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디지털 인사이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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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웅 이언이노랩 대표
입력 2022.01.14 06:00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비접촉 거래가 일상화된 지금 가장 핫한 단어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아닌가 한다. 새로운 트렌드, 혁신이 올 때마다 기업 컨설팅의 단골 주제가 누가 이 분야에서 가장 잘 하고 있는지 일단 보고 배우자는 선진 기업 벤치마킹이다.

한국은 특유의 농업적 근면성에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식 군대 문화가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중요한 동력이란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기업, 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재빠르게 배워서 오히려 원조를 능가하겠다는 "Fast Follower" 전략에 쏠쏠한 재미를 봤기 때문에 선진 기업 벤치마킹은 지금도 경영 컨설팅 보고서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항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벤치 마킹 상대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대상이 바로 중국이고, 중국 기업이다. 많은 분들이 의아함을 넘어 "뭐야, 디지털 혁신에 웬 중국?" 이러실지 몰라도, 중국은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혁신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면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 글로벌 경쟁 상대로 왜 중국을 봐야 하는지 살펴보자.

우선 역설적이게도 공산당 1당 독재 체제가 상황에 따라서는 파괴적 혁신을 마음껏 펼쳐 보기에 더없이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들기도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새로운 혁신 기업, 사업 모델이 등장하면, 일단은 그냥 맘대로 시작해 보도록 관찰만 하면서 사실상 방관하는 무법 단계가 규제의 1단계라 하겠다.

철저히 ‘선 실험, 후 규제’인 셈인데, 멋도 모르고 규제를 만들기보다는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뭐가 문제인지, 충분히 관찰해 보고 제도적 보완을 하겠다는 철저히 실용적인 접근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살펴야 하는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 그대로 따라 하기엔 위험천만한 방식이긴 하다.

어쨌거나 중국에선 신사업에 선발 주자가 등장한 후, 여기저기서 제2, 제3의 경쟁 업체가 우후죽순 등장하여 어느 정도 규모화됐다고 판단되면, 그제서야 뭘 하면 안 되는지 불법만 정해주는 2단계에 돌입한다. 속칭 네거티브(Negative) 규제다.

재미있는 건 뭐가 불법인지만 정한 단계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뭘 해도 합법이 된다. 그래서 생각지도 못했던 기발한 편법, 불법 같은 불법 아닌 합법 행위들이 속속 진화 발전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축적된 풍부한 사례를 통해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규제 당국이, 비로소 합법이 뭔지를 규정하는 3단계에 이르게 된다.

중국만 그런 게 아니다. 스타트업의 메카로 꼽는 미국 실리콘밸리도 기본적인 입장이 바로 네거티브 규제다. 자유경제체제에서도 특정 지역만 선정해서 혁신 특구로 만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방식인 거다.


그래픽=‘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한국도 규제 샌드 박스를 도입해서, 스타트업의 숨통을 조금은 열어주고 있긴 하다. 규제 샌드 박스 도입의 취지를 보면, 신기술‧서비스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저해되지 않을 경우 기존 법령이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실증(실증특례) 또는 시장에 출시(임시허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특례도 결국은 실증 단계까지란 점이다. 2020년말 기준 대한상공회의소 통계에 따르면, 한국 스타트업이 5년 내 파산할 확률은 70%에 달하며, 여전히 OECD 최하위 수준이다.

필자가 투자에 참여한 여러 스타트업들만 보더라도 혁신 기업이라고 이런저런 상도 받고 해서, 실증 사업까지는 어찌어찌했는데, 본격적인 사업화에는 온갖 제도적 장벽에 갇혀, 결국엔 정부 과제로 겨우 연명하는 수많은 좀비 스타트업의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 지방부터 스타트업들을 위해 과감한 규제 혁신,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미래를 다 예측해서 한 번에 제대로 된 합법의 테두리를 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이렇게는 하지 마’라고 선을 그어주는 정도로 혁신의 숨통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전 IMF 총재였던 크리스틴 라가르드씨가 한국을 방문해서 참 대차게도 이런 말을 남겼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한국은 집단자살사회(Collective Suicide Society)다"라고. 2017년의 일이다. 2022년의 대한민국은 LTE를 넘어 5G 속도로 초저출산, ‘슈퍼패스트 고령사회’로 가고 있다. 이러다간 인류 역사상 처음 맞는 인구 역피라미드 국가에 등극할지 모른단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2022년에 들어설 새 정부에서는,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가 빨라진 만큼, 규제와 지원의 방식도 과감한 혁신을 기대해 본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앤디 김(김도웅) 이언이노랩 대표는 화웨이, 알리바바, 샤오미, BOE, TSMC, HTC 등 중화권 기업을 직접 컨설팅하고 해당 기업의 경영진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MBA를 거처, IBM 미국/중국 컨설팅 부문 전무, 대만 HTC본사 부사장(가상현실사업, CIO, 디지털 혁신 담당),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실과 무선사업부 그룹장을 거쳤다. 디지털 혁신 컨설팅과 스타트업 투자에 특화된 이언이노랩 법인을 설립했다. 문의 사항 admin@eongrou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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