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디지털 대전환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내 미디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아날로그 시절 적용되던 법체계 틀을 유지한 채 부분적으로 규제와 정책을 뜯어고치다 보니 누더기 정책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권오상 미래미디어연구소 방송통신·인터넷정책센터장(왼쪽), 노창희 부센터장 / 미디어미래연구소 영상 갈무리
권오상 미래미디어연구소 방송통신·인터넷정책센터장(왼쪽), 노창희 부센터장 / 미디어미래연구소 영상 갈무리
변재일 의원실과 미디어미래연구소는 22일 ‘국내 미디어생태계 지속 성장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사회구조적으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총론 차원과 각론 차원의 법·제도적, 정책적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정부, OTT 혁신 지원하고 레거시 규제 풀어줘야"

첫번째 발제를 맡은 권오상 센터장은 코로나19는 현재 우려보다 빠르게 극복될 수 있다고 하면서, 코로나 극복을 전제로 선제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디지털 뉴딜에서 ‘비대면’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정책은 소외돼 있다고 지적하며, 비대면 기반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진흥은 디지털 뉴딜 성공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권 센터장은 "미디어 트렌드가 공익성을 강조하는 ‘공정’에서 ‘혁신’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 또한 민간의 혁신을 유도하는 ‘Wait and see’로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발제를 맡은 노창희 부센터장은 ‘유료방송 규제혁신을 위한 개선방향’을 주제로 유료방송 정책의 문제점인 시장 변화와 정책의 괴리, 규제체계, 구조적 문제점 등을 다뤘다.

노 부센터장은 유료방송 정책과 관련해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 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는 진입, 소유·경영, 점유율, 요금, 채널편성 규제 등 다양한 사전규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 부센터장은 "법체계가 새로운 기술환경에 맞게 개편되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변화하다보니 나쁜말로 누더기 정책이 되고, 규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규제를 유연화해 사업자의 자율성을 증진하고, 사전규제를 최소화해 사업자가 새로운 시도와 투자를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 되는 제약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유료방송 기술 규제와 관련해서도 유료방송 별로 전송방식에 따라 각각 다른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유료방송 기술 규제 개선을 위해 동일한 환경변화 상황에서 방송법 제2조 제26호 '기술결합서비스'의 '전송방식 혼합사용'에서 수평적 혼합만으로 좁게 해석되고 있는 정의 규정을 수직적 혼합도 포함하는 것으로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방송법 제2조에서 '동일한 주파수 대역을 통해서'라는 문구를 삭제하거나, 전송매체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통해 기술방식을 보다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노 부센터장은 유료방송 요금도 현재 승인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며 "최소채널 상품 및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사후규제를 통한 취약계층 보호가 필요하며, 재허가, 최대주주변경 심사 간소화 및 부관조건 완화 방안도 제시했다.

OTT 거버넌스 문제 해결해야

이날 세미나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전문가들은 새로운 미디어 OTT 활성화를 위해 거버넌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시장을 자율화하는 것도 혁신의 일부라 생각한다"며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OTT 관련해선 미디어 시장 생존방안 마련에 ‘Watch and Support’할 수 있도록 정부부처가 힘 합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대체 누가 컨트롤하는지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부처가 힘을 합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 분명하게 보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규제기관 협치가 있을 수 없다"며 "조직문화 자체가 다르고, 정책 담당자도 계속 바뀌다 보니 컨트롤타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박사도 "최근 발표한 미디어 발전 정책을 보면 여러 부처가 합심해 만들긴 했지만, 각 부처가 하던 것을 합치는 데 그쳤다"며 "규제 완화보다 근본적인 출발은 거버넌스 정비며,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여야 상관없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 정책 관련 제언이 있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더불어민주당)은 "유료방송 활성화를 위해 기존 MSO 위주 정책에서 SO 정책에 더 방점을 찍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OTT 최소 규제는 동의하지만, 역차별 문제 등을 해소와 진흥을 위한 기본적인 규제의 틀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도 "미디어의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구분이 모호하다"며 "시장이 개방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지므로 공공과 민간 영역에 대한 구획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