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가 없었다면?
하성창이 번역한 ‘유닉스의 탄생’에서 그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유닉스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기술적 풍요가 더 늦게 찾아왔거나 아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유닉스 운영체제는 1969년 벨 연구소의 다락방에서 만들어진 이래로 유닉스의 창시자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뻗어나갔다.
유닉스는 2019년 50주년을 맞았고, 브라이언 커니핸이 쓴 이 책은 하성창에 의해 옮겨져 2020년 한국에 등장했다. 이 책은 최신간은 아니지만, 개발자뿐 아니라 컴퓨터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으로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브라이언 커니핸은 벨 연구소 유닉스 개발팀의 일원이며, 30년 동안 컴퓨팅 과학 연구 센터에서 일했다.
옮긴이는 "리눅스, 맥 OS를 비롯한 다양한 유닉스 계열 운영 체제와 C언어처럼 유닉스와 연계해서 만들어진 많은 기술이 실질적으로 디지털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며 "유닉스처럼 세대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낳은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고 이상을 꿈꾸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유닉스 운영체제의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고 앞으로 IT 세상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유닉스를 위해 벨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언어와 도구는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로는 오늘날 시스템 프로그램의 근간이 되는 C와 C++이 있고 핵심 도구로는 셀, gaep 등이 있다.
2. 유닉스의 성공은 기술적인 면과 조직적인 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3. 유닉스 성공의 기술적인 면은 기술을 대폭 단순화한 계층적 파일 시스템이라는 점, 운영체제 자체에도 사용한 고수준 구현 언어라는 점, 사용자 레벨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셀, 프로그램을 임시로 연결해서 사용하는 효율적인 방법인 파이프, 도구로서의 프로그램이라는 개념,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프로그램, 특화된 언어라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4. 프로그래밍 스타일이자 컴퓨팅 과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한 스타일인 유닉스 철학이 프로그래밍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스템 설계와 구현에 접근하는 데 유용한 지침을 제공해준다.
5. 유닉스 성공의 조직적인 면은 안정적인 환경, 문제가 풍부한 환경, 최고의 인재 채용, 기술적 관리, 협력하는 환경, 재미 등을 들 수 있다.
6. ’또 다른 유닉스가 나올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저자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운영체제는 계속 진화하겠지만, 유닉스의 유전자는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7. 캔과 함께 유닉스의 공동 창시자로 연결되는 데니스 리치는 매우 중요한 기여자다. 그가 만든 C프로그래밍 언어는 초창기 유닉스의 발전에 중심 요소이자 여전히 컴퓨팅의 만국 공통어다.
8. 훌륭한 아이디어는 개인에게서 나온다. 유닉스 초창기도 캔 톰프슨 한 명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최고의 프로그래머이자 독창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조 단위 가치의 기업이 된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우버와 많은 회사들도 한두 명의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9. 훌륭한 관리도 또 다른 성공 요소다. 더글러스 매클로이는 뛰어난 지적 능력과 기술적 판단력, 동료가 개발한 것이라면 뭐든지 처음으로 사용해보는 관리 스타일을 지닌 리더였다. 유닉스 자체와 C, C++ 같은 언어, 많은 유닉스 도구가 더글러스의 안목과 비평 덕분에 개선됐다.
10. 좋은 연구를 하는 큰 비결은 훌륭한 사람을 채용하고 그들이 연구할 흥미로운 주제가 있는지 확인한 다음, 장기적인 안목을 취하고 방해가 되지 않게 비켜주는 것이다. 유닉스는 컴퓨팅 세상을 바꾼 상황의 유일무이한 조합이다. 운영체제 분야에서 다시는 이런 현상을 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훌륭한 아이디어와 환경적 지원에 힘입어 그들의 발명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윤정 기자 it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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