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 위메이드가 자사 발행 가상자산 위믹스를 단기간에 대량 매도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 위믹스 개인 투자자는 이를 이유로 위믹스의 가격이 급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려 5000만개다. 매도 금액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추측도 쏟아진다. 실제 9일 7000원대를 넘나들던 위믹스 코인의 가격은 10일 47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위메이드는 위믹스의 일부 매도는 맞지만, 단기간에 대규모를 팔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의혹의 진위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어떻게 이런 의혹이 생길 수 있었을까. 주식 시장과 달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대규모 거래에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이나 자산가가 어떤 이유로든 자금이 필요해 보유 가상자산을 모두 현금화해도 막을 길이 없다. 도의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법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얘기다. 위메이드가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에는 단기간 대규모 매도를 하지 않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다.

언제든 발생 가능한 이러한 시장 교란 행위는 제도적으로 막아야 하지만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현재 한국의 가상자산 주무 부처는 금융위원회다. 정부는 2021년 5월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 방안’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 관리·감독 및 제도 개선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로 금융위를 명시했다. 가상자산 주무 부처가 어디인지를 놓고 정부 내 금융위,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서 밀어내기가 이어지자 임시방편으로 금융위를 주무 부처로 지정해 놓은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법이 제정돼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금으로써는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서 2017년 12월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가상 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이후 4년이 넘도록 법 제정에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당장 법 제정이 어렵다면 현행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서라도 규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가상자산 관련 법적 규제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고, 미국은 증권법의 해석을 더 넓게 하는 방식으로 가상자산을 규제하고 있다.

금융위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토로한다. 금융위 내 가상 자산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실무자는 최근까지도 한 명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 자산 업무가 가중되면서 2022년이 다 돼서야 한 명이 충원돼 해당 업무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 제정 관련 업무만 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전담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의 금융위 체제로는 한계가 있으며, 암호화폐 감독원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금융감독 당국으로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본 업무인 금융기관 감독 업무에 치중하느라 가상자산을 부차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위뿐 아니라 정부 관료들은 모두 주기적으로 보직을 순환하는데, 가상자산 분야는 몇 개월 공부한다고 해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위메이드는 자체 마련한 백서를 근거로 위믹스 발행량(총 10억개)의 최대 74%를 인수합병 등 블록체인 기반 게임 생태계 성장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행동은 하지 않았고,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다. 이번 논란 이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상반기 중 매달 위믹스 1000만개를 추가로 매도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기업의 진정성을 믿고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슬프게도 우리의 현실이 그렇다.

임국정 기자 summe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