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엔씨, 돌파구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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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9.02 06:00
올해 상반기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과금 체계로 인해 이용자 트럭시위 등 진통을 겪은 엔씨소프트(엔씨, NC)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반기 반등을 노리고 야심차게 출시한 ‘블레이드&소울2(블소2)’의 흥행 실패가 불가피한 데다가 리니지2M 등 기존 리니지 시리즈의 이용자 이탈이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엔씨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엔씨웨스트의 실적도 악재로 꼽힌다. 업계는 엔씨가 잇따른 악재를 떨쳐내기 위해선 글로벌 신작 ‘리지니W’를 성공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엔씨소프트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씨 주가의 폭락하고 있다. 80만원에 육박하던 엔씨 주가는 블소2 출시와 함께 하향 곡선을 타며 60만원 중후반 대까지 떨어졌다.

블소2 흥행 실패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6일 출시된 블소2는 엔씨의 하반기 기대작이다. 국내 모바일 MMORPG 장르 가운데 적의 공격을 막고 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유일하게 구현한다고 알려진 데다가 기존 게임과 비교해 과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출시된다는 소식에 이용자들의 기대감을 모았다. 이에 업계는 블소2의 출시 전 일매출을 30억원 중후반대로 예상했다.

결과는 외화내빈이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블소2의 첫날 매출액은 약 8억원에 불과했다. 증권가 역시 블소2의 매출을 대폭 하향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블소2의 예상 일 매출액을 4분기를 기존 30억원에서 5억원으로 1일 대폭 줄였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초기 6개월 일매출액을 기존 22억원에서 4억4000만원으로 내리고,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조6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38.9% 하향했다.

꾸준히 지적받은 문제 유지

증권사들이 엔씨의 하반기 기대치를 낮추는 이유는 이용자들이 블소2의 과금 시스템, 게임 편의성, 이용자와 소통 방식 등을 문제로 지적하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과금 시스템’이다. 이용자들은 트릭스터M, 리니지 형제(리니지M·2M)에서 지적된 과금 유도 체계가 그대로 적용됐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게임 캐릭터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유료 아이템 ‘영기’를 문제 삼는다. 시즌 패스를 계속 구매하면 활성 시간이 유지되지만, 영기를 사지 않은 이용자는 무료 제공 시간이 끝나면 추가 경험치나 대화 획득률 증가 시간이 제한된다. 또 비각인(거래 가능) 아이템도 얻을 수 없다. 영기를 계속 구매해야 아이템을 얻고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용자 불만에 엔씨는 게임 출시 다음날 논란이 된 일부 수익모델(BM)을 변경하고 사과했다. 또 출시 후 일주일에 걸쳐 난이도를 하향 조정하고 보상 체계를 개선하는 등의 시스템 추가 개편안을 두 번에 걸쳐 발표했다. 이용자가 건의하는 불편 사항을 경청하고 꾸준히 개선해 나가겠다는 공식입장도 내놨다.

엔씨의 잇따른 사과와 시스템 개선 약속에도 이용자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뽑기 시스템에 기반한 과도한 과금체계에 이용자 불만과 피로감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고 이유를 분석했다.

엔씨의 악재는 또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리니지2M의 8월 4주차 업데이트 방식도 이용자 불만을 야기했다. 엔씨는 제작 시스템 개선에 나섰는 데 실패 확률이 존재하는 프로모션 제작을 시도할 때 제작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제작 아크스톤’을 추가 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고과금 이용자에 이어 중과금 이용자를 양산하겠다는 뜻 아니냐"며 비난했다.

리니지W 스크린 샷. / 엔씨소프트
리니지W, 해외 시장 공략이 관건…가능할까

해외 시장 실적도 엔씨 미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엔씨가 최근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며 출시한 리니지W의 성적이 여전히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리니지W는 엔씨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제작 중인 리니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신작이다. PC와 콘솔(플레이스테이션5, 닌텐도 등)에서 모두 플레이 가능한 크로스 플랫폼으로 올해 4분기 서비스될 예정이다. 김택진 최고창의력책임자(CCO)는 리니지W를 두고 24년 동안 엔씨가 쌓아온 모든 것을 집대성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엔씨의 실적이 여전히 국내에 집중돼 있어 리스크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엔씨의 지난해 국내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3%다. 해외 매출은 약 7.7%에 불과하다. IP 사업 로열티 역시 10% 쯤에 불과하다. 해외사업 매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셈이다.

엔씨의 해외사업을 견인하는 자회사 엔씨웨스트는 2017년 4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올해 1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쭉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안하다. 게임 자체 수익 증가보다 인건비,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이 줄어 흑자를 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약 460억원으로 이번 상반기 역시 마이너스 약 411억원에 달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임 자체 수익을 늘릴 필요성이 제기된다.

특히 리니지W로 해외에서 수익을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권 이용자와 북미, 유럽권 이용자 간 성격이 상이한 탓이다. 기존 국내 출시작과 다르게 서구형 이용자에 맞춘 게임 콘텐츠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아시아권 이용자의 경우 이용자간 대결 방식(PVP)이 인기를 끌지만, 서구권은 이용자 대 환경(PVE)이 더 인기를 모은다. 이용자가 서로 힘을 모아 적을 물리치는 방식이 선호되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스토리 깊이나 감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구권에서 싸움에 집중하는 직관적 전투방식을 고수하는 한국형 MMORPG가 성공할지 의문이다"라고 답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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