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기존 산업과 ICT 기술 융합은 시대적 트렌드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의 전환은 기업의 비즈니스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클라우드 시장 강자는 아마존,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었지만, 최근 토종 기업이 손잡고 세 확장에 나섰다. 클라우드 원팀, 포털 기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 기업의 클라우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며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조선미디어그룹의 IT전문 매체 IT조선은 변화의 흐름에 맞춰 ‘한국의 SaaS 기업’ 기획을 진행한다. 민간은 물론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토종 클라우드 기업의 위상과 미래 비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보수적인 일본 이통사 NTT 도코모의 투자를 받고, 10년 넘게 파트너십을 이어 온 한국의 중소기업이 있다. 바로 원격 솔루션 전문기업 알서포트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비대면 화상 시스템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외산 서비스 ‘줌’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리모트 미팅’ 서비스라고 자평하며 시장을 재편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알서포트는 2001년 클라우드 기반 원격 지원 솔루션을 선보인 소프트웨어 회사다. 알서포트의 원격 소프트웨어는 고객이 먼 곳의 PC와 모바일 기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계 어디에 있는 사람이건 상관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화상으로 연결하는 솔루션을 갖췄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류은주 기자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류은주 기자
알서포트는 2009년부터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와 제휴를 맺고 스마트폰 안심 원격 서포트, 스마트 데이터링크 모비즌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 NTT도코모는 KT(구 KTF)에 이어 두번째로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2012년 알서포트는 NTT 도코모로부터 150억원의 투자까지 받았다. 2014년에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알서포트의 원격솔루션(리모트뷰, 리모트미팅, 리모트콜 등)을 도코모의 글로벌 통신 파트너, 투자사에 판매 중이다.

일본은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한 번 고객이 되면 충성도가 높지만, 그 한 번의 고객이 되기까지가 쉽지 않다. 알서포트는 2006년 일본에 법인을 설립한 후 현지화 작업을 진행한 결과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서울 송파구 알서포트 본사에서 IT조선과 만난 서형수 대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서 제안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서 대표는 "한 회사의 솔루션을 매입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잘 하지 않는 방식이다"며 "대기업이 직접 지분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을 키워주지 않지만, 일본엔 그런 문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연히 만났던 미팅에서의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 우리 제품으로 비즈니스 모델(BM)을 낼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을 제안했더니 마케팅부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지금은 NTT 도코모의 폰에 알서포트 원격 솔루션이 다 깔려있으며, 2200만명이 유료 원격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준비된 기업, 기회를 잡는다.

서 대표는 알서포트가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운이 좋았다’는 겸손한 태도도 보였지만, 무엇보다 솔루션 자체가 ‘출격 준비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서포트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형태로 자사 솔루션을 제공한다. 클라우드 기반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서형수 대표는 "코로나19로 ‘줌'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준비가 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며 "우리 제품 역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준비를 잘 해두었는데, 팬데믹 후 급하게 화상회의 솔루션을 찾던 일본 대기업들이 우리 제품을 많이 채택해 사용 중이다"고 말했다.

알서포트는 일찍이 일본 시장에서 기반을 다져놨기 때문에 리모트미팅과 리모트뷰의 원격 솔루션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수 있었다. 알서포트는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화웨이와 오포, TCL, 메이주, 원플러스 등 주요 업체에 ‘리모트콜’ 등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일본 성공 바탕으로 한·중·미 노린다

알서포트는 중국 현지에서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SaaS)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류은주 기자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 / 류은주 기자
서 대표는 "현재는 일본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제일 크게 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 등의 해외 시장으로 확장 중이다"며 "중국은 LG전자와 삼성전자에 공급하던 여러 모바일 기술들을 화웨이나 오포 등 중국 대기업에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확장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일반 기업 솔루션 공급을 추진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알서포트는 호주 최대 IT 전문 유통 기업 '잉그램마이크로'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원격지원 솔루션 ‘리모트콜’, 원격제어 솔루션 ‘리모트뷰’를 잉그램마이크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론칭했다.

안방 시장인 한국에서도 존재감을 키운다. 최근 상시 재택이 가능해진 금융권을 타깃으로 삼았다.

서 대표는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자 리모트뷰의 인기가 아주 많다"며 "국내에서도 금감원 규제가 풀리면서 원격근무를 허용해 2021년부터 금융기관의 원격근무 솔루션 도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트미팅의 경우 줌 등 외산 솔루션과의 차별을 위해 최근 업데이트도 단행했다.

서 대표는 "공공기관 등 고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피드백 중 하나가 임원 등 VIP가 화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유용한 기능들을 넣어달라는 요구였다"며 "100명이 회의를 하면, 화면에서 대표가 어디에 있는지 못찾기 때문에 화면의 절반쯤을 VIP가 차지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능과 사회자 기능 등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화상회의의 몰입감을 높이는 방법과 더불어 원격 수업 시 학생들이 카메라를 꺼 놓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 있었다"며 "알서포트는 선생님(사회자)이 강제로 카메라를 켤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는데, 교사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지만 학생들이 별점 테러를 해 앱 스토어 내 점수가 낮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줌 타도하고 비전 2025년까지 1000억 달성 목표

서 대표는 국내 원격 솔루션 시장에서 국산 화상회의 솔루션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알서포트는 그런 의미에서 ‘줌 아웃’ 마케팅을 강화한다. 국내 기업들이 외산 솔루션인 줌 대신 국산 솔루션 리모트 미팅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1월부터 줌 아웃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며 "공공기관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숨어서 외산쓰지 말고, 떳떳하게 국산쓰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울산중구청 등 리모트미팅 사용 후 긍정적 피드백을 많이 들려주고 계신다"며 "교육부에서 예산이 내려오지 않았음에도 독자적으로 리모트미팅을 구매해서 사용하는 학교들도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결국 홍보가 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현실을 절감하고 마케팅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기술 기업으로 시작을 했지만 제품을 잘 만들게 되면 장인기업, 그다음엔 마케팅 기업이 돼야 크게 성공한다"며 "알서포트는 이제 마케팅기업으로 가야할 단계다"고 말했다.

이어 "본질을 잊지말고, 기술이라는 본질 위에 마케팅력을 키워 줌을 이기겠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치밀한 경영스타일'에 감명을 받은 경험이 있다. 알서포트도 ‘비전 2025’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달린다.

서 대표는 "2025년까지 매출 1000억클럽 가입하는 것이 목표다"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소프트웨어 회사 되는 것도 작은 소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는 왜 줌같은 회사가 없는 거야’라는 푸념을 하기 전 ‘한국에도 알서포트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국산 솔루션을 많이 사용해 주는 것이 줌과 같은 회사를 만드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