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나 전기차 등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100% 충전 자체가 불가능하다. 처음 충전을 시작한 후 리튬이 손실되기 때문에 이론상 저장 가능 에너지 중 10~30%를 빼야 한다. 100%라고 해도 사실상 70~90% 수준만 충전이 되는 셈이다.

한국 연구팀은 최근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전기배터리 내 리튬 초기손실율을 보완하고, 흑연·실리콘 혼합 음극재의 실리콘 함량을 높여 배터리와 음극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실리콘 복합음극용 전처리용액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실리콘 복합음극용 전처리용액 / 한국과학기술연구원
14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이민아 에너지저장연구센터 박사와 홍지현 에너지소재연구센터 박사, 정향수 수소·연료전지연구센터 박사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이 리튬 배터리의 흑연·실리콘 복합음극 제작과정에 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용액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공동연구팀은 전처리 용액 사용시 실리콘 함량을 50% 이상으로 늘릴 수 있어 기존 대비 2.6배 이상의 용량을 갖는 음극 소재를 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전자기기 배터리는 완충시 100% 충전 상태로 표시되지만 사실 이론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중 10~30% 정도를 잃어버린 상태다. 배터리의 생산과 안정화 공정에서 첫 충전시 리튬이온의 일정량이 영구적으로 손실되기 때문인데, 학계는 리튬의 초기 손실 문제를 해결할 경우 전기차 주행거리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상용화된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음극 소재로 흑연을 사용한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에너지 저장능력이 5~10배 높아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는다. 단, 실리콘은 흑연에 비해 3배가량 많은 양의 리튬을 소모해 흑연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는 중이다. 이에 흑연과 실리콘을 혼합한 흑연·실리콘 복합전극이 실질적인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흑연·실리콘 복합음극은 실리콘의 함량이 높을수록 용량은 커지지만, 초기 손실도 함께 높아진다. 현재로서는 실리콘 함량을 15%이상으로 늘리지 못하고 있으며, 실리콘 함량을 50%로 했을 때는 전체 리튬의 40%가 초기에 손실된다.

해결 방법으로는 손실될 리튬을 음극에 미리 추가로 공급하는 ‘사전리튬화 방법’이 제시되는 중이다. 이민아 박사팀은 전극을 특수한 용액에 담갔다 빼는 공정을 개발해 실리콘 전극의 초기 리튬 소모를 차단한 바 있는데, 연구진은 해당 공정을 상용화 가능성이 큰 흑연·실리콘 혼합소재에 적용하고자 했다.

실리콘·흑연의 리튬을 저장하는 화학적 원리가 달라 기존의 전처리 용액을 사용시 흑연구조 내부로 리튬이온 외 다른 물질도 들어가 흑연 구조를 파괴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팀은 전극 파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용액 내 분자의 상호작용의 세기를 조절해 새로운 조성의 용액을 개발했다. 이로써 실리콘과 흑연이 혼합된 전극에서도 안정적으로 손실될 리튬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흑연·실리콘 전극을 해당 용액에 1분 정도 담구면 실리콘의 비율을 50%까지 올려도 초기 리튬 소모 현상을 완전히 차단해 첫 충전 시 1% 이하의 리튬만 소모해 100%에 가까운 높은 초기효율을 보유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된 전극은 기존 흑연만을 사용한 음극에 비해 약 2.6배 높은 용량을 가지며, 250회 충·방전하는 내구성 시험 후에도 87.3%의 용량이 유지되는 우수한 수명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 공동연구팀측 설명이다.

이민아 KIST 박사는 "본 연구를 통해 기존 15% 이내에 머물던 흑연·실리콘 복합음극 내의 실리콘 함량을 50% 이상으로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용량을 지니는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 향후 전기자동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홍지현 KIST 박사는 "KIST 내부 연구원들의 활발한 협력 연구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었기에 우수한 성과를 얻는 것이 가능했다"며 "안전하고 대량 양산에 적합한 기술로 실제 산업화도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