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전동화 모델(G80 EV)은 현대자동차그룹 내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다. 제네시스 G80 EV는 현대차의 E-GMP 플랫폼을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프리미엄 첫 전기차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차량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내연차와 전기차 간 과도기 제품군인 하이브리드(HEV) 모델은 거치지 않고,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직통했다. 현대차 입장에서 제네시스 G80 EV의 성공은 꽤 중요하다. 내연차 기반 모델이었던 제네시스에 새로운 전기차의 이미지를 입히는 일인데다, 추후 나올 GV60 등 후속 전기차의 기준이 되는 탓이다.

IT조선이 시승한 제네시스 G80 EV는 차량 기본가격 8281만원에 추가옵션을 포함해 9651만원 상당 가격대의 차량이다. 미쉐린의 19인치 타이어를 사용하는 4륜 구동 방식으로 작동되며, 차량 색상은 비크 블랙(외장)과 하바나 브라운 나파 가죽시트·올리브 애쉬(내장)로 구성됐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하남시 하남스타필드를 시작으로 경기 가평군 청평면 일대를 돌아 복귀하는 2시간 내외 경로였다.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브랜드의 제네시스 G80 EV의 외관 / 이민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 브랜드의 제네시스 G80 EV의 외관 / 이민우 기자
제네시스 G80 EV의 정체성은 전기 프리미엄 세단이다. 세단 등 고급 승용차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능력은 탑승자를 배려하는 정숙성이다. 전기차는 원천적인 엔진 소음이 없어 조용하지만 역설적으로, 엔진 소음이 없다보니 주행 중 노면 소음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제네시스 G80 EV는 이를 고려해 GV80에도 적용했었던 능동형 노면 소음 제어기술(ANC-R)을 적용했다.

능동형 노면 소음 제어기술은 현대차와 삼성전자 산하 하만에서 공동개발한 음향기술이다. 시스템이 주행 중 노면소음을 4개 센서·6개 마이크로 수집 후 분석해 차량 내부의 하만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스퍼키로 반대위상의 소리를 송출해 느껴지는 소음 수준을 낮춘다.

실제로 제네시스 G80 EV는 능동형 노면 소음 제어기술 덕분인지 지금까지 시승했던 아이오닉5나 코나EV 등 전기차 중에서 가장 소음이 적게 느껴졌다. 주행도로가 정돈돼있는 경우 빙판을 달리는 것 같은 매끄러운 주행감과 정숙성이 잘 살려졌다. 울퉁불퉁한 노면에서 자체로부터 느껴지는 작은 충격등은 있어도 귀를 거슬리게 하는 노면 소음은 최소화돼 느껴졌다.

제네시스 G80 EV의 운전대에 삽입된 패들시프트와 디스플레이에서 조작가능한 회생제동설정 / 이민우 기자
제네시스 G80 EV의 운전대에 삽입된 패들시프트와 디스플레이에서 조작가능한 회생제동설정 / 이민우 기자
제네시스 G80 EV에 설정된 회생제동 성능은 상당히 강력하다. 현대차그룹내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비교해봤을 때, 아이오닉5가 천천히 되감기는 요요의 느낌이라면 제네시스 G80 EV의 회생제동은 훨씬 더 급속한 느낌을 준다.

회생제동은 스티어링휠(운전대) 오른쪽에 위치한 패들시프트(돌출형 버튼형태의 변속조작기)나 디스플레이의 EV설정에서 ‘스마트 회생 제동 강도’ 탭을 통해 조정할 수 있다. 단계적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전반적으로 비교해도 여전히 아이오닉5의 회생제동보다는 강하다.

회생제동의 강력함은 엑셀만을 사용한 원(One) 페달 주행 편의를 높인다. 엑셀에서 발을 떼기만 하면 제동과 주행을 명확히할 수 있다. 덕분에 제네시스 G80 EV를 주행하는 시간 내내 발목에서 느껴지는 피로감이 덜했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옮겨다니며 주행하는 빈도가 다소 적었던 덕분이다. 다만, 회생제동에 익숙하지 않거나 강한 회생제동으로 인한 엑셀에서의 이물감에 민감한 운전자라면 불호를 표할 수도 있다.

제네시스 G80 EV의 전면부에 배치된 충전구와 배터리팩 / 이민우 기자
제네시스 G80 EV의 전면부에 배치된 충전구와 배터리팩 / 이민우 기자
제네시스 G80 EV의 충전구는 전면부 앞쪽 범퍼에 배치돼 있다. 코나EV와 니로EV와 유사한 위치로 제네시스 G80EV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 내연기관 차량인 제네시스 G80의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엔진이 배치되는 전면부 보닛 부분에 배터리팩이 탑재되다 보니, 배터리팩 위치 그대로 충전구가 삽입됐다.

충전구 위치는 전용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차량의 전동화 모델이다보니 불가항력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프리미엄 전기차인 제네시스 G80 EV가 전면부 충전에 메여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단점이다. 주차 후 출차시 편리성이나 연비를 위해 후면주차를 선호하는 운전자가 많은 상황에서 전면 주차가 강제되는 점은 운전자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