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명쾌하고 확실한 방법은 기업분할, 사업분리...그보다 좀 약한 방안은 회계분리
현실적으로는 검색 알고리즘 중립성 또는 투명성 규정...검색 결과 자기사업 우대 막아야

국내외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 규제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의 자기사업 우대 등을 불공정 행위로 보고 빅테크 기업의 ‘구조적 분리(기업분할)'를 검토하자는 논의까지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제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 6월말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 등 5개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에서는 EU(유럽연합)가 2020년 12월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안은 발표했다. 미국, 유럽 모두 법안의 최종 통과와 시행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같은 흐름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빅테크 기업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데 그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반적으로 규제하는 법안은 아니다.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들의 자기사업 우대를 심사지침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과 비슷하게 보고 기존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네이버, 카카오 등의 불공정 행위, 경쟁 제한이 심각하기 때문에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반영해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에 맞는 바람직한 플랫폼 기업 규제 방안은 무엇인지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네이버 사옥 / 이은주 기자 촬영
네이버 사옥 / 이은주 기자 촬영
기업분리부터 법인분리, 회계분리 등 아이디어…"구조적 분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의견도

국내에서도 구조적 분리를 근본적 해법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제협력팀장(『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저자)은 네이버 같은 핵심 빅테크 기업이 자신의 주력 사업이 아닌 부수적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이를 ‘플산분리'(플랫폼-산업 분리)라고 명명했다. 금융 규제 당국 종사자답게 '금산분리'(금융-산업 분리)에 빗댄 것이다.

현행 법령에서는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일정 지분 이상 소유하는 것을 막거나(은행 4%, 지방은행 15%), 금융회사가 일반회사 지분을 20% 이상 소유할 수 없는 등의 금산분리 규제가 있다. 금융회사가 부실 계열기업을 지원하거나 계열 기업을 위해 보유 자산을 운용하는 등 이해상충이나 불공정 경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은 인프라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특별히 규제하는 것이다.

강 팀장은 플랫폼도 금융처럼 인프라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플랫폼이 가진 막대한 ‘연결'의 힘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은 플랫폼의 주요 산업과 인접 산업을 구분하기 위한 선행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사람을 모으고 연결시키는 플랫폼의 기본 경쟁력은 훼손하지 않되, 자신의 핵심 사업들과 거리가 먼 사업들을 지속 확장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견제하려면 근본적 해법은 구조적 분리, 기업분할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 네이버의 자기사업 우대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같은 ‘구조적 분리’를 대안으로 꼽는 의견은 소수다. 이론적으로는 가장 근본적이고 명쾌한 해법일 수 있지만, 현실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우세하다. 윤경수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구조적 분리가 깔끔한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학자로서 다른 변수들의 현실 영향이 존재할텐데 네이버에 검색사업 외에 다른 사업들을 정리하라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해외경쟁정책동향 제180호 내용 중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플랫폼 독점 종식법' 관련 내용 갈무리
/공정위의 해외경쟁정책동향 제180호 내용 중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플랫폼 독점 종식법' 관련 내용 갈무리
다만 그는 중간 지점에서 대안을 찾을 여지가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도 빅테크의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사업 분리의 형태가 고민되지만 급진적인 ‘법인 분리' 외에 여러 분리 방안들이 고민되고 있는 상황이다. 적극적 분리가 원천적으로 소유 분리, 곧 다른 회사에서 ‘커머스 사업'을 하도록 매각시키는 방안이라면 이외에 ▲소유 관계는 유지하되 법인 분리 추진 ▲같은 회사에서 운영해도 사업부를 달리해 회계 분리를 하는 방안 등이 방식들도 미국에서 논의된다.

윤 교수는 "앞선 두 방식의 분리(매각/법인분리)는 재산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회계 분리 방식은 도입해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회계가 분리되면 네이버 커머스 사업부에서 네이버 검색엔진에서 우선 노출시키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 등이 회계를 통해서 외부에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와의 차별이나 자사 우대의 문제를 입증하는 과정이 좀 더 투명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민변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치원 변호사도 "미국식 계열 분리 방식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며 "특히 커머스 사업의 경우 완전한 네이버-쿠팡 중심의 독과점 시장이라고 보기엔 후발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존재하고 경쟁구도가 존재해 일률적 분리를 대안으로 논하기엔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논의의 핵심, 네이버 ‘자사 콘텐츠 편향 노출' 어떻게 막을까

국내에서는 미국식 구조적 분리보다는 다양한 사업에 진출한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 연결 과정에서 알고리즘을 공평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알고리즘의 중립성, 공정성, 투명성 등이 자사우대 규제의 논의 중심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앞서 IT조선의 취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빅테크의 자사우대 견제를 위해 ‘알고리즘 중립성' 부여 의무를 고민했다. 이중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가 자신의 서비스를 특별히 우대해 시장질서를 왜곡하지 않도록 하려면, 알고리즘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쟁당국이 알고리즘의 편향성을 입증하고, 중립적인 운영을 견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색 사업자들이 콘텐츠 게시의 광고료를 받으면서 사업 모델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콘텐츠 나열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중립성' 자체가 구현되기 어렵다. 또 기술적 알고리즘은 기술 설계 단계에서 중립성의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감별하는 게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알고리즘이라는 운영 원리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콘텐츠 노출 결과의 편향성을 중심으로 그 균형을 촉진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윤경수 교수는 "경쟁정책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검색 편향성이다. 자사 콘텐츠 편향이 자사우대와 연관해 발생할 때 경쟁제한성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네이버 관련 사업들을 섹션으로 묶어 상위에 편향 노출하는 식의 노출에 대해서, 경쟁당국이 그 경쟁제한성을 명확히 측정해 개입의 ‘선'을 그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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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투명성'이라는 대안도…편향 배치에 이해관계자 납득 필요

검색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있다. 최난설헌 연세대 교수는 "투명성 도입하면 자사우대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지 여타 이해관계자들도 인식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우선 빅테크 기업의 자사우대가 정말로 시장지배력을 전이시키는 것인가에 대한 국내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양용현 KDI 연구위원도 "적절한 기준을 합의하고, 플랫폼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검색 알고리즘의 기준에 투명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EU의 ‘온라인 플랫폼 규칙'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규칙에서는 ‘검색·배열순위 결정과 관련된 정보의 제공’ 의무를 규정하면서, 플랫폼 서비스 시장에서 검색·배열 순위의 투명성을 제고하도록 했다. 해당 규칙은 "온라인 중개서비스 사업자는 자사 웹사이트 화면에 배열되는 업체·상품 등 우선순위를 결정짓는 매개변수(main parameters) 및 고려되는 각 변수(순위 결정요소) 간 상대적 중요도를 약관에 명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요인으로 인해서 편향적이어 보이는 콘텐츠 노출 결과가 나타났는지를 일정 부분 공개하거나, 설명해 납득시킬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킬러인수 통한 사업확장 견제 논의, ‘입증책임 전환' 논의 솔솔

동시에 향후 경쟁자로 성장할만한 잠재성 있는 기업들을 빠르게 인수합병하는 킬러인수를 통해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해 온 빅테크식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네이버, 카카오의 킬러인수에 대한 경쟁제한성이 면밀히 분석되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면밀한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는 전제가 성립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빅테크의 영향력이나 사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선제적 규제안으로서 경쟁제한성을 기업이 스스로 지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사무국장은 인수합병이 시장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업이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른바 ‘입증책임의 전환'이다. 현재는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선 공정위가 그 경쟁제한성을 입증하고 판단해, 결합이나 인수 승인을 내리는 식의 절차를 밟고 있다.

장 연구원은 "디지털-플랫폼 경제에서는 시장획정도,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판단하는 기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에 비해 행정력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이처럼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인수합병의 타당성에 대한 입증책임을 전환해 기업으로선 향후 불필요한 리스크를 줄이고 당국으로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빅테크의 인수합병으로 인한 ‘문어발 확장' 규제 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새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있는 상태다. IT조선 취재에 따르면 공정위는 주요 플랫폼 기업이 인수하려는 스타트업의 잠재성을 종합 평가해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공정위는 플랫폼이 인수합병하려는 기업에 ‘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조항을 추가할 예정이다.

그간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시 인수 기업의 규모와 매출액·자산·시장점유율 등 정량적 요소만 중점적으로 고려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수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 규모와 질, 성장 가능성, 기업 혁신 능력 등 잠재성을 종합 분석해 기업결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주요 플랫폼들의 소규모 기업 인수 승인 여부는 인수 기업에 대한 당국의 평가, 분석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