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OTT 산업 환경은 경쟁의 연속이다. 한국에서는 글로벌 OTT 공룡 넷플릭스와 토종 OTT 서비스인 웨이브·왓챠·티빙 등이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매년 수백억원 단위의 수익을 거둔다. 디즈니플러스도 국내 진출을 가시화하면서 국내 OTT 플랫폼 환경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국산 OTT 기업은 이에 대응해 시장 확대와 구독자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콘텐츠의 질과 양을 높이는데 집중한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20년 코로나 여파로 크게 증가했다. 2021년에는 증가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머지않아 재반등이 예상된다. 단, 코로나가 OTT 플랫폼의 이용률을 높이는 데 일조 했으나, 단기적으로는 영화산업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콘텐츠 수급 문제 등이 발생하는 만큼 OTT 플랫폼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의 체력증진와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고려할 수 밖에 없게 됐다.
23일 IT조선이 주최한 미래 플랫폼 포럼의 한 세션인 OTT 토론회에서는 국내외 OTT 시장 활성화와 국산 OTT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이희주 콘텐츠 웨이브 정책기획실장과 허승 왓챠 이사, 고창남 티빙 COO 등 국내 3대 OTT 서비스의 주요 실무자와 임승옥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본부장, 노창희 미디어미래연구소 ICT정책센터장 등 OTT 분야 전문가가 참석했다.
노창희 센터장은 국내 OTT 산업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넷플릭스와 한국시장 진출을 가시화한 디즈니플러스의 공격에 국내 OTT 플랫폼의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OTT 플랫폼에서 투자가 웹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보건교사 안은영의 사례에서 보듯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한국소설 등이나 잠재력을 지닌 작가들을 발굴해 참신한 아이디어 확보와 제작비 절감 등을 꾀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정책적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 세제 지원등이 있는데 이를 정부에서 확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며 "틱톡 등 현재 급성장한 동영상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 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본받아 기술적 투자를 높일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도 자막 기능을 강화하고 빅테크를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이희주 웨이브 실장은 "현재의 OTT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미디어 전쟁 상황에서는 규모 있는 콘텐츠가 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며 "티빙이나 왓챠 웨이브에서 함께 편성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공동제작에 대한 필요성인데, 자금이 적게 투입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만약 공공의 적이 존재한다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고창남 티빙 COO는 "OTT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콘텐츠 제작자나 케이블TV 등 본연이 가지고 있는 힘과 경쟁력을 맞춤형 장점으로 변환해야 한다"며 "자금의 문제라고 보기보다, 플랫폼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선 차별화에 집중하는 것이 필수다"라고 말했다.
OTT 합종연횡, 합작 자체보다 목표와 방향·정체성 유지에 대한 고려 필요
OTT 플랫폼에서 진행되고 있는 합종연횡에 대한 주제도 제시됐다. 티빙은 JTBC를 비롯해 네이버 등과 콘텐츠·유통 등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웨이브 역시 SK의 OTT였던 옥수수와 국내 지상파 3사가 협력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OTT플랫폼의 다양한 합종연횡은
고창남 COO는 "합종연횡은 결국엔 필요한 일이다. 경쟁력이 심한 시장에서 홀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며 "JTBC와 함께하는 티빙만 아니라 웨이브 등도 공중파 방송과 동맹을 맺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합종연횡의 중요성은 목적이다"라며 "단순하게 합종연횡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합작을 통해 어떤 길과 방향을 건설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승 왓챠 이사는 "합종연횡을 한다고해서 무조건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와 경쟁했던 플로도 막강한 사업자의 결합이었지만 넷플릭스를 저지하지 못했다"며 "넷플릭스가 정체성 유지와 함께 테크기업으로서도 발전을 꾀했기 때문인데, 왓챠에서도 테크기업으로의 면모와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주 실장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외산 OTT 기업은 한국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합종연횡에 대한 가능성을 따지기 이전에 외산OTT가 공략하는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OTT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과 향후 정책 설정 방향에 대한 산학의 의견을 듣는 시간도 있었다.
노 센터장은 "국내 OTT 플랫폼이 해외시장에 나설 경우 자막이나 음악적인 부분에서 새롭게 계약을 진행해야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기정통부 등 정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광고 분야에 대한 기존 규제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실장은 "2019년 조사를 볼때 유튜브를 보는 시청자가 50%이상을 넘었다. 지상파 방송은 18.8%정도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3사에 대한 규제만을 고려하기보다는 주된 시청 플랫폼인 유튜브에 대한 규제도 이뤄져야하는 시기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케이블TV나 IPTV·지상파 3사 등이 잘하고 잘못해온 일도 있겠지만, 이와 별개로 OTT 산업 성장과 외산 OTT 유입에 대응해 전통미디어들의 전환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이런 부분을 정부에서 외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허 이사는 "규제에서 단순하게 적용하지말고 섬세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외산OTT나 기존 전통미디어 환경에서 적용되던 틀을 현재 국산 OTT에 일괄 적용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산 OTT 기업의 경우 규제 등을 일정 적용을 받아 재정적인 부담 등에서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지만 국내 기업은 다르다"며 "국내 OTT 산업을 고려해 업계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정교한 정책설정을 해주길 바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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