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을 제외한 KB국민·신한·NH농협·우리은행 등 4대 주요 은행 모두가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했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전환에 발 맞춰 새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내걸었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보수적인 기조가 유지되는 만큼, 은행들은 지분투자나 업무 협약을 통한 우회 진출로 신사업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코인플러그, 커스터디 전문기업 ‘디커스터디’ 설립

1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블록체인 기술 기업 코인플러그와 함께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전문회사인 ‘디커스터디’를 설립키로 했다. 새 법인은 이르면 이번주 중 설립될 예정이다.

디커스터디는 고객의 가상자산을 외부 해킹이나 보안키 분실 같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관하고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대체불능토큰(NFT) 관련 자산 보관 서비스도 지원한다.

최대주주인 코인플러그는 블록체인 분야 특허 보유 세계 3위 기업으로 330여개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전자지갑 서비스, 예치 서비스인 업파이, 온라인 서베이 플랫폼 더폴, 비대면 인증 서비스 마이키핀, 7월 중 출시 예정인 NFT 마켓플레이스 메타파이 등 다양한 사비스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 DID 기반 플랫폼을 이용한 조달청 혁신제품 메타패스, 마이키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코인플러그는 이번 사업을 통해 자사의 핵심 기술을 이용해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편리성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투명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가상자산 관련 AML(자금세탁방지), 트래블룰 플랫폼 사업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2대 주주로 참여한다. 가상자산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블록체인 기술을 획득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합작 법인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 노하우 등을 공유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신사업 확대위한 수익창출…전방위 제휴로 우회 진출

커스터디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대신 보관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다. 지갑 관리와 가상자산 이전, 키 보관 등도 포함된다. 나아가 가상자산 결제와 정산, 가상자산을 대여하고 이자를 지급받는 등 운영 업무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거나 가상자산 운용 등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최근 은행은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이자가 줄면서 신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 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3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은행도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마련된 셈이다.

시중은행은 고객들에게 증권 관리와 자금결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가상자산 커스터디 서비스는 기존 업무의 연장선상으로 이해된다. 업계가 은행은 시스템 안정성 면에서 가장 확실한 참여자로 여기는 이유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사업에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만큼 직접 서비스를 출시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 상 은행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을 하려면 집합투자업 등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하는 지도 불분명하다. 멀티시그 기능 등 기술력 확보도 숙제다. 이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지분 투자나 사업자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앞서 KB국민은행은 블록체인 기술 기업이 해치랩스와 투자 기업 해시드와 함께 한국디지털에셋(KODA)를 설립하고 지난 5월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블록체인 리서치 기업 페어스퀘어랩과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을 설립했다. 최근에는 NH농협은행이 갤럭시아머니트리, 한국정보통신, 핵슬란트와 함께 가상자산 커스터디와 NFT 등 관련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커스터디를 포함한 가상자산 사업과 관련해 아직까지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코인플러그 어준선 대표는 "디커스터디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안전성과 유동성이 풍부한 가상자산 외에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게임·예술품·스포츠·음원 등의 NFT와 증권형 토큰공개(STO) 연계 및 다양한 디지털 분야 신사업 발굴을 계획 중이다"라며 "향후 메타버스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 부문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