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도 자금도 부족한데 정책 홍보도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매우 난감합니다." - A 응답자
"고액의 예산을 들여서 진행하는 사업이면 많이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인데도 정확한 내용을 모릅니다." - B 응답자

한국판 뉴딜의 핵심 ‘디지털뉴딜’ 사업에 대한 산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다. IT조선이 2021년 신년을 맞아 벤처기업협회·이노비즈기업협회와 공동으로 27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내용 일부다.

디지털뉴딜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야심차게 기획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내년까지 13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당연히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기술혁신형기업에 기회가 가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접근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설문 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디지털뉴딜 프로젝트 성과를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 가운데 가장 큰 이유로 ‘홍보 부족’(32.0%)을 꼽았다. 개별 사업인 ‘데이터바우처 사업을 활용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도 ‘알지 못해 신청을 못했다’가 45.6%로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같은 접근 어려움은 당연히 지원 혜택 양극화로 나타난다. C 응답자는 "지원 실적이 있는 기업이 또 다시 받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계획서를 잘 쓰기 위한 컨설팅회사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조사대상은 벤처 확인과 이노비즈 인증 기업들이다. 정부 정책에 관심이 많은 곳들이다. 이들이 접근이 안된다면 정부 정책과 함께 시장에 뛰어든 젊은 청년 기업가와 스타트업들은 어떨까.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부소장은 "정부가 홍보해도 기업이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홍보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좀더 기업 현장에 다가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수요자에 맞는 홍보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해법은 당연히 ‘탁상’이 아닌 ‘현장’에 있다.

이번 조사에서 한 응답자는 "지원을 꼭 받고 싶다. 자료를 송부해주면 업무에 큰 도움이 될것 같다"며 설문지 건의사항에 실명과 이메일주소 그리고 휴대폰 연락처를 남겼다. ‘얼마나 애가 탔으면 이렇게 적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정책 발표와 실행이 급했다. 인정한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야 한다. 작년 수순을 그대로 밟아서는 안된다. 특히 지난해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올해 ‘날로 먹겠다’며 대기하고 있다.

현장 정책 실행 기관은 지난해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그래왔고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제대로 홍보와 관리가 요구된다. 필요하면 청와대가 나서서 챙겨야 한다. 단순히 예산 소진이 아닌 공평하고 필요한 곳에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디지털뉴딜’ 성공을 강조하며 "디지털 격차를 줄여서 포용적인 경제를 만들어내는 것도 우리의 큰 과제"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디지털 정책의 접근성 격차를 좁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유증을 남긴다. 이는 디지털뉴딜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꼬리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