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공중전화 부스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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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2.16 06:00
휴대폰 보급률 상승과 함께 무용지물이 된 공중전화 부스가 여전히 전국 주요 자리를 차지한다. 국민의 통신 접근권을 보장하는 법 때문으로, 관리를 맡은 KT는 임의로 공중전화 부스를 철거할 수 없다. 해당 부스를 1인 사무 공간이나 전기차 충전소 등으로 개조해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뚜렷한 성공 사례는 없다. 길거리 애물단지로 전락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법에 따라 부스 운영을 당장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 생활에 필수인 보편적 통신서비스로 규정해둔 탓이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 모습 / 김평화 IT조선 기자
휴대폰 보급률 상승으로 공중전화 부스 사용자가 줄고 있다. 과기정통부 통계를 보면, 10월 기준 국내 휴대폰 회선 수는 5542만6171 회선이다. 대한민국 인구는 2021년 기준 5174만명이다. 국민 1인당 1대 이상의 휴대폰을 보유한 셈이다.

전국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KT링커스가 운영하는 공중전화 부스 수는 2020년말 기준 실내·외 포함 3만4000대다. 2010년 15만3000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11만9000대(77.78%) 줄었다.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공중전화 부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IT조선이 서울 관악구 일대에 있는 공중전화 부스를 살펴보니, 다수는 찾는 이 없이 방치됐다. 일부 부스는 부식이 심한 데다 주변에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기도 했다. 도시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다.

이용자가 거의 없는 공중전화 부스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공중전화 사업자인 KT로부터 위탁을 받아 전국 공중전화 부스를 관리하는 KT링커스는 기존 부스를 전기 이륜차 공유배터리 충전소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시범 사업에 이어 향후 충전소 수를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사업은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전기 이륜차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배터리 사업자와 협력하는 것은 어렵다.

KT링커스 관계자는 "공중전화 부스 사용률이 떨어지다 보니 활용을 고민하다가 친환경으로 사업을 하게 됐고, 향후 1000~2000대 정도의 충전소 구축을 생각한다"며 "다만 배터리 사업자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확대 속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KT링커스는 환경부, 서울시 등과 손잡고 공중전화 부스를 전기차 충전소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시도한 바 있다. 최근엔 부스를 1인용 사무 공간으로 개조하거나 방역 기능을 더한 방역 부스로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 사례로 남길 만큼 사업이 확대되진 못했다.

행정안전부는 11월 국민 공모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 한국’ 사업 연장선에서 공중전화 부스 활용 아이디어를 모집했다. 최우수 아이디어에는 최대 1000만원을 포상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중전화 부스 운영이 그만큼 사회적 과제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다.

KT가 당장 부스 수를 급격하게 줄이거나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공중전화를 보편적 서비스로 명시한다. 쉽게 말해 공중전화 부스 운영을 국민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 통신 서비스로 보고 이를 통신사업자의 의무로 했다. 과기정통부가 세부 정책을 세우면 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분담하는 식이다.

과기정통부는 공중전화 부스 운영과 관련해 여러 과제가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당장 사업을 폐지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통신 복지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더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반인의 경우 공중전화를 쓰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중전화 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보편적 서비스의 경우 국민 통신 접근권 측면에서 바라보기에 장기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통신사업자가 면허를 따서 시장에 들어오는 대가로 (부스 운영) 손실을 보전하는 형태이다 보니 수익 여부만 갖고 사업 존폐를 결정할 수 없다"며 "해외에서도 공중전화 부스를 빼지 못하고 있다. 복지와 관련된 부분이다 보니 단면만 보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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