우대 받는 시장으로 바꿔야 한다.
돈을 퍼부어 가며 통신사끼리 고객을 뺏고 뺏기는 소모적인 전쟁을 멈춰야 한다. 대신 통신과 타 산업의 융합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진정 국가의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되어야 한다. 이게 전세계적으로 통신 인프라 순위를 매기는 이유이다.
정치권의 바른 이해와 규제당국과 통신사의 공동 노력
으로 우선 통신 산업이 정상화 되어야 한다. 또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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