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미국에 아이폰이 있다면 40년전 프랑스에는 미니텔(minitel)이 있었다. TGV와 함께 프랑스인들이 가장 자랑하는 기술로 꼽히기도 한다.

미니텔은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십 수 년 전에, 또 개인용 컴퓨터(PC)도 희귀품이던 1980년대 초반 국영 프랑스텔레콤(현 오랑주)이 전화와 정보기술을 결합해 도입한 문자 기반의 통신서비스이다.

9인치 흑백 스크린과 키보드로 구성된 이 기기는 `작은 프랑스 상자(Little French Box)'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프랑스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1982년에 시작된 서비스는 2012년에 종료되었다. 프랑스인들은 이 서비스와 작별하며 무척 아쉬워했다는데 마치 우리나라에서 ‘싸이월드’를 추억하는 것과 유사하다.

프랑스 국민들은 각 가정에 무료로 보급된 이 기기를 처음에 `전자 전화번호부' 정도로 활용하다 이후 시험결과확인, 대학지원, 열차예약, 날씨확인, 채팅 등으로 점점 용도를 넓혀 나갔다. 성인 온라인 채팅의 `원조' 격인 `미니텔 로즈'는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한 서비스였다. 미니텔은 오늘날 스마트폰의 앱 생태계와 유사한 기능을 구현한 서비스이다.

프랑스 작가 발레리는 미니텔이 "프랑스가 미국이나 다른 외부세계 모델을 쳐다보기보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만들고 싶어했던 시절의 향수(鄕愁)"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올 정보화 시대를 예견한 프랑스 정부가 자국민이 정보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한 국책 사업이었다. 미니텔 서비스를 기반으로 많은 창업이 이루어지고 일자리가 생기며 새로운 부호도 등장했다.

이보다 조금 앞선 시기에 애플은 애플-2라는 개인용 PC를 개발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애플의 복제 수준이기는 했지만 교육용 PC 5000대 개발 및 보급 프로젝트가 국가 주도로 시행되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일반화 되기 이전에 정보통신 서비스가 꿈틀대던 시기였던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애플이나 우리정부와 달리 40년 전에 이미 하드웨어의 개발이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 서비스를 착안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니텔에 대해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40년 전에 프랑스 정부가 했던 발상을 우리 교육 당국에 제안하기 위함이다.

교육부는 코로나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임팩트(impact)는 경제적 충격과 더불어 교육 격차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미취학이나 저학년 아동들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로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가정환경에 따라 심각하게 격차가 생기는 것이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교육에서 나타나고 있다. 가정 환경이 열악한 아동들은 거의 방기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가정 환경도 파악이 안되거나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화상으로 교육을 한다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반면에 경제력이나 부모의 교육 수준이 높은 가정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교육부족을 메워주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스마트 TV의 유튜브를 통해 BBC,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만든 다양한 분야의 교육 콘텐츠를 본다. 패드나 노트북으로는 화상 수업을 하거나 독서 평가를 받는다. 또 스마트폰으로는 필요한 정보를 찾고, 영어 발음을 듣고, AI로 필요한 정보를 물어 보기도 한다.

교육 당국은 더 이상 가정환경의 차이가 교육 격차로 나타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뉴딜의 일환으로 기껏 학교 시설을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 40년 전에 개인용PC는 물론 인터넷도 일반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 전국민 정보화를 위해 프랑스 정부가 미니텔 개발 및 전국민 대상 무상 보급에 나섰던 것처럼 교육부가 크게 역할을 해야 한다.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플랫폼, 교육기관의 시설, 개인용 기기, 컨텐츠 개발과 보급에 혁신적이어야 한다. 교육부 혼자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할 일이 아니다. 교육부, 과기정통부, 통신사, 기기제조사, 소프트웨어회사 등이 다 함께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40년 전 프랑스의 미니텔에서 영감을 좀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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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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