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과 그 하위법령을 개정하여 2022년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제공받는 경우 음료 가격에 일정한 보증금을 더한 금액으로 결제를 하고 음료를 다 마신 후 사용한 컵을 매장에 반납하면 선결제한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시행된 적이 있다. 당시의 일회용컵 보증제는 환경부와 일부 유명 패스트푸드점·커피전문점 간의 ‘자발적 협약’ 형태로 시행되어 법에 의해 강제된 것은 아니었다.
제도 시행 뒤 컵 회수율이 30% 이하로 떨어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법적 근거도 없이 소비자들로부터 컵 보증금을 받는다는 비판과 미회수된 일회용컵의 보증금 활용 방식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즉, 일부 업체에서 미반환된 보증금을 수익으로 처리하여 기업의 판촉비용 등으로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2008년 폐지되었다.
하지만 제도 폐지 후 커피전전문점 등의 급증으로 일회용 컵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으나 회수 및 재활용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컵을 주로 쓰는 커피전문점‧제과점‧패스트푸드점 수는 2008년 3500여 곳에서 2018년 3만 549곳으로 급증했다. 일회용 컵 사용량도 2007년 약 4억 2000개에서 2018년 25억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컵 회수율은 2009년 38%에서 2018년 5%로 크게 낮아져 쓰레기로 방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자발적 협약 형태가 아닌 법에 근거하여 시행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시행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 적용 대상 사업자는 "커피, 음료, 제과ㆍ제빵, 패스트푸드 업종의 가맹본부ㆍ가맹점사업자를 비롯해 식품접객업 중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또는 제과점 영업 등 사업장이 100개 이상인 동일 법인, 그 외 참여를 희망하는 사업자"이다.
그러므로 소규모 커피전문점이나 음식점은 적용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업체라도 자발적으로 참여를 희망하면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동참할 수 있다. 구체적인 보증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올해 말까지는 정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일회용컵 뿐 아니라 일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 등 생활페기물의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경부는 2019년 말 일회용품 줄이기 단계별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년 12월 24일에는 2025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20% 감축하고 재활용 비율을 70%까지 높이며 2050년까지는 석유계 플라스틱 사용을 바이오 플라스틱 사용으로 100% 전환하겠다는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확정 발표하기도 하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음식 배달이 전년도보다 75.1% 급증하고 택배 배송이 19.8%나 늘어나면서 폐플라스틱이 14.6%, 폐비닐이 11%나 증가하였다. 사용된 생활용 플라스틱은 생산단계부터 사용하기까지 줄여나가고 사용된 폐플라스틱은 다시 원료로 재사용하거나 석유를 뽑아내어 재활용률을 높이자는 방침이다.
또한 환경부는 2020년 5월 배달음식의 플라스틱 용기의 무게까지 20% 감축하는 협약을 생산업체와 채결하였고 그해 11월 26일에는 개인 컵 및 다회용 컵 사용 활성화 및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을 함께 줄여나가기로 하는 내용의 협약을 15개 커피전문점과 4개 패스트푸드점 및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체결하기도 했다. 이 협약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커피전문점 등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다회용 컵(머그컵)을 충분히 세척하고 소독하는 등 위생관리를 강화하고, 개인 컵은 접촉을 최소화하여 음료를 제공하는 등 매장 내 다회용 컵과 개인 컵을 우선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협약 참여자들은 현재 일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와 젓는 막대의 사용을 줄이기 위한 힘도 모으기로 했다. 매장 내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와 젓는 막대를 가급적 비치하지 않고, 고객 요청 시에만 별도로 제공하기로 하고, 그 재질도 종이 등의 친환경재질로 변경하거나 기존 컵 뚜껑을 빨대 없이 마실 수 있는 뚜껑으로 바꾸는 등 대체품 도입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일회용품은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이외에도 여러 음식점, 특히 배달전문 음식 점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현재 배달 전문음식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의 종류와 사용량은 커피전문점을 압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환경부의 단계별 로드맵과 관련하여 업종별로 형평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드맵에 의하면, 2021년부터는 남은 음료를 일회용 컵으로 무상 제공하는 것은 금지되며, 종이컵 등 일회용 컵의 매장 내 사용이 금지된다. 2022년 6월부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도입되고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의 사용까지 금지된다.
단, 규제 대상은 배달음식에서 사용되는 종이 등 친환경 소재의 일회용품은 허용된다는 것인데, 이는 모순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배달음식용 종이 용기는 괜찮지만 커피전문점의 종이컵에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인다는 정책에 대하여 적극 공감하고 지지를 하지만 정책이 업종별로 달리 적용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보증금제를 왜 테이크아웃 컵에만 적용을 하는지도 의문이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실시하는 정책적 이유가 일회용 컵의 사용을 줄이고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다는 것이라면 음식물을 담는 용기나, 그릇이나 접시와 같은 식기는 사용을 줄이지 않고 회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 든다.
더욱이 배달음식용 용기는 친환경 소재로 바꾸면 일회용품이라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은 친환경소재로 바뀌더라도 보증금을 내고 사용해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이라면 이는 문제가 있다.
커피전문점을 이용하는 일부 고객들은 다회용 머그컵 보다 일회용 컵이 더 위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후 더욱 심해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머그컵은 사용할 때마다 깨끗이 위생적으로 세척하여 사용하지만 일회용 컵의 경우 내부 세척 없이 배송된 상태 그대로 사용한다. 물론 당연히 생산단계에서 기준에 맞추어 위생적으로 생산·포장·운송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아무런 세척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이 찜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이후 대다수의 고객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다회용 컵 사용보다 일회용 컵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의 로드맵을 기계적으로 시행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로드맵의 시행은 코로나19의 극복상황을 고려하여 유연하게 시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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