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2’가 7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사흘간 단축 행사로 개최되긴 했지만, 흥행과 안전을 모두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달아 나온다.

CES 2022는 예견된 실패이고, 오프라인 행사를 강행한 것은 주최 측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무리수였다. CTA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안을 고민하는 대신 행사 강행을 우선순위에 뒀다. 방역은 결국 뒷전이었다. CES 주요 전시관 속 안전장치는 마스크가 유일했다. CTA는 전시장 내 수용 인원을 딱히 정해두지 않았다. 관람객 간 간격 1.8m 거리를 유지하라는 권고를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행사가 열린 라스베이거스시 역시 수준 이하였다.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었다. 길거리 곳곳에서는 ‘노마스크’와 ‘턱스크’ 행렬이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CES 2022에 참가할 예정이던 해외 기업의 불참 사례도 이어졌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여파로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잔뜩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GM 등 주요 업체가 오프라인 행사에 불참했다. 기조연설자로 참가할 예정이던 마이크 시버트 T모바일 CEO는 행사장에 오지도 않았다. 중국 기업은 대거 불참했다. 전체 CES 참가 기업 수는 예년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막 한가운데 들어선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폭우가 내려 전시장 천장에서 물이 새고 정전이 발생한 CES 2018 당시와 같은 쇼킹한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CES 2022가 반쪽 행사로 전락하다 보니 기업들은 깜짝 놀랄 만한 혁신 제품을 가지고 나올 동기부여가 부족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폼팩터의 스마트폰과 새로운 패널을 탑재한 QD-OLED TV를 전시장에 공개하지 않았다. 현대차 부스에는 전기차가 쏙 빠졌다. SK는 신제품보다 친환경 콘셉트에 올인했고, LG전자는 실물 없는 온라인 기반으로 전시장을 꾸렸다.

악재 속에도 한국 기업의 분투는 상당했다. 스마트폰과 TV 분야에서 경쟁을 펼친 삼성과 LG는 그동안 CES에서 주거니 받거니 신경전을 펼치며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했었는데, 올해도 삼성과 LG 간 TV 분야 동맹이 가능할 수 있다는 훈훈한 분위기로 이목을 끌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노리는 한국 중소기업은 대거 부스를 열며 고객을 맞이했다. 어려운 시기 과감한 결단이었다. 한국 덕에 그나마 체면을 차린 CES는 사실상 ‘K-CES’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은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메인 전시장인 컨벤션 센터가 한산했던 것과 달리, ‘유레카파크’에 소규모로 부스를 꾸린 한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 ‘C랩’ 부스의 한 직원은 "부스가 한산할 것이란 우려를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CES 2022는 인류를 덮친 대재앙 속에 열린 초유의 오프라인 전시회였다. 미래 기술 트렌드를 경험하기 위해 각국에서 모인 관람객들은 불안감을 안고 각자의 터전으로 떠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의 다한 모든 기업인, 언론인에게 수고하셨다고 얘기하고 싶다. 잘 보여줬고, 잘 전했다. 모두가 평안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길 바라며, 향후 해외시장에서 노력에 걸맞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