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엔진 조기 종료로 인해 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29일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통해 누리호 1차 발사시 엔진 조기 종료로 인해 위성모사체가 궤도에 투입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돼 10월 발사된 누리호는 1~3단 분리, 페이링, 위성분리 등 모든 과정을 순조롭게 마쳤지만 위성모사체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과기부는 항우연 연구진들과 외부연구원들이 참여하는 조사위를 5차례 개최해 누리호 본궤도 진입 실패와 관련한 기술적 사항을 조사해왔다.

조사위는 비행 중 획득한 2600개의 텔레메트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누리호 비행과정 중 발생한 이상 현상을 찾아내고 현상을 유발시킨 원인을 밝혀내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조사위는 조사 초기 단계에 3단 산화제탱크의 압력이 저하돼 엔진이 조기에 종료됐음 확인했다.

산화제탱크 실물모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화제탱크 실물모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위에 따르면 누리호의 3단 산화제탱크 내부에 장착돼 있는 헬륨탱크 고정장치 설계시 비행 중 부력 증가에 대한 고려가 미흡했다. 이로 인해 실제 비행 시 헬륨탱크에 가해지는 액체산소의 부력이 상승할 때 고정장치가 풀려 헬륨탱크가 하부 고정부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된 헬륨탱크가 계속 움직이면서 탱크 배관을 변형시켜 헬륨이 누설되기 시작했으며 산화제탱크의 균열을 발생시켜 산화제가 누설됐다. 이로인해 3단 엔진으로 유입되는 산화제의 양이 감소하면서 3단 엔진이 조기에 종료되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누리호의 기술적 보완을 위한 세부 조치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추진일정을 확정해 나갈 계획이다. 또 기술적 보완은 헬륨탱크 고정부와 산화제탱크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 등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조사위 위원장인 최환석 항우연 부원장은 "설계시 비행 가속 상황에서의 부력 증가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국민들의 성원에 부응하지 못한 점을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향후 철저한 보완을 통해 2차 발사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