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등을 체계화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rncy Standards)을 제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직업교육·훈련·자격제도가 산업현장과 동떨어져 있고 인적자원이 비효율적으로 관리 운용되고 있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특정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산업현장 직무 중심으로 함양할 수 있도록 일·교육·훈련·자격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체계화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훈련기관은 직업교육의 훈련과정을 개발하고 교수-학습 계획을 세우며 훈련매체 및 교재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자격시험기관도 NCS를 활용하여 출제기준 개발과 시험문항 및 평가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기업체는 현장 수요에 맞게 인력을 채용할 때 근로자 경력개발과
직무기술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대학이나 직업전문학교 등의 교육기관과 각종 직업훈련 학원에서는 NCS에서 제시한 표준에
입각하여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국가자격증과 많은 민간자격증들도 NCS에 기반하여 시험문항을
마련하고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한 필수적이고 기본이 되는 지식 및 기술들을
근로자에게 체계적으로 함양시키는데 큰 목적을 두고 그 표준을 마련한 것이다.

직무는 유형에 따라 분야별로 구분하고 각각은 대분류, 중분류, 세분류로 분류하고 있다. 세분류의
직무들은 수준에 따라 갖추어야 하는 직무능력단위를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하위 수준의
직무능력단위는 상위 수준의 토대가 되며 이 수준의 직무능력을 익혀야 상위 수준의 능력단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체계화해 두었다. 이런 체제를 기반으로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더욱이 직무능력단위에는 여러 개의 능력단위의 요소(지식·기술·태도의 변화에 목표를 둔 수행준거를
서술해 둔 것)를 자세하게 정의해 두었을 뿐만 아니라 적용범위 및 작업상황, 평가치침, 필요한 직업기초능력까지 세세하게 규정해 두고 있어 매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실제 교육현장에서는 각 능력단위들에 포함된 수행준거에 따라 순차적으로 단계적으로 훈련시키기만 하면
되고 수업 중간이나 기말에는 체크리스트나 질문 등의 수행 평가를 통해 학생의 이해도 및 기술습득 정도를 확인하면 된다.

커피 직무는 현재 NCS에서 ‘커피관리’ 라는 명칭으로 되어 있다. 대분류는 ‘음식서비스’, 중분류는 ‘식음료조리·서비스’, 세분류는 ‘식음료서비스’에 속한다.

커피직무는 2013년에 ‘커피바리스타’라는 직무명칭으로 개발되었다가 2016년과 2018년 2번의 개선 작업을 통해 최근에는 직무명칭인 ‘커피관리’로 바뀌었다. 개선작업을 거치면서 새로운 능력단위를 추가하거나 일부 능력단위가 조정되었다.

‘커피관리’ 직무는 "커피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법으로 커피를 제조하여, 고객에게 서비스하고, 커피매장을 관리ㆍ운용하는 일"로 정의되어 있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커피관리’직무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커피관리’직무
NCS 커피관리 직무는 아래와 같이 수준별로 13개의 능력단위를 제시하고 있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커피관리’직무의 능력단위
NCS(국가직무능력표준) ‘커피관리’직무의 능력단위
2012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직무경험과 근무년수를 고려하여 직무능력수준을 구분하고 그 수준에 맞게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직무 기술을 정의한 적이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바리스타 분야의 직무능력수준’ 과 NCS의 직무수준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NCS 능력단위의 2수준은 한국고용정보원의 직능수준 I에 해당한다. 3년까지의 경력이 있는 바리스타 보조의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자로서 커피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받아 에스프레소 기반 음료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NCS 능력단위의 3수준은 한국고용정보원의 직능수준 II에 해당한다. 6년까지의 경력으로 바리스타 전반 역할을 모두 수행해 낼 수 있는 자로서 추출을 하기 위해 커피머신이나 기구를 알고서 커피원두를 선택하고 음료를 제조하여 서비스할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매장의 직원 관리 및 마케팅 등 영업 전반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직능수준 III에 해당하는 NCS 능력단위의 4수준은 9년까지의 경력을 가진 수석 바리스타로서 수준높은 기술이나 커피맛을 창출해 내기 위해 커피를 선택하여 블렌딩까지 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커피 머신을 원활히 다룰 줄 아는 것은 물론이고 수리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개인 매장을 차려 커피메뉴를 창출해 내고 매장 및 직원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등 전반적인 면을 모두 아우를 줄 아는 책임 매니저는 1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NCS 능력단위의 5수준에 해당된다.

위와 같이 한국고용정보원의 직능 수준 분류와 NCS 능력단위 수준을 비교해 보았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듯하다. 수준별 직무경력과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고 기술력도 빠르게 높아져 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급별 역할 범위도 확장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필자가 보기에는 NCS 커피관리 능력단위별 수준은 일부 현실과 맞지 않게 정의되어 있어 재정비가 필요하다. 직무능력단위의 수준은 산업현장에서의 실태와 역할에 맞게 설정되어져야 한다. 상위 수준의 능력단위는 하위 수준의 능력단위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만 기술 구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져야 한다.

NCS의 2수준은 선배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정도의 능력만 갖추면 된다. 커피 매장에서 아르바이트 정도의 수준과 비슷하다. 2수준의 능력단위 수준을 에스프레소 음료제조로 국한한 것은 적합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3수준은 매장 영업 전반을 관리하여야 할 뿐 아니라 커피원두를 골라 추출원리를 활용하여 음료를 제조하고 서비스할 줄 알아야 한다. 4수준은 더 수준높은 기술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 새로운 커피 맛을 창출해 내기 위하여 커피생두나 원두를 선택하여 블렌딩해 내는 고급기술까지 갖추어야 한다.

4수준은 3수준 보다 높은 직무능력 기술이 포함되어야 한다. 즉, 3수준을 익히고 몸에 배어야만 4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게 체계화 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NCS의 3수준과 4수준의 일부 능력단위가 실제 커피 매장의 운영 실태와는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다. 따라서 3수준과 4수준에 포함되어 있는 일부 능력단위의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커피생두선택과 커피로스팅의 능력단위 수준이 현실과 적합치 않다. 커피로스팅은 현재 3수준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이것은 모든 커피매장에서 일하는 커피바리스타가 커피생두를 다 알고서 선정하여 커피로스팅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일부 로스터리 커피 전문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커피 매장에서는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프랜차이즈나 유명 커피전문점들은 브랜드를 관리하는 본사로부터 원두를 공급받아 음료제조만 하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구조이다. 일부 개인매장은 로스팅 전문업체로부터 원하는 커피원두를 구매하고 음료를 제조하여 판매한다. 이런 현실에서 매장 영업 전반을 관리할 줄만 알면 되는 3수준에서 커피로스팅의 직무능력이 모든 바리스타에게 필요한지 의문이다.

또, 대부분의 커피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는 실정인데 3수준의 직무능력으로 커피생두를 선택할 줄 아는 능력까지도 필요치 않다.

물론 로스팅을 직접하는 로스터리 카페에서는 로스팅 기술은 물론 로스팅 재료인 커피생두를 선택하는 능력까지 당연히 갖추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커피 매장에서는 직접 로스팅을 하지 않으므로 로스팅된 커피원두를 선택할 줄만 알면 된다. 따라서, 커피로스팅 능력과 커피생두선택 능력은 현재의 3수준의 직무능력단위에서 좀더 고급 직무능력단위인 4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라떼아트와 커피테이스팅 능력도 조정이 필요하다. 이 능력들은 현재 4수준의 직무능력단위로 분류되어 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둘 다 3수준으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어느 매장에서도 카페라떼나 카푸치노의 메뉴를 갖추지 않은 곳은 없다. 음료를 만들면서 간단한 하트나 나뭇잎 등의 그림을 그린다. 때로는 예술작품으로 여겨질 정도의 정교한 그림을 음료에 그리기도 한다. 이러한 라떼아트 기술은 바리스타 전반의 역할을 모두 수행해 낼 수 있는 직무능력을 갖추어야 하는 3수준에서 꼭 필요한 능력이다. 호주 멜버른에 워킹할리데이로 일하러 가는 학생들의 채용기준에 라떼아트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제시되어 있을 정도로 커피 매장에서 라떼아트 기술은 꼭 필요하다.

또한 4수준으로 분류되어 있는 커피테이스팅 능력도 3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커피는 눈으로 보고 맛으로 즐기는 음료이다. 커피 같은 음료 상품을 내어놓을 때 맛의 기준을 잡는 것은 기본이다. 바리스타가 자신이 일하는 매장의 커피 맛을 기준 잡지 못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커피테이스팅 능력은 커피를 상품화하기 위하여 산지에서 커피생두의 상태를 살피거나 그 등급을 따지며 평가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로스팅을 위해서 많은 생두 중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커피생두를 고를 때도 필요하고 로스팅을 하고나서 볶아진 원두의 결과를 평가할 때도 필요하며 또 이를 이용하여 음료를 만들어 상품화시킨 것을 평가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커피는 다양한 추출도구로 여러가지 추출방법에 따라 그리고 원두의 종류와 그 입자 크기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는 아주 까다로운 음료이다. 그러므로 음료로 만들어져 고객에게 제공되기 전까지 커피테이스팅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말해서, 매장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하여 추출하든, 핸드드립 방법으로 추출하든 커피를 추출하여 음료를 서비스하는 과정 전반에 필요한 기술인 것이다.

따라서 2수준인 아르바이트 생을 넘어 커피를 다루는 자라면 커피테이스팅 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 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커피테이스팅 능력 수준은 4수준에서 3수준으로 하향 조정되어져야 한다. 물론 산지나 로스팅 전 커피 생두의 상태를 살피는 정도의 고퀄리티의 테이스팅 능력을 요구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또한, 현재 커피교육장에서 커피테이스팅 능력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평가항목 및 기준은 SCAA(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에서 제시한 항목과 기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테이스팅 평가방법은 평가 목적(커피생두를 선택할 때, 커피원두를 선택할 때, 커피로스팅한 결과를 평가할 때, 커피추출한 결과를 평가할 때, 커피상품을 개발할 때 등)에 따라, 각국에서 선호하는 맛의 차이에 따라 달리 변화를 주어 적용되어야 한다.

커피 맛은 나라마다, 그리고 지역과 기후 및 전통에 따라 그 선호도가 다르다. 그러므로 커피를 평가할 때 국가마다 달리 평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시애틀이나 벤쿠버는 안개가 자주끼는 지역이라 다크하고 쓴 커피를 주로 선호하고 네덜란드와 같은 북유럽에서도 날씨가 추워 진하고 강한 맛을 즐긴다. 브라질 등 중남미에서는 농도를 진하게 하여 마시곤 한다. 자주 커피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호주의 멜버른은 약하게 로스팅한 커피로 다양한 맛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나라마다 지역마다 선호하는 커피의 맛이 다르므로 커피테이스팅 평가방법 및 항목이 미국에서 정의한 것과 똑같이 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에게 맞는 커피 맛을 찾기 위해선 커피테이스팅 방법 및 항목과 기준을 우리에게 맞게 변화 줄 필요가 있다.

커피는 우리 생활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음료 중의 하나가 되었다. NCS에서 실제 산업현장과 맞지 않는 직무능력단위는 과감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리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