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아파트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요?
저자 임동근과 김종배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반비)’에서 아파트가 중산층의 욕망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역사적 순간들을 단계적으로 생생하게 소개합니다.
이야기는 박정희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땅을 팔아 얻은 수익으로 중화학 공업에 투자하려 했던 정부가, 허허벌판의 땅이 팔리지 않자 대안으로 아파트 건설을 강구한 게 출발이었습니다.
정부는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이 이익을 볼 수 있는 환경을 형성해줬습니다. 여러 역사적 국면을 거쳐 아파트는 점차 인기 있는 주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1.박정희 정부는 부족한 돈으로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체비지를 이용했다. 체비지는 정부가 지주들에게서 무상으로 기부받은 땅을 의미했다. 정부는 체비지를 민간에 판매해, 수익을 내고자 했다.
2.그러나 허허벌판이었던 체비지들은 대부분 잘 팔리지 않았다. 정부는 대안을 강구했다. 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상수도도 깔고 하수도도 깔고 전기도 깔아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파는 것이었다.
3.이 과정에서 민간 건설사가 호출됐다. 정부는 체비지를 민간건설사에게 판매했다. 대신 민간건설사들이 땅을 팔아 지속적인 이익을 낼 수 있도록 각종 특혜를 줬다. 이들이 아파트를 건설하고 판매해 지속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정부가 공짜로 전기까지 놓아줬고 체비지를 저렴하게 판매했다.
4.정부는 돈도 있고 힘도 있는 대형건설업체들이 민간 주도로 아파트 시장을 끌고 가길 바랐다. 정부는 중화학 공업에 매진해야 했기 때문이다.
5.아파트 건설 초기 두각을 나타낸 것은 현대건설이었다.
예전부터 현대는 미군이 발주한 공사를 많이 했습니다. 베트남 전쟁이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거기서 아파트도 지어보고 도로도 지어봤는데, 한국에서는 주로 항만하고 댐 건설을 합니다. 1967년 소양댐을 짓습니다. 종합건설사로서는 꽤 일찍 토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현대는 기계에 대해서 타 건설회사보다 확실히 앞섰으므로 생산성이 좋았을 테고 결국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밖에 없던 것입니다.
6.삼성은 80년대 아파트 재건축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면서, ‘레미안’이라는 브랜드 아파트 마케팅 신화를 만든다. 중산층이 갈구하는 주거 공간 브랜드로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당시 시공사 입장에서는 부녀회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상대하는 것을 거대한 비용으로 느꼈습니다. 그래서 재건축 사업을 잘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건설업계의 후발주자였던 삼성은 이 빈틈을 공략합니다. 삼성은 재건축 시장에 집중하면서 지역 조직들을 섭렵해나갔습니다. 예전 아파트 업체들은 건설 이후의 관리를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반면 삼성은 조합을 섭렵해 재건축을 수주하고, 아파트를 브랜드화를 하면서 관리도 하고 그에 맞춰 집값을 높이는 선순환구조를 마들어 갑니다.
7.분양제도는 자본주의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독특한 모델이다. 일종의 가격 통제 제도이기 때문이다.
8.70년대 초반까지는 인기가 높지 않았던 아파트를 민간에 판매하려면 가격이 낮아야 했다. 분양제도가 탄생한 근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건설사들에겐 이윤을 보장해줘야 했다. 정부는 건설사들에게 땅을 싸게 공급하고, 선분양제도를 통해 자금을 쉽게 융통할 수 있도록 했다.
9. 김대중 정부는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다. 이는 아파트 가격 상승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10.한국은 세계최초로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도입했다.
PF는업자들에게 신용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합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분양만 시키면 아파트가 금맥이 되는 구조가 탄생하면서, 부동산의 미래이익능력을 계산할 수 없는 은행들도 대거 PF를 시행해 돈을 벌었습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북스 #메트로폴리스서울의 탄생 #임동근 #김종배 #부동산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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