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의 ‘두뇌 독립’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바일·CPU 등의 핵심 프로세서 역할을 맡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노트북용 CPU 칩셋을 자체 개발 중이며, 적용 제품군을 확대한다. 고가 프리미엄 제품 외 중저가 등 보급형 제품에도 퀄컴·인텔 제품인 아닌 자사 제품 탑재를 노린다.

IT기업이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면, 제품 특성에 최적화한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성능·품질 향상을 노릴 수 있다.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회사에 제조를 맡길 경우, 별도로 반도체를 공급받는 것과 비교해 기술이나 보안 이슈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삼성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리즈 엑시노스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리즈 엑시노스 / 삼성전자 홈페이지 갈무리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월 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100을 선보였고, 2022년에는 차세대 엑시노스 2200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모바일AP로 퀄컴 스냅드래곤을 많이 채택했었다. 갤럭시S20시리즈에 탑재된 자사 엑시노스 비중은 20%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타사 AP 비중은 줄이고 엑시노스 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을 편다.

모바일 업계는 삼성전자의 차기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22에 엑시노스 2200를 탑재하고, 중저가 라인업에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인 보급형 제품 엑시노스 1280을 넣는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기기 두뇌에 해당하는 AP 칩셋 독립 분위기를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확대한다.

애플 역시 주요 반도체의 독립 정책을 이어간다. 자체 개발한 고성능 반도체 M1프로와 M1맥스를 내놓으면서 ‘탈(脫) 인텔(intel)’을 선언했다. 앞으로 애플은 M1프로·M1맥스를 탑재한 신형 맥북프로만 생산하며, 기존 인텔 반도체를 탑재한 맥북을 내놓지 않는다.

애플은 노트북용 고성능 CPU칩을 자체 보유하는데 성공하면서, 과거 공개한 M1을 시작으로 M1프로·M1맥스를 통해 보급형부터 고급형 노트북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칩셋 라인업을 구축했다. 플래그십인 맥북 프로만 아니라 다른 애플 노트북에서 인텔 반도체 퇴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무역 제제로 인해 2020년 8월 자체 생산 칩인 ‘기린(Kirin)’의 생산중단을 공식화했던 화웨이도 내부적으로는 자체 모바일AP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폴더블폰 시리즈인 메이트X의 차기작 메이트 X3에 화웨이 자체 프로세서 ‘기린9000’이 탑재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 등장이후, 미국이 중국 견제와 관련해 동맹국의 수출 압박 수위를 낮추고 있는 점도 화웨이에 호재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게 120조원 규모 제품 수출허가를 내주기도 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삼성전자나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스스로 코어 프로세서 등 핵심 반도체칩을 설계해 탑재하는 것은 각자 제품 포트폴리오에 맞는 최적화된 성능을 끌어내기 위함이다"며 "설계를 직접해 파운드리에 넘기면, 파운드리는 고객사 의뢰 보안을 철저히 하는 만큼, 제품개발 보안에서도 우수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