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목표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겁니다."

신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나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다. 누군가가 창출한 시장에 자신의 사업을 종속시키기보다 스스로 거래를 중개하는 거래 매개자로 자리 잡기를 꿈꾼다.

플랫폼화에 성공하면 중개자로서 편하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소구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지 않아도, 거래가 늘면 수익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입점 업체에 상품이 눈에 띌 수 있도록 광고를 해준 뒤 광고료도 벌 수 있다. 이용자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주고 돈을 받을 수도 있다. 때로는 입점 데이터를 분석해, 잘 팔릴법한 상품을 선택해서 자체 브랜드로 출시해 수익을 얻기도 한다.

플랫폼이 되면 누리는 이익은 이처럼 적지 않다. 실제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한 주요 스타트업은 플랫폼이다. 전에 없던 거래 공간을 만들고 중개 공간으로 자리 잡는데 성공하면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당근마켓, 로톡, 강남언니, 직방 같은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은 집 근처 중고물품 교환 공간을, 로톡은 전문법률자문 정보 시장을, 강남언니는 성형의료 정보 교환 장소를, 직방은 부동산 거래 정보 장터 공간을 플랫폼화했다.

문제는 플랫폼 기업이 되면 이익이 압도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그 책임은 턱없이 약하다는 데 있다. 법적으로 그렇다. 온라인 플랫폼 내에서 잘못된 거래가 이뤄져도 플랫폼은 책임을 져야 할 의무가 없다. 예컨대 특정한 입점 사업자가 짝퉁 상품을 판매하거나, 하자가 있는 상품을 판매할 경우 소비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때 플랫폼은 ‘중개했을 뿐'이라며 빠져나간다. 특히 이들 플랫폼은 약관을 통해 중개 공간에서 일어나는 각종 피해는 자사의 책임이 아니라는 명시까지 해놓으면서 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어불성설이다. 소비자는 철저히 플랫폼만을 믿고 거래한다. 영향력 있는 플랫폼에 노출됐기 때문에 그 입점 업체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다. 쿠팡의 거래 데이터와 누적된 이용 후기를 믿었고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웹툰에서 상위에 랭크된 작품이기에 믿었다. 배달의민족에서는 이용자가 준 평균 별점 정보에 의존해 먹거리를 시킨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는 자신들의 이익은 극대화하면서 책임은 최소화하거나 아예 부담하지 않으려고만 한다.

플랫폼이 거래 과정에서 실익만 따지지 않고,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도록 견인하는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지난해 3월 추진된 법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자상거래 법 개정안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중개 거래 과정 시스템을 이용해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거래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런 취지의 법안은 업계의 큰 반발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업계는 공정위가 실시한 전상법 개정안이 실시되면 판매자 판로와 소비자 선택권이 모두 축소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면서 생겨나는 각종 플랫폼은 법적 공백 속에서 이익만 얻고 책임은 헐거운 자유를 누리고 있다. 요즘에는 대선 정국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에 밀려 언론의 조명조차 받지 못한다.

주요 사업자가 플랫폼으로 진화하길 숙원 하는 과정에서,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소비자 피해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관련기사