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벨 누르기 힘든 장애인 화장실
층별 안내 키오스크는 ‘개점휴업’
낮은 난간 설치로 안전사고 우려
여의도 교통 대란 지적도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 ‘더현대 서울’이 26일 본 개장에 앞서 24일 사전 오픈했다.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더현대 서울은 현대백화점이 야심차게 기획한 대형 쇼핑 센터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도 불구하고 프리 오픈 첫날 이용객이 한꺼번에 대거 몰리는 등 백화점 내부가 복잡했다.

하지만 최대 규모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키오스크가 개점 휴업 상태였다. 위에서 내려다 보면 아찔할 만큼의 고층 구조를 갖췄지만 그물망 하나 없는 난간 구조는 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을 더했다. 화장실·수유실 등 편의시설 이용시 불편함도 있었다. 밖으로 길게 이어지는 주차 행렬이 여의도 교통을 더 혼잡시키지 않을지 우려된다.

더현대 서울 외관 / IT조선
더현대 서울 외관 / IT조선
완료되지 않은 안내용 키오스크 설치

IT조선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의 프리오픈 당일인 24일 가림막에서 해방된 백화점을 찾았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3번출구쪽 지하 연결 통로와 연결된다. 더현대 서울까지 가는 길은 백화점으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짧은 점심시간 짬을 내 삼삼오오 구경에 나선 주변 직장인들이 많이 보였다.

지하 2층부터 6층까지 천천히 올라가며 더현대 서울을 살펴봤다. 현대백화점 측은 규모가 큰 실내 안내를 위해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키오스크는 상세한 층별 안내 등 백화점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식 오픈일이 아닌 프리 오픈 상황 탓인지 알 수 없지만 키오스크는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화면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키오스크 준비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비대면 안내 장치인 ‘키오스크'는 동작하지 않았다. / IT조선
비대면 안내 장치인 ‘키오스크'는 동작하지 않았다. / IT조선
에스컬레이터 주변 외 다른 키오스크도 살펴봤지만, 대부분의 키오스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내 직원에게 문의해 보니 "키오스크 설비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는 기기가 꽤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정식 오픈하는 26일에는 키오스크가 정상 작동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쯤이면 정상 작동할 것으로 보이며, 층별 안내 책자나 플로어에 있는 가이드 직원에게 물어보면 원하는 것을 안내해 줄 것이다"고 말했다. 최대 규모라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쇼핑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시설 안내 준비는 아직 미흡한 셈이다.

실내 고층 구조와 난간, 그물망 없어 안전사고 우려

안전장치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더현대 서울의 실내 고층 구조와 난간 모습 / IT조선
안전장치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 더현대 서울의 실내 고층 구조와 난간 모습 / IT조선
직원의 안내에 따라 근처에 마련된 플로어 가이드 책자를 확인해가며 층별 안내도를 살폈다.

더현대 서울의 5~6층에는 ‘사운드 포레스트(Sounds Forest)’ ‘다이닝&아트(Dining&Art)’ 공간이 있다. 5층에 마련된 사운드 포레스트를 직접 방문해보니,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라는 안내책자 속 문구처럼 현대백화점이 고객 유치를 위해 상당히 힘을 준 공원이 나타났다. 천연 잔디의 수십 그루의 나무, 꽃 등으로 이뤄진 사운드 포레스트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을 법한 아늑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실내정원이라는 평화스러운 콘셉트에 맞지 않은 안전 위험도 눈에 띄었다. 위험천만하게 뻥 뚫린 실내 고층 구조와 난간에는 낙화물이나 추락사고에 대비한 그물망 등 안전 조치가 필요해 보았다. 사운드 포레스트에는 150㎝쯤 되는 난간이 안전장치 역할을 하며, 여기에 밀착해 사진을 찍는 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난간 밖에는 낙하물이나 추락사고 등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그물망 등 장치는 없었다. 5~6층 높이에서 물건이 떨어질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찔한 부분이다. 서울시는 2017년 ‘서울로 7017’(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공원화 한 장소) 개장 직후 추락사고 발생 후 난간 높이를 조정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했다.

더현대 서울 고층에 설치된 난간이 안전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일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마음만 먹음녀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높이로 보인다. 6층에는 화분이나 의자 등 난간 주변에 밟고 올라갈 수 있는 물품도 많다. 안전망은 미관을 해치는 등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고객 안전을 고려한 인테리어 마련이 필요하다.

‘최대 규모’라지만 화장실은 부족…비상벨 누르기 힘든 장애인 화장실

도움요청 비상벨의 위치가 지나치게 먼 일부 장애인 화장실 / IT조선
도움요청 비상벨의 위치가 지나치게 먼 일부 장애인 화장실 / IT조선
화장실 수량도 부족해 보인다. 플로어 가이드에 따르면, 고객용 화장실은 총 16개다. 남성용 화장실 기준으로 화장실당 소변기는 4개 내외, 화장실 칸은 3개 내외다. 더현대 서울의 규모와 입지를 고려했을 때 이용객 대비 화장실 이용에 불편함이 있어 보인다.

프리 오픈일인 24일 화장실에 들렀다 빈 공간이 없어 발길은 이용길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용 화장실의 경우 남성용 대비 회전율이 느린데, 사람이 붐비는 주말에는 사정이 더 열악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화장실 내 불편한 점에 눈에 띄었다. 비상벨의 위치가 변기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었다. 지하 2층 장애인 화장실에서는 비상벨이 팔이 닿지도 않았다. 장애인 이용객이 위험에 처했거나 곤란한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남녀 구분이 어려운 화장실 모습. 왼쪽이 여성, 오른쪽이 남성 화장실 안내 마크다. / IT조선
남녀 구분이 어려운 화장실 모습. 왼쪽이 여성, 오른쪽이 남성 화장실 안내 마크다. / IT조선
일반 화장실에서도 허점이 보였다. 화장실 이용을 위해 찾은 1층 출입문 앞 화장실에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남녀 구분을 위해 5㎝ 크기의 표지판을 부착해 뒀지만, 벽색깔과 비슷한 회색이라 알아보기 힘들었다. 가까이서 10초쯤 응시한 끝에 성별에 알맞은 화장실을 찾을 수 있었다.

애써 들어간 화장실 내부에는 아동용과 성인용 세면대가 놓여있었는데, 이마저도 수리중 표시가 돼 있었다. 허리를 불편하게 숙여가며 아동용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나와야 했다.

물품보관함 표시. 바로 뒤에 위치한 수유실 표시는 찾아볼 수 없다. / IT조선
물품보관함 표시. 바로 뒤에 위치한 수유실 표시는 찾아볼 수 없다. / IT조선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수유실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수유실은 지하 1층과 지상 5층, 6층 등에 자리한다. 지하 1층 수유실은 서비스 데스크 옆 공간에 위치한다. 물품보관함이나 화장실을 알리는 표지판이 내부 곳곳에 있는 데 반해, 수유실 표지판은 찾을 수 없었다.

백화점 주차 행렬에 여의대로 교통 혼잡 가능성 ↑

더현대 서울 주변은 향후 대표적인 교통 혼잡지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이 높다. 주차장 진입로에서 대기 행렬이 쉽게 만들어지는 형태를 채택한 탓이다.

백화점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 / IT조선
백화점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차량. / IT조선
백화점에 주차하려면 국제금융로 한국거래소 교차로에서 백화점 건물을 돌아 주변 공작아파트 맞은편으로 진입해야 한다. 문제는 주차장 차량 진입에 시간이 걸리는 탓에 백화점 주변으로 긴 차량 행렬이 만들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24일 백화점 주차장 진입로는 정식 영업일이 아닌 프리오픈에도 불구하고 긴 차량 행렬이 만들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차량행렬이 만들어질 경우 여의대로 쪽 정체를 야기할 수 있다. 백화점 진입대기 차량행렬이 여의대로 바깥차선을 점령하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주차를 할 때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하 6층부터 지하 3층까지 마련된 주차장에는 총 2248대의 차량을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등 수용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길거리 흡연, 통행인 불편 야기

길거리 흡연 문제도 고민 거리다. 더현대 서울 주변에는 별도로 마련된 실외 흡연공간이 없다. 이 탓에 백화점 건물 뒷편에 수십명의 애연가들이 몰려 담배 연기를 뿜어댔다. 이들이 흡연한 장소는 공작아파트를 마주하고 있는 대로변이자, 백화점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이기도 하다. 백화점을 지나치는 사람은 물론 주차장 진입 차량에 탄 사람들도 담배연기를 마실 수 있는 상황이다.

더현대 서울에는 실내흡연실이 따로 마련됐지만, 코로나19 탓에 흡연실 문은 굳게 잠겨있다. 백화점을 방문한 이가 담배를 피우려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 마련이 어렵다.

백화점 건물 뒷편에서 수십명의 애연가들이 흡연하고 있다. / IT조선
백화점 건물 뒷편에서 수십명의 애연가들이 흡연하고 있다. / IT조선
현대백화점 한 관계자는 "백화점 건물이 오피스 건물과 마주하고 있어 해당 건물 직장인들이 길거리에서 흡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백화점 건물 내부 실내흡연 공간 외에 야외 흡연공간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