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진의 IT 확대경] 교육 평준화 정책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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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
입력 2021.04.05 06:00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국정과제 중 하나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전국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표준안을 만들어 2019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재지정 취소 결정을 받은 전국의 10개 자사고들은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의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연이어 소송을 제기한 학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지정 평가 기준을 이전보다 10점 올리고, 지표를 바꾼 사실을 자사고에 미리 알리지 않은 데다 5년간 소급 평가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이 지정을 취소한 나머지 5곳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의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관련 판결에 대해 서울시교육감은 "행정의 영역에서 고도의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청의 적법한 행정 처분이 사법부에 의해 부정당한 것"이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패소한 건에 대해서도 최근 항소를 제기했다.

교육부는 자사고가 2025년에는 일괄 일반고로 전환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자사고가 이번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2025년까지만 지위가 유지된다는 뜻이다. 교육부는 국제중도 일반중으로 일괄 전환하는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일반고 일괄 전환 대상인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는 이러한 개정안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육청이 연이어 패소하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교육청에 대해 항소를 중단하고 위법 행정을 책임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에도 자사고 등을 시행령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본적으로 현정부의 교육정책은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수요자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어 반시장적이다. 평범한 시민도 건전하게 육성해야 하지만 4차산업혁명시대 이후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키워야 한다. 공공이 주도하는 보편 획일적인 교육으로는 한계를 보일 수 밖에 없다. 각 분야별 수월성 교육으로 창의적 상상력과 디테일한 능력을 갖춘 인재육성이 시급하다. 공공이 보편적 교육을 책임지는 반면 민간의 뜻있는 참여자들한테 수월성 교육을 제공할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교육수요자 입장에서도 공공의 평준화 교육 만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근의 동향을 보면 유아·유치원 만 해도 보육기능을 넘어 조기교육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공공유치원을 계속 늘린다고 하지만 사설 학원 형태의 조기교육을 선호하는 부모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공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창의, 수학, 언어,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 당국자들은 서울 시내 아침 시간에 거리를 메우는 노란 승합차들의 행렬을 보라.

결국 공공 주도의 보편 평준화 교육의 질도 계속 높여야 하지만 민간이 제공하는 조기·수월 교육의 기회도 늘려야 한다. 수월성 교육을 폐지시키거나 불안하게 하면서 공공 교육이 사교육을 따라가지 못하니 부모들은 사교육에 더 매달리게 된다. 최근의 새로운 동향은 초·중등학교에 혼자 떠나는 나홀로유학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동안 기러기 아빠가 유행이더니 이제 아예 아이 혼자 조기 유학을 떠나고 있다. 교육 당국을 믿지 못하는 현상이다. 또 전부는 아니더라도 평균적으로 그렇게 받은 교육이 더 좋은 결과를 맺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육은 의무인 동시에 권리이다. 누구나 교육을 받아야 하고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누구나 다 정부가 제공하는 똑같은 교육을 받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부모들의 무한 교육열을 막을 수 없다. 자녀가 한 두 명인 시대에 더 나은 교육을 찾아 특목고, 자사고를 가든 유학을 가든 선택이다. 40~50년 전에 우리 부모들도 논밭 팔아서라도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로 유학을 시켰다.

차제에 공립과 사립을 구별해 공립을 통해 보편적 교육을 강화하고, 사립은 교육 이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교육, 의료, 일자리, 주택, 시장 등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공공이 모두 직접 제공하는 것은 역부족일 뿐 아니라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 더 나은 주택에 살고 더 나은 일자리를 갖기를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기 바란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랩 대표는 KT 사장을 지냈으며 40년간 IT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김홍진의 IT 확대경’ 칼럼으로 그의 독특한 시각과 IT 전문지식을 통해 세상읽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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